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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꿈이 실현되는 21세기 신(新) 구곡 ‘영강구곡원림’

오재영 기자 입력 2022.12.12 11:28 수정 2022.12.12 12:32

전 문경구곡원림보존회장 이만유

-영강구곡원림 설정 발대식

-영강구곡원림 책-

-제2곡 송정소 위의 송정산 정자

전국에서 처음으로 순수 민간인들이 뜻을 합쳐 구곡원림에 대한 조사, 연구, 보존, 홍보 활동과 수려한 구곡원림을 관광 및 교육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창립된 ‘문경구곡원림보존회’가 2016년부터 문경지역 생명의 젖줄인 영강에 21세기 신(新)구곡인 ‘영강구곡원림(潁江九曲園林)’을 설정, 경영하고 있다.

문경에는 낙동강 상류인 영강과 금천이라는 2개의 강이 있다. 산양면과 산북면을 흐르는 금천에는 3개(청대구곡, 석문구곡, 산양구곡)의 구곡원림이 있는 반면에 문경지역 중심을 흘러가는 문경 제1의 강이라 할 수 있는 영강 본류에는 조선 시대 선비들이 학문을 하고 시가(詩歌)를 읊고 성리학을 구현하였던 공간이었지만 아쉽게도 구곡원림을 설정. 경영하지 않았다.

그래서 보존회는‘영강구곡원림’을 설정, 경영하기로 결의하고 9명으로 구성된 TF팀을 가동해 합의체 기구로 추진하기로 하였다. 일차적으로 영강구곡원림의 처음과 끝 구간을 문경 영신숲에서 마성면 신현리 봉생정 앞 용연까지(17.2km)로 정하고 구곡의 표준위치와 각 곡의 이름을 짓는 등 5개월여 기간 동안 기본조사를 마치고 본격 추진을 위해 2015년 9월 21일 근암서원에서 20여 명의 회원이 모여 ‘영강구곡원림 설정 발대식’을 가졌다.

각 곡의 명칭과 전담 팀원은 다음과 같다. 제1곡 영신숲(永新-이만유), 제2곡 송정소(松亭沼-박순자), 제3곡 수정보(水晶洑-정의학), 제4곡 뱃나들(舟津-신준식), 제5곡 별암(鱉岩-최경호), 제6곡 견탄(犬灘-남기태), 제7곡 삼태극(三太極-오석윤), 제8곡 병풍바위(屛巖-손해붕), 제9곡 용연(龍淵-김봉기)이다.

이후 추진팀의 체제를 정비 강화하여 전 회원이 참여하도록 하였고 각자 옛 문헌과 향토 사료를 찾고 현지 활동을 통하여 문경과 영강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지닌 곡마다 지명유래, 지리적 특성, 명승지, 인물, 문화유적, 역사, 전설, 설화. 민요 등을 조사 수집하고 옛 사진 자료 확보와 현재 상황을 보여줄 수 있는 사진을 촬영하도록 하였다.

이렇게 하여 수집된 자료는 곡별 책임자가 수시 및 정기 모임에서 발표, 토론하고 수정 보완하는 과정을 여러 차례 거쳐 최종적으로 제출된 원고의 정리, 편집을 위해 편집위원 4명(이만유, 손해붕, 오석윤, 신준식)을 선정 추진하였다. 

‘영강구곡원림’ 제자(題字)는 한국서예협회 문경지부장 진우(珍雨) 변강정(邊康政) 선생이, ‘영강구곡시(潁江九曲詩)’는 우리가 지은 한글 시 10수(首)를 칠언절구(七言絶句) 한시(漢詩)로 조령한시회 회장 경재(景齋) 김진선(金鎭善) 선생이 한역(漢譯)하였다. 이렇게 시작한 지 1년 7개월 만에 유관기관 및 문화단체에 배포할 ‘영강구곡원림’ 이란 제하의 자료집을 500부 발간하여 2016년 12월 12일 '영강구곡원림 설정 및 출판기념식'을 개최하였다.

그동안 조사, 편집을 위해 앞에선 임원 및 곡별 책임 회원은 물론이고 작은 자료 하나라도 정보를 주면서 활동할 때마다 묵묵히 뒤에서 챙겨주고 물심양면으로 돕고 용기를 북돋워 주신 모든 회원과 특히 전체 원고를 주도적으로 편집하고 서문 등을 집필하신 손해붕 부회장과 고난도의 곡간 거리 측정 등 제 업무를 총괄 추진한 오석윤 사무국장을 비롯한 여러분의 노력으로 이룬 성과였다.

이제 영강구곡원림을 경영한 지 6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새롭게 축적된 자료들을 모아 ‘신증영강구곡원림’을 발간하기를 기대해 본다. 그리고 우리가 설정하고 경영한 21세기 신 구곡인 ‘영강구곡원림’이 관광 및 교육 자원이 되기를 간절히 바랐는데 지금, 그 꿈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때 발간한 책 속에 미래 희망 사항을 기술한 것이 있는데 그 내용을 요약 발췌하면 다음과 같다.

“영강구곡 제2곡인 ‘송정소’를 눈여겨보자. 일부러 만들래야 만들 수 없는 절묘한 위치에 있다. ‘영강체육공원’을 마주하고 있는 송정소 가운데 봉긋하게 솟아있는 야트막한 섬이 있다. 점촌 뒷산인 돈달산에서 떨어져 나왔다는 전설의 섬인 ‘딴봉’이다. 그리고 그 옆 송정산 위에는 소나무와 정자가 있었다는데, 휘영청 달 밝은 밤에 늘어진 소나무 가지가 소(沼)에 비치고, 물결 위에 일렁이는 정자를 연상해보자. 시내 어디에서 이만한 경관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인가. 시 한 수가 절로 나올 운치 있는 명소임에 틀림이 없다. 지금 우리의 눈앞에서 관광의 최적지가 깊은 잠을 자고 있다.

이제 관광을 염두에 두고 제2곡 ‘송정소(松亭沼)’의 청사진을 그려보며 제안한다. 영강체육공원과 딴봉과 송정산을 연결하는 자연과 조화된 구름다리든 수중다리를 놓아야 한다. 그리고 딴봉이나 송정에 창덕궁의 부용정 같은 정자를 지어보자. 다리 밑으론 카누들이 오가고, 수상스포츠로 휴일을 즐기는 관광객과 시민들의 모습이 벌써 눈앞에 어른거린다. 또 제1곡 ‘영신숲’에서 제9곡 ‘용연’까지 걷기 코스나 자전거 길로 연계해보자. 곡마다 표지석, 간략한 설명, 그리고 ‘영강구곡원림’ 시비가 세워져야 한다. 이 모든 것이 당대는 물론 후대의 문화이고 유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일련의 사업들은 비영리 자생 문화단체인 ‘문경구곡원림보존회’의 힘으로는 이룰 수 없는 일이다. 지방자치단체의 관심이 미치지 않는다면 ‘영강구곡원림’은 결코 관광자원이 될 수가 없다. ‘영강구곡원림’ 탄생은 전통을 이어가고 변화에 앞서가기 위한 것으로써, 구름 잡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 바탕을 둔 제안이다. 숙고해보아도, 우리 모두에게 풍요로운 경제 상품이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본회의 제언을 심도 있게 고려하여, 타당성 조사를 바탕으로 가칭 ‘영강구곡 관광 사업’이 되었으면 하고 기원해본다.”

그런데, 이렇게 우리가 간절히 바라던 ‘영강구곡원림’의 비전이 희망 사항으로 책 속에만 남아있는 것이 아니라 꿈이 아닌 현실이 되어 가고 있다. 우연의 일치인지 아니면 우리가 희망하고 제안한 것들을 행정 당국에서 수용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수백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문경새재에 이어 문경 제2의 관광지가 될 수 있는 ‘점촌랜드마크’ 사업이 추진되면서 송정산 위에 ‘송정(松亭)’이라는 날아갈 듯한 정자가 이미 세워졌고, ‘영강체육공원’과 ‘딴봉’과 ‘산양 반곡’을 연결하는 280m 영강보행교와 112m 출렁다리 조성사업이 지금 추진 중이며, 영강구곡 제4곡 뱃나들과 제5곡 별암이 있는 쪽 창리로 가는 영강 둔치 옆으로 4.5km의‘영강구곡 경관길’조성과 3개소의 ‘전망대’ 설치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꿈은 이루어진다. 우리의 기쁨이다.

다만 염려되는 것은 기능성, 편리성만 추구하다가 본래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이 훼손될까 걱정스럽다. 강관 거더교(girder bridge)나 출렁다리 등 구조물 설치 시 기존의 어메니티 자원과 잘 조화되도록 하여 기존의 문화적ㆍ역사적 가치가 훼손되지 않기를 바란다.

‘문경구곡원림보존회’는 2013년 1월에 창립하여 구곡원림 보존은 물론이며 ‘구곡원림 사진전시회’ 등으로 구곡문화 알리기, 구곡원림의 ‘문화재 지정 및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 활동과 구곡원림의 관광 자원화와 교육장화를 위한 노력을 해오고 있으며, 학문적 자료 축적과 방향 설정을 위한 ‘학술발표회’ 개최, 견문을 넓히기 위해 구곡원림의 시원인 중국의 무이구곡과 매년 2회씩 전국 유명 구곡원림을 탐방하는 등 꾸준한 활동을 해와 지역사회와 전국적인 주목을 받는 단체이며 역대 회장은 초대·2대 회장 이만유, 3대 회장 김경식, 4대 회장 김동익이며 현재 5대 엄동식 회장이 리더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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