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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뉴스 사회

대구판 돌려차기 사건에 '국내 최장' 선고

정희주 기자 입력 2023.12.03 11:55 수정 2023.12.03 11:55

대구지법, 징역 50년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물게, 검찰이 구형한 30년 보다 높은 징역 50년 형이 선고됐다.<관련기사 본지 10월 25일, 6월 12일자 참조>

징역 50년은 무기징역형이 아닌 유기징역형으로는 법에서 정한 최장기에 해당한다. 우리나라 유기징역 상한은 30년이지만 가중처벌을 할 경우 최대 50년까지 선고할 수 있다.

한편 검찰은 그에게 징역 30년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그보다 훨씬 무겁게 살인죄에서도 보기 드문 수준으로 선고형을 내렸다.

법조계는 "지금까지 징역 50년 선고가 이뤄진 경우는 없었던 것 같다. 이번 선고형이 국내 최장기 유기징역형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은 지난해 부산에서 30대 남성이 여성을 성폭행하려 무차별적 폭행을 가한 '부산 돌려차기'사건이 발생한 이후 소위 '묻지마 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높은 가운데 나온 것이다.

발생 당시 이 사건은 '대구판 돌려차기' 사건으로 불리기도 했다.

대구지법 형사11부(이종길 부장판사)는 지난 1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강간등살인, 강간등상해) 등 혐의로 기소된 A(28)씨에게 징역 5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는 지난 5월 13일 오후 10시 56분 경 대구 북구 한 원룸에 귀가 중이던 B(23·여)씨를 뒤따라 들어가 흉기를 휘두르고 성폭행하려 한 혐의다.

A씨는 당시 때마침 원룸에 들어온 B씨 남자친구 C(23)씨에게 제지됐으며, A는 이 과정에 C씨 얼굴, 목, 어깨 등을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다.

A씨는 '강간', '강간치사', '강간자살', '○○원룸 살인사건' 등을 인터넷으로 미리 검색해본 뒤 원룸에 혼자 사는 여성을 노려 칼로 여성을 위협해 성폭행하려 마음먹고 마트에서 흉기를 구입하는 등 범행을 준비했다.

한편 C씨는 의식불명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고 20시간이 넘는 수술 후 40여일 만에 의식을 되찾았지만 뇌 등에 영구적 손상을 입었다. 의료진은 C씨가 사회적 연령이 만 11세 수준에 머무르고 간단한 일상 생활에서도 타인의 도움이 필요할 것으로 진단했다.

피해 여성 B씨는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A씨 범행으로 인한 정신적 충격과 고통을 호소했다. 아울러 B씨와 C씨 가족과 지인들은 A씨에 대한 엄벌을 탄원했다.

이에 재판부는 검찰의 징역 30년 구형에도 해당 범죄가 사형 또는 무기징역으로 법정형이 정해져 있다며, 미수에 그친 부분에 대해 일부 감경하고 징역 50년을 선고하기로 결정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은 평생 치유하기 어려운 고통과 상처 속에 괴로워하고 있고 피해자 가족도 정신적, 육체적, 경제적으로 심각한 정도의 충격을 받고 큰 피해를 입었다"며 "그런데도 피고인은 피해자들과 그 가족으로부터 용서받지 못했고 피해 회복을 위한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법원 한 관계자는 "비록 피해자 사망이라는 결과까지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범행 방법이나 동기, 범행 결과를 보면 살인이나 마찬가지 범행으로 봐야 할 것 같다"며 "최근 특별한 원한이나 동기가 없는 '묻지마 범죄'가 중요한 사회문제가 되는 상황에서 경종을 울리는 측면에서도 중한 형을 선고할 필요가 있었다고 본다"고 전했다. 정희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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