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생리대를 사용하면 생리불순을 겪는데 이번 논란에 여성들이 과민반응한다고 감히 말하나요. 그리고 식약처는 왜 실험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면서 제품 이름은 모두 공개해 더 많은 소비자를 불안에 떨게 하는 거죠? 이랬다저랬다 하는 정부의 태도, 이제 신물이 납니다."수많은 사망자를 낸 가습기살균제 사건 이후 '화학 포비아'가 우리의 삶을 지배하게 된 가운데 '유해물질 생리대' 논란의 여파가 일회용 기저귀에까지 번질 조짐이다.정부와 식약처가 이번에도 과학적인 입증보다는 사회적 여론을 의식해 '갈팡질팡' 행보를 보여 소비자 혼란을 부추기고 있어서다.생필품을 둘러싼 위해성(유해성) 이슈가 터질 때마다 반복된 미숙한 대응에 소비자들은 이제 식약처가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불안해 못쓰겠다"…無원칙 대응에 논란 오히려 확산=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식약처는 김만구 교수팀의 조사 결과에 대해 "신뢰하기 어렵다"고 밝힌 지 4일 만에 여성환경연대가 제출한 시험보고서와 생리대 제품명을 공개했다.식약처는 "제품명 추측이 난무하고 휘발성 유기화합물의 검출량·유해성 논란이 계속돼 제조사 동의를 얻어 제품명을 공개했다"고 밝혔다.그러나 식약처가 자료를 외부에 내놓기만 했을 뿐 과학적인 해석이나 검증에 대해선 일언반구하지 않아 책임회피식 발표를 반복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안전하다'는 취지의 발표지만 과학적인 이유와 설명은 없었다.아울러 조사 세부 내용에 대해서는 "실험연구자 측에서 설명하는 게 맞다"며 답을 피했다. 발표 이유에 대해서는 "사회적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공개한다"는 말만 되풀이했다.그러자 김만구 교수 측은 "식약처 검증위원회는 수질 분야 전문가로 구성돼 저희 측 실험을 분석하는 건 역부족"이라며 "시험 방법과 분석 결과에 자신 있다"고 밝혔다.김 교수 측에서 식약처의 '생리대 안전 검증위원회' 전문성이 오히려 부족하다면서 맞대응에 나선 것이다. 이는 전문가와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신뢰가 얼마나 무너졌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이를 두고 화학분야 전문가는 "신뢰하지 않는다고 밝힌 조사자료를 정부가 공개 대리자로 나선 건 이해할 수가 없다"며 공개적으로 비판했다.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식약처가 모든 제품명을 밝혀야 했다면 여러개의 자료들을 분석해 왜 유해하지 않은지 이유를 설명했어야 했다"며 "이번에도 이도 저도 아닌 중간발표로 소비자 혼란을 부추겼다"고 비판했다.식약처는 지난 3월 생리대 논란 불거졌을 당시 품질검사 통과됐다는 점만 강조하다가 지난달 논란이 크게 불거지자 그제야 시중에 유통 중인 모든 생리대(56개사 896품목)를 대상으로 조사에 착수했다.식약처는 또 최경호 보건대학원 교수 등 환경보건학회에서 요구하는 역학조사 필요성에 대해서는도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화학포비아' 불거질 때면 대응미숙·말바꾸기 반복= 식약처가 모르쇠로 일관하다 여론이 악화되면 입장을 바꾸는 행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식약처는 '치약파동' 당시 CMIT·MIT 성분이 치약에 포함돼도 인체에 해가 없다면서도 전수 현황조사에 나서 소비자 혼란을 부추겼다. 최근에도 류영진 식약처장은 '살충제 계란' 논란에 일자 유통 중인 제품 일부만 검사한 후 "안전하다"고 밝혔다가 여론의 질타받았다. 살충제 성분이 계란에서 계속 검출되자 식약처는 전수조사하겠다고 말을 바꿨다.이처럼 정부가 '책임회피식' 발표를 반복해 신뢰를 잃으면서 김만구 강원대 교수, 여성환경연대, 기업들 간 진실공방으로 치닫고 있다.급기야 릴리안 브랜드의 깨끗한나라가 김만구 교수를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해 법정 공방으로까지 이어지게 됐다.정부와 학계, 시민단체, 각 기업들이 벌이는 공방을 지켜보는 소비자들의 속은 더욱 타들어가고 있다.한 소비자는 "피해를 호소하는 여성들은 넘쳐 나는데 생리대의 유해성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는 게 경악스럽다"며 "정부는 '연구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라고 발표할 것이 아니라 '과학적으로 검증한 결과 안전하다 혹은 금지해야한다'라는 공신력 있는 발표를 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