경북 봉화 석포면은 군 내에서도 오지로 알려진 지역으로 청정 자연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숨겨진 보물 같은 장소가 많다.
천혜의 절경으로 알려진 청옥산 자연휴양림과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열목어 서식지인 백천계곡이 유명하지만, 아연 생산량 세계 4위의 영풍 석포제련소가 있어 환경오염 우려에 대한 민원이 끊이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석포면에서는 환경오염 지역이라는 따가운 시선을 바꿔보고자 올해부터 면사무소 직원들과 주민들이 힘을 합쳐 ‘석포, 피어나다’라는 환경조성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먼저, 봄과 여름에 진행한 금계국 들판과 꽃길 조성에 관한 이야기다.
◇ 봄, 금계국 핀 대현리 들판 석포면 입구에 위치한 대현리에는 1935년부터 1998년까지 약 반세기 동안 아연과 납을 채굴하던 연화광업소가 있었는데, 그중 대현리 산13-58번지에는 광물을 분리하는 선광장에서 남은 찌꺼기를 물과 함께 흘려보내던 침전조가 자리 잡고 있었다.
1998년 연화광업소가 폐광된 이후 침전조 역시 철거됐으나 해당 지역은 토양오염으로 풀 한 포기 자랄 수 없는 땅이 됐다. 이후 그 자리는 폐비닐 보관장이 됐고, 옆 공터는 재해 토사 적치장이 됐다.
이곳은 도로변에 위치하고 좋지 않은 외관에다 운전자의 상습적 쓰레기 무단 투기로 쓰레기들이 산을 이루며 민원이 빗발쳤다.
이에 면사무소 직원들은 근본적으로 해당 부지의 환경을 바꾸기로 결정했다. 쓰레기로 오염된 땅을 청소하고 주변을 정비해 꽃을 심어 미관을 개선하자는 계획을 세웠다.
가장 먼저 몇 년 동안 쌓여있던 불법투기물들을 폐기했다. 평탄화 작업을 통해 땅을 고르게 정비하고 마사토와 퇴비를 이용해 식물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면사무소 직원들뿐 아니라 대현1리 김용만 이장은 직접 본인이 굴삭기로 퇴비와 마사토를 살포하고 정지 작업을 하는 등 석포면의 주민 모두가 환경조성 활동에 참여해 석포면을 바꾸기 위해 힘을 모았다.
특히 지난 4월 석포면사무소 직원들은 지역주민들의 자원봉사를 받아 금계국 약 1만 2000주를 심었다. 금계국은 병충해와 공해에 대한 저항성이 강하고 관상용으로도 인기가 많아 도로변에 심기 적합했다. 식재하고 남은 일부 금계국 묘목들은 석포면 내 기피 시설 중 한곳인 석포면 석포리 638번지 하수처리장 옆 공터에 식재했다.
하지만 땅이 오랫동안 관리되지 않아 퇴비를 뿌려도 영양이 부족해 금계국이 잘 자라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봄 가뭄으로 인해 수분도 부족해 식물들이 고사할 위기를 맞았다.
면사무소 직원들은 스프링클러를 설치해 안정적 수분 공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했고, 추가 비료를 살포해 금계국 영양 공급에 힘썼다. 이미 식재한 1만 2000주의 묘목 외에도 추가적으로 금계국 씨앗을 파종해 좀 더 풍성한 금계국 꽃밭이 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였다.
지대를 가꾼 뒤에도 지속적인 쓰레기 투기가 이뤄져 쓰레기 투기 금지를 계도하는 한편, 마을 단체와 연계해 쓰레기 수거 작업도 실시했다.
이런 노력에 보답하듯 마침내 금계국은 화려하게 개화했다. 쓰레기 투기의 빈도는 줄어들었고 방문객들에게 환경오염 지역이라는 인식 대신 아름다운 꽃밭의 풍경을 심어줬다. 추가로 식재한 하수처리장 공터도 금계국들로 만개해 이미지를 개선했다.
◇ 여름, 주민 손길로 탄생한 도로변 꽃길 환경조성 프로젝트는 여름에도 이어졌다. 매년 석포면 석포리 368-2번지에 위치한 석개교 난간에 걸이식 화분을 설치해 꽃다리를 조성하던 사업을 올해는 좀 더 개선해 진행하기로 했다. 이미 설치된 화분의 꽃들만 교체하는 기존의 사업 대신 화분을 깔끔하고 세련된 것으로 교체하고 개수를 늘려 다리가 마치 꽃으로 이루어진 것처럼 환경을 조성해 보자는 계획을 세웠다.
기존의 낡고 투박한 사각형 갈색 화분을 깔끔하고 세련된 검정색 둥근 화분으로 바꾸고 자주색의 화려한 꽃을 피우는 웨이브 페츄니아를 식재했다. 화분의 개수도 두 배로 늘려 훨씬 풍성해 보이도록 했다.
꽃다리 조성으로 석포면 시가지의 미관이 개선되자 주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주민들은 석포면 환경 조성을 위해 적극 참여하겠다는 의견을 내며 사업에 동참하길 원했다.
석포청년회를 비롯한 면내 약 50여 개 단체들은 비용을 부담해 석포면 도로변 난간에도 꽃길을 조성하는 사업을 확대해 진행하기로 해 초등학생부터 노인까지 그리고 영풍 제련소의 노동조합과 환경단체들까지 참가해 총 600여 개의 걸이식 화분을 석포면 내 도로변 난간에 설치하는 주민 참여형 사업을 진행했다.
석포면사무소에서는 참여자와 단체명이 적힌 푯말을 화분의 아래쪽에 추가로 설치해 마을 공동체 의식을 확산하는 동시에 사업에 참여한 주민과 단체에 대한 고마움을 표했다.
여름에도 계속되는 가뭄에 면사무소 직원들은 트럭에 물탱크를 싣고 다니며 화분에 물을 주고 주민들도 자기 집 앞의 화분들을 스스로 가꾸며 꽃을 피우기 위해 노력했다.
이런 노력 끝에 가뭄을 이겨내고 꽃들이 만개해 석포를 아름답게 물들였다. 삭막하고 나무 한 그루 찾아보기 힘들었던 석포의 시가지는 자주색으로 화려하게 자태를 뽐냈고 주민들은 아름답게 변한 석포의 모습에 큰 찬사를 보냈다.
환경 조성 활동에 동참한 한 주민은 “주민의 관심과 노력이 더해져 거리가 아름다운 꽃밭으로 변해 너무 예쁘다”며 “앞으로도 꽃처럼 활기찬 석포가 될 수 있도록 꾸준히 가꿔나가야겠다”고 말했다.
김대호 석포면장은 “석포면이 환경오염 지역이라는 인식을 뒤집어 보고자 한다. 아름다운 환경조성을 계속해서 해나간다면 결국에는 석포면의 환경오염은 먼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며 “봄의 금계국 화원 조성으로 석포가 피어나는 첫걸음을 떼었고 여름의 꽃길 조성으로 주민들의 인식을 바꿔 놓은 것처럼 석포가 앞으로 더 피어날 수 있도록 면사무소에서도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의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