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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뉴스 경제

최태원 회장 ‘뚝심’ 승부수 적중

뉴스1 기자 입력 2017.09.21 14:27 수정 2017.09.21 14:27

도시바 얻으며 반도체 비전 가속페달도시바 얻으며 반도체 비전 가속페달

SK하이닉스가 합류한 '한미일 연합'이 20일 일본 도시바 반도체 인수자에 최종선정됐다. 이번 인수전에서 승리하기까지 최태원 SK회장의 '승부사 기질'이 또 한번 발휘됐다. '미일 연합'에 합류한 이후에 상황이 수차례 오락가락했지만 최 회장은 조급해하지 않는 특유의 '뚝심'으로 인수전을 안정적으로 끌고 갔다.일본 현지언론과 로이터 등 복수의 외신들은 20일 도시바가 메모리 사업 부문을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에 매각한다는 방침을 정했다고 보도했다. 현지언론에 따르면 도시바는 이같은 결정을 20일 밤 공식 발표했다.한미일연합에는 SK하이닉스 외에 미국계 사모펀드 베인캐피털과 일본 국책은행인 일본정책투자은행, 민관펀드인 산업혁신기구가 참여했다. 미국의 애플과 델 등도 막판 합류한 것으로 전해진다. 인수대금은 지난 6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당시보다 4000억엔(약 4조원) 늘어난 2조4000억엔(약 24조원) 수준이다. ◇최태원 회장, 불리한 상황에도 침착하고 일관성있게 대응= 초반부터 도시바 인수전은 SK에 불리하게 진행됐다. SK가 1차 입찰에서 제시한 금액은 경쟁자들에 비해 1조원 이상 적었다. 또한 한국이나 중국 등 인접국으로 반도체라는 핵심기술을 유출하는 것에 대해 일본 내 여론이 부정적으로 흘러갔다.최태원 회장은 2차 입찰은 다를 것이라며 의지를 불태운 뒤 조용히 반전카드를 준비했다. 최 회장은 지난 4월 기자들과 만나 도시바 인수전에 대해 "기업을 그냥 돈주고 산다는 개념에서 더 나은 개념을 생각해서 접근하겠다"며 도시바와 상생하는 인수방안을 암시했다. 이후 최 회장은 직접 일본으로 날아가 도시바 경영진과 면담하며 이를 구체화했다. 최 회장은 전환사채(CB) 방식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는 인력 구조조정과 기술 유출을 우려하는 도시바 경영진과 일본 정부를 설득하기 위한 최적의 방식으로 '승기'를 잡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6월초까지 불리하게 끌려가던 상황을 뒤집은 것도 최 회장의 결단이었다. 브로드컴이 막판까지도 인수자로 유력하게 거론됐지만 최 회장은 베인캐피털, 일본 민관펀드 산업혁신기구, 일본정책투자은행 등과 함께 '미일 연합'에 합류를 결정, 전체적인 판세를 뒤엎었다.고비는 또 있었다. 우선협상대상자에서 밀린 미국 WD(웨스턴디지털)이 소속된 '신(新) 미·일 연합'이 소송전을 펼치며 상황이 복잡하게 꼬여갔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이 때도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을 것"이라며 조급해 하지 않되 인수전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전했다.도시바는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 놓고도 그 뒤 이를 취소하고 새로운 파트너와 협상을 진행하는 등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며 안갯 속 형국이 이어졌다. 이때 등장한 것이 애플이었다. 웨스턴디지털, 훙하이정밀공업도 애플에 구애를 보냈지만 웨스턴디지털에 대한 불신이 강한 애플은 한미일 연합을 선택했다. 결국 SK하이닉스에 대한 애플의 신뢰가 인수전의 성공카드로 작용한 셈이다.◇도시바, SK그룹 내 반도체 계열사와 시너지 가능 낸드플래시도 도약 계기= 최 회장은 이번 인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자신이 전략적으로 육성했던 SK그룹의 반도체 사업을 보다 안정적으로 끌고나갈 동력원을 찾게 된다.지난 2004년 그룹 회장을 맡은 이후 최 회장은 에너지·화학 중심의 비즈니스만으로는 성장이 정체할 수밖에 없다면서 주변의 반대에도 하이닉스를 전격적으로 인수했다. 최 회장은 SK하이닉스 인수 이후 연구개발비를 대폭 늘리는 한편 인수합병에도 가속패달을 밟았다. SK그룹은 지난해 반도체 제조에 사용되는 특수가스(NF3·WF6·SiH4 등)를 생산하는 SK머티리얼즈를 인수했고 지난해 4월엔 SK에어가스도 가져왔다. 또한 일본 트리케미칼과 합작해 SK트리켐을 세웠고 이후엔 조인트벤처(JV)형태인 SK쇼와덴코를 설립했다. 올해는 반도체용 웨이퍼를 생산하는 LG실트론의 경영권 인수도 발표했다.도시바 반도체 부문 인수는 급속도로 몸집을 불려온 SK그룹 반도체 계열사들과 새로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의 반도체사업 확대전략은 현재와 같은 호황기엔 문제가 없지만 불황이 닥치면 수요처가 줄며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SK하이닉스가 지분참여를 하고 있는 도시바가 SK그룹 내 반도체 자회사들의 안정적인 수요처 역할이 되 줄 가능성이 크다.올해 2분기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도시바의 점유율은 삼성전자(38.3%)에 이은 2위(16.1%)였다.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은 10.6%로 업계 5위다. WD 점유율은 15.8%다. 업계 5위로 낸드플래시 시장 공략이 급선무인 SK하이닉스는 2위 도시바와 손잡게 되면서 기술력과 시장 지배력을 높일 기회를 갖게 됐다. 낸드플래시 메모리에 대한 원천기술을 가진 도시바 반도체와 협업을 통해 특허 분쟁 등도 피해갈 수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13년부터 반도체산업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며 본격적으로 키우고 있다. 투자규모만 20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한국기업과 2~3년 내 기술격차가 좁혀 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 때문에 도시바의 기술력이 중국 진영인 폭스콘에 넘어갔다면 추격이 더 빨라졌을 수 있다. 폭스콘은 3조엔에 달하는 가장 높은 인수금액을 제시했지만 한미일 모두 중국으로의 기술유출을 우려해 이를 막았다. 최 회장이 그림을 그린 한미일 연합 전선이 각국의 이해관계를 충분히 반영한 '적중카드'였던 셈이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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