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 중 치매환자가 있으면 나이가 들어 유전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걱정에 대해 연구자들 사이에서 이견이 있지만 가족력으로부터 자유롭기는 어렵다.보건복지부지정 노인성치매임상연구센터에 따르면 전체 치매의 90%가량을 차지하는 알츠하이머형은 가족력에 영향을 받는다. 직계가족이 알츠하이머 치매에 걸리면 다른 가족이 똑같은 병에 걸릴 위험이 건강한 일반인에 비해 2~4배 높다.직계가족 2명 이상이 치매에 걸렸다면 발병 위험은 크게 증가한다. 알츠하이머 치매에 걸릴 확률은 부모나 형제 중 1명이 치매 환자이면 15~19%, 이란성 쌍둥이 형제가 환자이면 40%, 일란성 쌍둥이 형제가 환자일 경우엔 84%에 달한다.대다수 알츠하이머 치매환자는 유전자 돌연변이 없이 발생한다. 이런 유형의 '산재성(sporadic) 알츠하이머' 치매는 몸속 19번 염색체에 위치한 아포지단백(APOE) 유전자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이 유전자는 주로 노인성 치매에 영향을 미친다. APOE 유전자는 ε2, ε3, ε4 등 3개 대립유전자(아버지와 어머니로부터 하나씩 받은 유전자)가 있다. 몸속에 ε4 대립유전자가 1개 있으면 하나도 없는 사람에 비해 치매에 걸린 위험이 2.8~5.7배가량 높다. ε4 대립유전자가 2개면 치매에 걸릴 위험이 7.2~56.3배 더 높아진다. 윤영철 중앙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유전적으로 생기는 치매질환은 적은 편"이라면서도 "다만 알츠하이머형은 직계가족에 의한 영향을 무시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윤 교수에 따르면 치매를 일으키는 핵심 유전자로 PS1, PS2, APP가 있다. 이들 유전자가 돌변변이를 일으켜 생기는 알츠하이머 치매는 전체 환자의 5% 이내로 추정되고 있다. 젊은 치매환자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특성도 보인다.윤 교수는 "아포지단백 유전자가 있어도 치매에 걸리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며 "특별한 증상이 없다면 치매를 걱정해 유전자 검사를 받을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치매 등 퇴행성 신경계질환은 유전뿐 아니라 후천적 환경에 의해서도 병이 생긴다"며 "올바른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의사들은 치매를 일으키는 대표적 환경요인으로 담배를 꼽는다. 다수의 연구결과에서 담배를 피우면 치매에 걸릴 위험이 2배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또 고기를 자주 먹는 사람은 채식을 즐기는 사람에 비해 치매가 생길 위험이 높으며, 뚱뚱하면 치매 위험이 더 커진다. 혼자 사는 노인들도 가족과 함께 지내는 노인들보다 치매 위험이 높다.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