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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국회의원의 유형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17.08.16 11:27 수정 2017.08.16 11:27

국회의원이라는 직책은 나라의 정책분야에 대하여 어떤 문제에 대해서든지 제멋대로 의견을 제시해도 이를 말릴 사람이 없어 좋다.북한의 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을 왜 민주공화국이라 부를 수 있도록 외교역량을 발휘하지 못하느냐고 외무부장관을 윽박질러도 이를 제지할 사람이 없다. 무식하다고 눈살을 찌푸릴 사람이 있을는지는 몰라도 비난할 일이 되지는 않는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니 검찰이라도 동원해서 가격안정을 시켜야하지 않느냐고 고함을 쳐도 이를 말릴 사람이 없으니 국회의원이라는 직책은 참으로 책임질 일 없어 좋다. 그래서 사람들은 저마다 한번쯤은 국회의원이 되고자 기를 쓰는지도 모른다. 장관을 앞에 앉혀 놓고 한번쯤 호통쳐보고 싶은 심정 때문에라도 말이다. 국회에 앉아 국회의원의 활동상을 보다보면 몇 가지 유형으로 나뉘어져 보인다. 첫째는 돈키호테형이다. 말하자면 좌충우돌(左衝右突)형이다.동료의원이 싫어하건 말건, 조리에 맞건 말건 신문에 제 이름 석자 나고 텔레비전화면에 제 얼굴 비치면 그만인 식으로 제 할 소리만 하는 사람이 이에 속한다. 심지어는 삿대질이나 돌출 발언 또는 막말이나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해프닝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려는 유형이다. 한자리에 앉아있기 조차 거북한 사람이다. 문제인물들이라는 얘기다. 회의 중에 노래하는 사람도 이에 속하지 않을까 싶다. 두 번째는 정상배(政商輩)형이다. 대체적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될 때까지 사업을 하였거나 지금도 사업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정치행태다. 소속 상임위원회도 상공이나 건설 재정 경제분야를 택한다. 전문성도 있다. 그러나 국정감사 때만 되면 그 본색이 여지없이 드러난다. 정부에 요청하는 자료가 보통이 아니다. 정부는 요청한 자료의 내용만 보아도 무엇을 질의하려고 하는지에 대한 의도를 알아채고 그 해당 국회의원에게 로비를 한다. 의원이 노리는 바다. 아무도 모르게 자기 잇속을 채린다. 그리고는 감옥에 간다.셋째는 충성 아부형이다. 과거 어느 한 시대, 여야를 막론하고 당 지도부가 공천을 전횡한 적이 있었다. 당수(黨首)의 눈 밖에 나면 공천을 받을 수가 없다. 어찌어찌해서 공천을 받아 당선된 국회의원은 당수에 대한 각별한 충성을 바칠 수밖에 없다. 이 충성 경쟁은 여야가 마주 앉아 삿대질하기의 단초가 되기도 한다. 자기당의 당수 이름만 나와도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면서 미친 개처럼 날뛰는 의원을 본적이 있다. 자질이 떨어지는 사람일수록 계파의식이 강하고 충성 아부형이 많다고 보여진다. 당수에 대한 충성심과 지적수준은 반비례한다고 할 수 있다. 넷째는 가치(價値) 내지는 이념 지향형이다. 아직도 우리 국회 안에는 개인의 이념이나 가치관이 제 각각인 인물들이 무지개형을 이루고 있다. 형식논리로만 보면 바람직한 모습이기도 하다. 젊은 날부터 큰 꿈을 가지고 정치를 하기 시작하는 사람들 대부분 이 이 유형에 속한다. 지금까지의 우리나라 대통령은 주로 이 유형의 정치인 중에서 태어나지 않았나 싶다. 그러나 자신이 신봉해 마지않았던 주체사상이나 마르크스 사상에 심취하여 민주적 질서 파괴에 여념이 없었던 젊은 날의 열정을 국회 안에서도 계속 이어 가겠다고 한다면 이는 엄청난 착각이다. 이런 유형의 정치인들이 아직도 활개를 치고 있다. 유권자들이 깨어 있어야 하는 이유다. 다섯 번째는 무위(無爲)자연형이다. 평소에나 위기일 때나 아무런 말이 없이 의석만 지키고 있는 쓸모없는 사람들을 일컬어 무위자연형이라 이름 지어 보았다. 이런 의원들은 임기 중 본회의 질문이나 연설 한번 하는 법이 없다. 원내 대표가 기회를 주지도 않는다. 상임위에서는 보좌진이 써주는 원고나 조용조용히 읽어 나갈 뿐 아무런 존재감이 없다. 어떤 때는 저런 사람이 왜 또 어떻게 국회에 들어왔나 싶기도 하다. 이름 한번 들어보지 못한 의원도 수두룩하니까 말이다. 6번째로 정책지향(政策志向)형 정치인이 있다. 이런 유형은 정치영역에 없어서는 안 되는 유형임에도 별반 찾아보기가 흔치 않다. 끼리끼리 어울려 다니면서 세를 불려 정치적 힘을 축적하려는 데에 관심을 쏟기 보다는 오로지 정책만을 생각하는 것이 몸에 배어 있는 사람이다. 정책의 문제점을 찾아 입법활동에 전념하는 사람이다. 동료국회의원이 보기에는 조금은 덜떨어진 사람처럼 보이지만 국민적 시각으로 보면 여간 아쉬운 사람이 아니다. 끝으로 과묵한 지도자형이다. 과거 큰 지도자를 보면 대체적으로 과묵하다. 말을 잘 하지도 않으면서 말을 할 때는 뚜벅 뿌벅 눌변으로 자신있게 한다. 좌중을 압도한다. 대체적으로 남의 말을 다 듣고 맨 나중에 정리하듯이 한다. 얼굴이 두꺼우면서 과묵하니 영락없는 지도자 깜이다. 아등바등하거나 악착같이 노리는 것도 아니면서 고집은 황소다. 마음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무지 속내를 내비추지 않는다. 얼굴이 두꺼우면서 속마음이 깊은 사람, 이 두 가지 요소는 정치인에게는 필수다. 모든 성공하는 정치인은 반드시 이 두 가지 요소를 지니고 있다. 나쁘게 말하면 흑심이 가득한 얼굴 두꺼운 사람으로 보이지만 좋게 말하면 강력한 권력의지와 듬직한 외모의 지략가 모습이다. 거인들의 풍모에서 많이 발견할 수 있는 인품이다. 그러나 우리 같은 소인배들의 안목으로 보면 그 모습은 철면피한 능구렁이로만 보인다. 국회의원들은 자신이 어느 유형에 속하는지 판단해 보고 나서 본격적인 행보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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