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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한글박물관, ‘광고 언어의 힘, 보는 순간 당신은 이미 사로 잡혔다’展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16.07.28 21:42 수정 2016.07.28 21:42

130년 한국 광고 역사 첫 전시130년 한국 광고 역사 첫 전시

‘하늘에서 별을 따다 하늘에서 달을 따다 두 손에 담아드려요 오란씨’(1970년대 동아식품 오란씨 파인 광고),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침대는 과학입니다’(1993년 에이스 치대 광고), ‘가끔, 아내의 이름을 불러 보세요’(1993 쌍방울 광고)….넓을 ‘광(廣)’ 아뢸 ‘고(告)’, 광고는 말 그대로 사람들에게 제품 정보를 널리 알리는 일이다. 오늘날 광고는 제품과 기업의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언어와 시각의 두 가지 방법을 사용한다. 광고 언어는 ‘소리’와 ‘글자’, 그리고 그 내용을 표현한 ‘글자 디자인’으로 이루어진다. 이들이 효과적으로 어우러질 때 광고는 최고의 ‘말맛’과 ‘글멋’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개화기부터 현재까지 130여 년 한국 광고의 역사를 우리말과 글의 관점에서 풀어낸 전시가 마련됐다. 국립한글박물관이 28일부터 11월27일까지 박물관 3층 기획전시실에서 여는 ‘광고 언어의 힘, 보는 순간 당신은 이미 사로잡혔다’ 전이다. 광고에 쓰인 우리말과 글의 역사를 다룬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전시에서는 신문·영상·도면 등 광고자료 357점과 시대별 대표적인 광고 문구 283점 등 모두 640여 점을 소개한다. 한국 최초의 상업 광고가 실린 1886년 2월 22일자 ‘한성주보’, 1896년 11월 발간된 ‘독립신문’ 국문판과 영문판 광고, 최초의 전면 광고인 ‘영국산 소다’가 실린 1899년 11월 14일 자 ‘황성신문’ 등이 포함됐다.개화기 신문 광고와 1930년대 유한양행의 ‘네오톤 토닉’ 의약품광고 등 일제강점기 광고, ‘리더스 다이제스트’ 등 광고 글자 표현에 힘썼던 김진평(1949∼1998)의 한글 디자인 도면 등도 있다.전시는 광고 언어의 주요 특징인 ‘말’과 ‘글’을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하고자 4부로 나눠 구성했다. 1부 ‘광고를 읽는 새로운 시각, 광고 언어’에서는 개화기부터 1945년까지 주요 광고를 통해 광고 언어의 발달 과정을 살펴본다. 국내 광고계의 발전 과정과 숨은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대한민국 광고 1세대 신인섭, 광고를 말하다’ 영상 코너도 있다.특히 ‘광고’라는 말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쓰이게 되는 과정을 새롭게 밝힌다. ‘한성주보’의 ‘덕상세창양행고백’은 독일 무역 상사 세창양행이 조선에 들여오거나 취급할 물품의 목록을 한자로 된 단어와 문장으로 나열한 광고였다. 여기에 적힌 ‘고백(告白)’이 광고를 뜻하는 최초의 단어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보다 3년 앞선 ‘조선왕조실록’ 1883년(고종20) 8월 30일 자 기록에 인천항 개항과 관련, 근대적 의미의 ‘광고’라는 표현이 처음으로 나타나고 있다. 박물관 측은 “대체로 개화기 때 들어온 서구 문물에 대한 광고가 시작되면서 ‘광고’라는 단어도 함께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전시에서는 개화기 때 ‘광고’와 ‘고백’이 광고를 뜻하는 단어로 함께 사용되다가 1910년 이후 일본 광고의 영향이 커지면서 ‘고백’이라는 단어가 점점 사라지는 변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2부 ‘광고 언어의 말맛’에서는 ‘소리’와 ‘글자’를 사용해 제품과 기업의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광고 글쓰기를 소개한다. 1950년대 ‘진로 소주’(현 하이트진로)의 TV광고, 1961년 전국적 히트를 한 ‘샘표 간장’의 라디오 광고를 비롯해 디지털 매체를 활용한 최신 광고 언어인 2016년 ‘쓱’(신세계닷컴)과 ‘몬소리’(티몬) 광고까지 유형별 광고 언어와 글쓰기 비법을 만날 수 있다.이만재 전 서울카피라이터즈클럽회장 등 광고 현장에서 활동하는 유명 카피라이터 10인이 추천하는 광고 글도 있다.1950년부터 현재까지 제품 광고의 언어 사용과 글자 표현이 어떻게 변했는지 실제 사례와 작품으로 만날 수 있는 코너는 3부 ‘광고 언어의 글멋’에 꾸몄다. 광고 글자 표현의 선구적인 디자이너 김진평의 한글 도면 60점과 김상만의 ‘친절한 금자씨’(2005 영화제목) 등 한글 레터링 작가 10명의 작품이 전시됐다.4부는 ‘광고 언어, 우리들의 자화상’에서는 광고 언어로 우리 삶의 중심인 가족의 모습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담았다. 1960년대 ‘덮어 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라는 광고 문구와 2000년대의 ‘혼자 사는 아이처럼 독거노인에게도 관심이 필요합니다’는 광고 등 시대의 변화를 담아내는 광고를 확인할 수 있다.김철민 관장은 “현대 사회에서 광고는 그림이나 사진, 영상 등 시각적 요소가 중심이 되고 있지만, 정확한 정보 전달을 통해 소비자의 판단을 돕는 것은 여전히 광고의 ‘말’과 ‘글’, 광고 언어”라며 “이번 전시는 시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광고 언어를 통해, 세상의 광고를 변화시키는 힘이 바로 당신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자리”라고 전했다.한편 8월10~31일 매주 수요일 7시에는 전시 연계 교육이 열린다. 김정우 한성대 교수의 주제 강의 ‘광고·언어·광고 언어’를 시작으로 한명수 배달의 민족 이사, 정철 카피라이터, 박선미 대홍기획 크리에이티브솔루션본부장 등이 강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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