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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대대장 개밥그릇 닦다 2년 다 보냈다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17.08.17 10:24 수정 2017.08.17 10:24

요새 신문을 보면, 지난 날의 한(恨)풀이가 한몫을 본다. 지난날 군복무시절 지휘관공관(대대장급이상)에 당번병으로 배치받아 하급자인 자기를 하인으로 취급했다고 사직당국에 뒷북을 울려, 당시의 해당지휘관들이 지난날 쌓은 업보(?) 때문에 평생 즐겨 입었던 군복을 스스로 벗고 있다. 군대는 특수사회로서, 아무리 제대로 된 민주국가라 해도 군대는 합법적 독재단체인 것이다. 1968년부터 휴전선(DMZ)에 철책을 세웠다. 무장공비의 침투로 혼쭐이 빠지고 나서, 미국의 특별군사원조로 휴전선 철책이 세워져, 엉성한 목책 밑에서 죽음의 밤을 지새는 군인들에게 믿음직한 방패가 되어 주었다. 철책(1968년 시절)이 세워지기 전에 목책(나무울타리)가 세워졌고, 그 전에는 휴전선을 흰 석회가루로 운동장 트랙 표시하듯 했고, 흰 페인트칠한 돌을 세워 휴전선을 표시했다. 그 때는 밤만 되면 북쪽 병사들이 자유자재로 침투하여, 보초서는 아군보 초의 목을 서리해 갔다. 내가 잘 알던 청년둘도, 휴전선에서 야간경계를 하다가, 목이 북쪽으로 날라졌다. 그 때 지휘관숙소에 파견되는 당번병은 일반병들에겐 선망의 대상이었다. 인성이 좋은 지휘관 숙소에 배치를 받으면 딱딱한 병영사회에서 가정의 따뜻함도 맛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었다. 모든 게 자기 할 탓이다. 총 대신 대대장 개 밥그릇 닦다 2년 다 보냈다고 푸념하는 당번병의 고뇌도 이해가 가지만, 군복무는 꼭 총만 가지고 하는 게 아니라, 행정병·군악병·공병대·등등 총을 아니 갖고도, 군인으로 직무에 충성할 수 있는 기회는 무궁무진하다. 개밥그릇을 닦는 일 자체가 천한 일은 아니다. 요새 개는 단순한 가축이 아니라, 그 집의 엄연한 식구로서 방범대장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국방과 경찰업무에 군견(軍犬)과 경찰견의 임무수행은 사람 못지않은 역할을 하고 있다. 당번병으로, 대대장의 개 뿐 아니라, 가족들과도 좋은 인간관계를 맺었더라면 군복무기간이 더 유익하지 않았을까. 사람들은 자기의 잘못이나 모자람은 광주리에 담아 안보이는 곳에 숨겨 놓고, 남의 잘못만 미주알고주알 캐고 있다. 대대장(중령)시절에 숙소(공관)당번병의 고발로 지난날의 약점이 알려져 신문에 보도되자 모대장(사성장군)은 국방부에 전역원을 냈다. 대장(장관급)까지 되자면 드러난 하자가 있었더라면, 절대로 그 자리에 오를 수 없었을 것이다. 필자(나)도 1960년대초반 군복무 2년 10개월(34개월)을 채우고 만기 제대했지만 군대의 속성이 온정적이 아니고, 강폭한 곳임을 이해할 때 상관에 대한 섭섭함이 있었지만, 흘러간 물은 물방아를 돌릴 수 없기에, 지난날의 아픔을 물 아래로 기꺼이 흘려보냈다.박모씨(전 문경시의원 정당인)씨도 군복무를 대대장 숙소 당번병으로 마쳤는데, 겨울밤에 공관초소에서 혹한과 싸울 때, 대대장 부인인 김상님 사모님이 타 오신 따뜻한 커피가, 추위를 잊게 하고, 가정의 따뜻함을 아련히 일깨워주었다고, 그 시절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고이 간직하고 있다. 군복무를 하는데 상급자도 하급자도 사람으로서, 하늘에 한 점 부끄럼이 없도록 자기성찰에 유의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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