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를 따라가는 소년의 꿈은 야심 차고 아름답지만, 현실적으로 잡을 수 없는 허망한 꿈이다. 대구·경북의 위상은 무지개보다 더 아름답고 웅장하다. 그런데 대구·경북의 소년은 갑자기 자신보다 못한 무지개를 따라 가자고 한다. 하지만 주민들은 그 무지개는 잡을 수도 없고, 잡아봐야 지금보다 못하다는 현실을 믿고 있다.
어린 시절 흥미롭게 읽은 무지개 소년은 포기하지 않고 따라 갔지만 결국 세월만 허비하고 돌아왔다. 바다와 노인은 85일 만에 청새치 한 마리를 잡았지만, 먼 길을 돌아오다 보니 앙상한 뼈만 남았다는 소설이 생각난다. 두 가지 이야기가 경험이라면 이해는 되지만, 선견지명이 있었다면, 그런 고생을 하지 않았을 것이란 것도 새겨봐야 할 교훈이다.
지금 대구·경북의 행정 난맥상을 바라보는 500만 시·도민의 답답한 심정을 이런 이야기로 비유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이제는 대구·경북의 행정도 평정심을 되찾고 순리적이고 합리적인 상생발전 방안을 강구 해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민주주의 국가는 국민의 뜻을 받들어야 하고, 지방자치·분권은 지역주민의 뜻을 받들어야 한다.
그런데 어찌하여 일방적인 관 주도로 주민을 압도하려는지, 경천동지 할 사태에 민심이 동요하고 있다. 더 이상 우격다짐으로 시·도민을 가르치려 들지 말라. 안 그래도 어려운 시기에 인내의 한계에 와 있다. 주민투표도 안 한다. 통합만 살길이다. 이렇게 안하무인격으로 독단만 부리다가는 배가 뒤집어 질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대구시의 일곱 색깔 무지개는 또 있다. 낙동강 취수원 다변화 사업으로 부산·경남지역과 똑같은 식수오염 대란을 극복하기 위하여 고육지책으로 상류이전, 식수전용댐 건설, 강변 여과수 개발, 무방류 시스템 도입 등을 다 각도로 연구하고 있으나, 한 가지도 이루어진 것이 없다. 무지개를 따라가기 바빴을 뿐 선견지명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 낙동강 수질은 정수를 하기 어려운 최악의 조건이다. 최상류에서는 제련소와 계곡 폐광산에서 카드뮴, 비소, 수은, 납 등 중금속이 유입되고, 안동댐에는 그 중금속이 51㎢의 드넓은 진흙 속에 1미터나 쌓여있다. 중류 지역에서는 4000여 종류의 화학물질을 사용한 260개 산업단지 폐수가 하루 50만 톤이나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이렇게 낙동강 510km 전 구간이 오염 범벅이 되어 있는 데다가 마이크로시스틴 녹조까지 창궐하여 도저히 식수로 취·정수 하기에는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그런 데도 대구시에서는 안동댐 취수를 맑은 물 하이웨이라고 무지개 소년처럼 감상에 젖어 있다. 댐 안에 고인 물이나 댐 방류수에는 중금속이 없다고 허공의 무지개를 잡은 듯하다.
2009년에도 안동댐 취수계획을 발표했다 1주일 만에 하천 유지수(농업용수) 부족 등의 문제로 철회되었던 것을 재탕 추진하는 것이나, 구미 취수계획을 30년이나 재탕 삼탕 했던 것이나, 2020년에 대구·경북 행정통합 홍역을 앓고도 또 다시 만병통치약이라고 우겨대는 대구·경북 행정 난맥상은 무지개 소년보다 못하다.
구미 상류에서 취수계획을 반대한 이유는 수량 감소와 오염농도 증가이므로, 그 문제를 보완할 수 있는 강물 선순환 방식이나 대체수원 개발 등 제3의 가능한 대책을 강구 하지 않고, 일방적 고집으로 지역 갈등만 부추겨오다가 또 다시 안동댐 취수라는 악순환만 시켜온 것이다. 지금이라도 실현가능한 대안을 강구해야 한다.
행정통합 또한 4년 전에 그렇게 소모적인 시행 착오를 겪었으면 백년대계의 국가적인 지방행정체제 개편방안을 연구ㆍ검토하여 법·제도를 마련하는 한편, 장기적인 목표로 시·도민의 중지를 모아서 민주적 절차에 따라 주민투표를 실시하고 행정구역 통합·연합이나 조정을 해나가는 것이 합리적인 것이다. 더 이상 무지개 행정은 환상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