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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리나 홍지민, 온갖 시련 우여곡절…춤 출수있어 감사해요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16.07.28 21:56 수정 2016.07.28 21:56

서울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14년 만에 국내 무대 공연열네살때 캐나다 국립발레학교로 유학을 떠났다. 예원학교에서도 주목받았던 실력은 현지에서도 빛났다. 유망주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졸업을 1년 앞두고 악재를 만났다. 발목 건염에 시달렸고 혈액 순환도 잘 되지 않았다. 복합적으로 몸 상태가 나빠지면서 결국 치료를 위해 귀국했다. 이후 4년 간 토슈즈는 방치됐다. "정말 아플 때는 울 수도 없죠. 모든 에너지를 몸이 회복해야 하는데 써야 하거든요." 발레리나 홍지민(29)은 수많은 발길질을 하며 떠있는 백조처럼 시련과 아픔을 이겨냈다.덴마크왕립발레단의 유일한 아시아인 무용수로 우뚝 섰다. 그녀의 시련의 농도를 깊이로 따진다면 심연과 같다. 가느다란 팔과 다리로 무장한 그녀의 춤이 물 속에서 유영하듯, 우아해보이는 이유다. 시련은 열여섯살때 찾아왔다. 평생 할 것 같았던 발레를 못하게 되면서 주체할수 없는 슬픔에 빠졌다. 좋아하는 화가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 풍경을 벽에 붙여놓고, 그림을 그리며 마음을 다스렸다. 가족의 힘이 컸다. 아버지 (홍순우·전 경남도 정무특별보좌관)는 그림을 그리는 딸을 보며 "우리 딸은 역시 예술가야"라고 추켜세웠고, 웃음으로 다독거렸다.세월은 무심했다. 스무살이 됐고, 재활치료는 계속됐다. "가장 힘들었던 건 소속감이 없었던 점. 또래 친구들은 발레단에 들어가는데 누워만 있어야 하는 상황이 안타까웠어요." 아쿠아운동을 위해 전국의 좋다는 수영장을 찾아 누비는 등 치료 역시 쉽지 않았다. 2010년 운명이 찾아왔다. 캐나다 국립발레학교 재학 시절 홍지민을 눈여겨보던 캐나다국립발레단에서 입단 기회를 줬다. 잡아야 했다. 몸이 부서지는 한계에서도 화려한 몸짓을 선보이며 2개월 만에 정단원이 됐고, 그간의 공백을 만회했다. "지금도 제 자신과 싸우고 있어요. 조금이라도 아프면 아직 겁부터 나거든요. 등산을 가서 산을 내려울 때도 발을 하나하나 조심히 내딛는 등 조심하고 또 조심하죠. 근데 점점 시간이 해결해주더라고요. 제 자신을 믿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발레를 하면서 삶이 다시 시작됐고, 성숙함도 더해졌다. 2014년 운명의 여신이 찾아왔다. 부상을 당해 터널의 어둠 속에서 헤맬 때 그녀에게 한 줄기 빛을 안겨준 소렐라 엥글룬드(Sorella Englund)가 덴마크왕립발레단 오디션 제의를 한 것이다. "캐나다 국립발레단도 너무 좋고, 현지 생활에도 적응을 해 고민이 많았어요. 하지만 새롭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고 싶지는 않았죠."덴마크 왕립발레단에 입단했다. 아시아인으로 유일한 무용수로 또 다시 외로움과 직면했다. "지금은 적응을 잘 해내가고 있지만 초반에는 역시 쉽지 않았어요. 첫 클래스를 들어갔는데 선생님이 덴마크어로 설명을 하시는 거예요. 어렸을 때 영어를 하나도 못해 캐나다로 갔을 때가 떠올라 울컥하더라고요. 예전에는 중국분이 계셨지만 지금은 아시아인으로는 저 혼자라 외로움도 크고."게다가 탈장 수술, 운동 기구에 머리를 맞아 뇌진탕에 걸리는 등 다시 건강 문제가 겹치면서 반 년 가량을 치료와 휴식을 병행 해야만 했다. 하지만 "발레단에 들어갈 수 있을지조차 모르던 10대 후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이내 활짝 웃었다. 최근 덴마크 왕립발레단 중국 투어에 참여한 뒤 귀국한 홍지민은 29~30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에서 펼쳐지는 '2016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초청공연' 무대에 오른다. 덴마크왕립발레단 동료 무용수인 우릭 비야크키야와 함께 마리우스 프티파의 '스완 레이크' 파드되, 리암 스칼렛의 '비스세라' 파드되를 선보인다. 그녀가 국내 무대에 서는 건 예원학교 시절 교내 축제 이후 14년 만이다. 프로무용수로서는 처음이다. "일단 감사한 마음이 가장 크죠. 좋은 기회로 고국 관객들과 인사를 하니까요.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는데 이렇게 다시 춤을 출 수 있는 것에 대해 감사해요. 굉장히 행운이라고 생각해요."한국에서 활동을 하고 싶은 지 묻자 "제가 바뀐 점이 미래에 대해 별로 생각을 하지 않게 됐어요. 지금이 중요하니까요"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지난 일들로 인해 함부로 미래에 대해 말하지 않게 됐어요. 마음을 비우고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면 좋은 기회가 오더라고요"라고 웃었다. 수차례 위기에도 발레를 끝까지 놓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 없이 좋아하는 것이 가장 좋아하는 거라면서요? 호호호. 제가 발레가 딱 그래요. 딱 꼬집어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없죠. 다만 좋은 예술을 접했을 때 겸손해지잖아요. 사람이 갖고 있는 고민이나 문제가 경건함에 그 순간만큼은 사라지게 되죠. 제게는 발레가 그래요. 제 이런 이런 진실한 마음을 더 많은 분들과 나누고 싶어요. 발레를 통해서 인생을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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