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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깜박깜박, 치매인가요?

황보문옥 기자 입력 2024.06.26 15:54 수정 2024.06.26 18:53

박민선 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 박민선 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진료실을 찾는 고령자들이 매우 흔하게 호소하는 증상 중 하나가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입니다. 곧이어 치매 검사를 해달라고 하십니다. 이런 분을 대상으로 치매 선별 설문조사나 뇌 이미지 검사를 해보면 치매 영역에 속하지는 않고, 경도 인지기능 저하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누구나 두려워하는 치매, 어떻게 해야 예방할 수 있을까요?

인구 고령화로 인해 2020년 기준 65세 이상 치매 상병자 수(약 83만 명)는 65세 이상 노인인구 813만 명 중 10.2%이고, 여성의 비율은 71.2%로 남성보다 약 2.5배가량 높습니다. 고령자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경도 인지장애는 기억장애를 연구하는 신경과학자들이 만든 용어로, 나이가 들면서 정상적으로 발생하는 생리적 건망증과 알츠하이머병에 의한 기억장애의 중간 상태를 말합니다. 실제 치매는 아니라도 인지장애가 있으면 건강한 사람에 비해 기억장애가 점차 심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억 외에 다른 인지능력에서는 건강한 사람과 같은 수준을 유지합니다. 인지장애가 있으면 알츠하이머병으로 진행하는 빈도가 더 높을 수는 있지만, 시간·장소 등을 혼동하거나 그로 인해 일상생활이 어려워지는 증상은 나타나지 않는 것이 특징입니다. 또 일순간 기억을 못 하기도 하지만, 작은 힌트를 주면 기억해내는 것이 특징입니다.

치매의 또 다른 원인은 혈관성치매입니다. 뇌조직에 혈액을 공급하는 뇌혈관이 막히거나 좁아져 나타나거나, 뇌졸중이 반복되어 뇌 안으로 흐르는 혈액의 양이 줄거나 혈관이 막혀 발생합니다. 가끔 인지기능이나 정신능력이 조금 나빠졌다가 그 수준을 유지하고 또 갑자기 조금 나빠지고 유지되는 식으로 단계적 악화 양상을 보입니다. 혈관성치매를 예방하려면 기본적으로 만성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우선 약물치료를 잘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약물치료를 잘 받는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혈관성치매나 뇌졸중을 예방할 수 없습니다. 혈관 건강을 유지하려면 개개인의 생활습관을 잘 관리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뇌 건강을 유지하려면 규칙적인 신체활동이 필수입니다. 하지만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한 것이 신체활동입니다. 요즈음은 70대 어르신들도 50대처럼 생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상생활뿐 아니라 외출도 잦은 편입니다. 나이를 잊고 집안일을 많이 하기도 하고, 운동을 과하게 하기도 합니다. 운동을 하면 혈액순환이 빨라지면서 안 좋은 혈관도 열리기 때문에 기운이 없으면 무조건 움직이는 분들이 있습니다. 혈관계 질환은 갑자기 생기기도 하고, 당시에는 증상이 없다가 다음 날 증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따라서 활동하다가 약간의 건망증이 생기거나, 웃기 어렵고 짜증이 나기 시작하면 무조건 다리를 올리고 눕는 것이 좋습니다. 외출 중이라면 조금 빨리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 좋습니다. 무리하면 순간적으로 혈관계 질환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 밖에 치매와 비슷한 증상을 유발하거나 임상소견을 보이는 질환 중에서 완치가 가능한 질환도 많습니다. 뇌종양, 두부 손상, 대사성 뇌질환, 갑상선 질환, 영양결핍증 등이 그 예입니다. 만성 알코올중독 등 독성물질에 의한 뇌기능장애 또는 다른 이유로 사용하는 약물에 의해서도 혼돈 상태가 유발될 수도 있고 인지장애나 치매 증상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가장 흔한 경우는 우울증입니다. 최근에는 우울증도 혈관질환이라는 가설이 나올 정도로 혈관성치매 환자들에게서 우울증이 매우 흔하게 나타납니다. 슬픈 기분, 사고장애, 집중력 부족, 절망감, 활동성 저하 등 우울증 증상이 심해지면 기억력이 저하되고 일상생활 기능이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기억력 장애가 생기면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아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고 대비하면 치매로 진행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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