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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뉴스 경제

“실패한 경제정책 반성 계기”

뉴스1 기자 입력 2017.10.10 14:45 수정 2017.10.10 14:45

행동경제학 노벨상 수상…전통경제정책 간과 ‘비합리적 선택’ 연구행동경제학 노벨상 수상…전통경제정책 간과 ‘비합리적 선택’ 연구

올해 노벨경제학상에 베스트셀러 '넛지(nudge)'의 저자인 리처드 탈러 미국 시카고대 경영대학원 교수(72)가 선정됐다. 행동경제학에 대한 탐구를 통해 개인의 의사결정이 갖는 비합리성을 경제학의 영역으로 끌어 올렸다. 국내에서는 아직 낯선 분야지만 올해 노벨상 수상을 계기로 정부정책 수립과 경제현상 분석에 행동경제학이 활발하게 응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합리적 의사결정을 이끌어 내기 위해 정부가 흔히 사용하는 규제와 인센티브의 효과를 되돌아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행동경제학 분야의 국내 대표적 학자인 최승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9일 과 통화에서 "경제학에서 인간은 매우 합리적·이성적이고 한치의 오차도 없이 의사결정을 하는 것으로 가정하지만 사람들의 행동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정부정책은 이와 다르다"며 "전통 경제학에 기반한 실제 정책 제언이 원하는 행동방식으로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탈러 교수의 전공인 행동경제학은 주류 경제학이 상정하는 '합리적 인간'을 부정하는데서 출발하는 경제학의 한 분야다. 경제주체들이 때로는 비합리적이고 감정적으로 선택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행동경제학 자체가 오래된 학문이 아니기 때문에 국내에 전공자가 많지 않을 뿐더러 국내 경제학과에는 강좌도 개설돼 있지 않다. 하지만 경제학과 심리학의 융합인 행동경제학은 최근 현실에 크게 적용되며 강조되고 있다. 김희삼 광주과학기술원 교수는 "정책 분야에 있어서도 규제나 인센티브를 동원하지 않아도 자발적인 선택에 의해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결과 낳을 수 있도록 정책적인 활용 가능성에 대한 인식을 시켜줬다는 점에서 행동경제학의 공로가 상당히 인정된다"고 말했다.행동경제학 분야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2년 심리학자인 다니엘 카너먼 교수가 수상한 이후 주류 경제학에서도 행동경제학에 대한 수용성이 높아져 있었다. 최 교수는 "2002년에는 인지심리학과 실험심리학 부분을 묶어서 상을 줬는데 이번에는 행동경제학 분야에 대한 단독 시상"이라고 평가했다. 양용현 한국개발연구원(KDI) 규제연구센터 제도연구실장도 "행동경제학이 최근에 각광받고 있어서 지금쯤 받을 때가 됐다"며 "카너먼 교수가 받은 노벨경제학상의 연장선상에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탈러 교수는 2008년 출간한 저서 '넛지'를 통해서 대중들에게 알려졌다. 그는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라는 뜻의 영어 단어 넛지를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이라는 뜻으로 사용해 인간의 심리적인 특성을 이해하고, 이에 맞춰 인센티브를 제공하거나 제도를 설계하면 적은 비용으로 특정한 행동을 유도할 수 있다고 풀이했다. 네덜란드 스키폴 공항에서 소변기 한가운데에 파리 한 마리를 그려 넣어 주변으로 새는 소변을 막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탈러 교수는 저서에서 공공 정책을 결정할 때 부드럽게 개입해 국민들에게 좋은 결과를 유도하는 '사회적 넛지'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담아 각국 정부의 정책 결정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외에도 탈러 교수는 경쟁에서는 이겼지만 그 과정에서 너무 많은 것을 투자해 결과적으로 많은 것을 잃는 현상을 뜻하는 '승자의 저주'도 집필했다. 이는 지난 1987~1990년 학술지 '경제학 전망(Journal of Economic Perspectives)'에 '이상 현상들(anomalies)'이라는 제목으로 기존의 경제이론으로 이해하기 힘든 현상들을 연재하는 특집을 게재한 뒤 엮은 책이다.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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