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국학진흥원과 안동시는 안동의 역사적 위상을 제고하고, 안동학 연구의 기반을 마련하고자 올해부터 안동의 역사인물 100인의 문집을 엄선하여 국역사업에 착수한다. 조선시대 민간소장자료를 이처럼 장기계획을 수립하여 대대적으로 국역하는 사례는 흔치 않다. 10년에 걸쳐 진행될 이번 사업은 안동의 역사문화자원을 새로이 발굴하고, 이를 축적한다는 점에서 향후 문화정책의 수립과 지역 위상 제고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안동은 조선 고유의 성리학적 학풍을 형성한 퇴계 이황을 비롯하여 그의 학맥을 잇는 수많은 지식인을 배출한 추로지향(鄒魯之鄕)이다. 이미 저명한 학자들의 문집이 번역되어 조선시대 지식인의 세계관과 전통 생활상을 접할 수 있게 되었지만 여전히 많은 문집이 번역되지 못한 채, 자료적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국역 사업에 포함된 100인의 문집은 역사적·학문적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는 인물의 문집을 우선 순위로 선정하되 지역별, 문중별로 균형 있게 안배하였다. 올해 우선 번역되는 문집은 김성탁(1684∼1747)의 제산집, 김봉조(1572∼1630)의 학호집, 이우(1469∼1517)의 송재집, 이병운(1766∼1841)의 면재집, 권시중(1572∼1644)의 늑정일고, 권익창1562∼1645)의 호양집 등 6종이다.이들 6종의 번역서 가운데 분량이 많은 제산집을 제외한 5종의 문집은 내년에 책으로 발간되며, 향후 매년 5~6종의 번역된 문집이 순차적으로 발간된다. 한국국학진흥원은 번역에 착수하는 첫해에는 번역대상과 번역의 질에 대한 엄정한 평가를 두 차례 시행하고, 다음해에는 원로 한학자의 검증을 거쳐 책으로 발간하는 까다로운 국역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엄밀한 번역과정을 거침으로써 국역의 질을 한 단계 높이려는 취지이다. 또한 이번 국역사업에는 한국국학진흥원에서 양성한 청년 국역전문가들이 처음 작업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문교육세대가 점차 줄어드는 현실에서 이번 국역사업은 고전국역자의 꿈을 지닌 젊은 세대들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청년 국역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안동의 역사인물 100인의 문집’ 국역사업은 안동의 역사문화적 전통을 오늘에 살아 숨쉬게 하는 실천적인 사업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김봉기 기자 kbg196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