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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미지의 땅 ‘남극’에 주목하는 까닭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17.11.08 15:03 수정 2017.11.08 15:03

‘지구상에 남아 있는 마지막 원시 대륙’, 남극을 부르는 또 다른 이름이다. 1772년 영국의 탐험가 제임스 쿡에 의해 세계무대에 등장한 남극은 한때는 접근할 수 없는 얼음의 땅으로만 여겨졌으나, 오늘날에는 남한 면적의 140배에 이르는 면적과 막대한 양의 지하자원, 생물자원을 보유해 세계 각국이 다투어 진출하려 하는 기회의 땅이 됐다. 서울에서 남극 세종기지까지의 거리는 무려 1만7240km로, 서울과 부산 간 거리의 약 40배에 이른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러한 먼 거리에도 불구하고 1970년대 크릴 시험 조업으로 처음 남극에 발을 들인 뒤 1988년 ‘세종과학기지’를 설립하고 이어 2014년 남극 대륙 동남쪽에 ‘장보고과학기지’를 설립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해왔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남극에 둘 이상의 연구기지를 건설한 열 번째 나라로 이름을 올렸으며, ‘남극 빙붕 위 흐르는 강이 해수면 상승을 늦춘다’라는 연구결과를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인 영국 네이처(Nature)紙 2017년 4월호에 게재하는 등 쾌거를 이루며 남극 탐사의 선도적 국가로서 입지를 확보해나가고 있다. 우리나라가 이렇게 남극 연구를 주도하는 국가 반열에 당당히 오르게 된 것은 영하 30도를 넘나드는 혹독한 추위에서 과학기지를 지키며 일 년의 시간을 보내는 월동대원들의 노고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우리나라는 남극 세종과학기지와 장보고과학기지에 각각 30차와 4차에 걸쳐 매년 월동연구대를 파견해왔다. 이들은 최저온도 영하 39도에 순간 최대 풍속이 초속 약 50m 이르는 극한 환경 속에서도 몸을 사리지 않고 연구 활동과 기지 운영 임무를 수행해 왔다.지난 6월에는 남극 세종과학기지의 한 대원이 지속적인 목의 통증을 호소해 정밀검사를 위해 본국 귀환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으나, 동료들과 끝까지 함께 임무를 완수하고 싶다는 의지를 보여 칠레 공군측의 도움을 받아 인근에 위치한 푼타아레나스 지역에서 검사를 받고 현재 순조롭게 회복 중이라는 반가운 소식도 있었다. 우리는 이렇게 남극과 생사고락을 함께하며 우리나라 극지연구의 위상을 높이는 데 일조하는 그들의 노고를 기억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정부에서는 남극 연구와 활동을 보다 체계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매 5년마다 연구계획을 수립하여 추진하고 있으며, 올해 ‘제3차 남극연구활동기본계획(2017~2021)’을 수립했다.이번 3차 기본계획에서는 ‘인류공동의 현안해결에 기여하는 남극연구 선도국’ 이라는 비전 아래 기존 연구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 수준 높은 연구과제들을 수행할 계획이다. 먼저, 남극 연구의 지평을 확대하기 위해 남극 해빙에 따른 해수면 상승 예측 등 전지구적 환경변화에 대응하고 남극 내륙 진출을 통한 새로운 연구영역 개척을 추진한다. 또 남극 세종기지 증축 등 연구 인프라를 고도화하고 전문연구인력 양성 및 체험행사 등을 통해 남극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이 외에도 국제협력 관계를 구축해 남극연구에 대한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남극특별보호구역 등에 대한 환경 모니터링 등을 지속해 국제사회에서 남극 연구의 선도적 역할을 감당할 수 있는 기반을 쌓아갈 계획이다. 누군가는 얼음덩어리에 불과한 남극 땅에 기지를 세우고, 극한 상황에서 연구활동을 펼치는 이유가 무엇인지 의아해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남극은 분명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 남극 빙하 속의 수십만 년 전 대기성분과 기후정보는 향후 기후변화의 문제 해결의 열쇠가 되어줄 것이며, 아직 개발의 손이 닿지 않은 남극의 다양한 자원들은 우리의 미래를 보다 풍요롭게 해줄 것이다. 남극에 위치한 우리기지의 이름처럼, 해양수산부는 과거 바다무역을 주도했던 해상왕 장보고의 진취적인 기상과 세종대왕의 과학적 창의성을 이어 받아 앞으로도 남극에서의 적극적인 연구와 탐사를 이어나갈 계획이다.이를 통해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서 인정받는 극지연구 강국으로 발돋움하고, 글로벌 해양강국으로 가는 길에 한 걸음 더 다가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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