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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조기완승(早期完勝)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17.11.21 13:07 수정 2017.11.21 13:07

음력 정월보름 무렵, 마을 이웃집·가족(일가친척)·계모임(친목단체)등에 척사대회(윷놀이)를 실시하는데 또야! 모야! 하고 외치는 응원소리가 매우 활기차 보인다. 윷놀이에 이기자면 필요한 사리가 제때 나와야 되지만 큰 사리만 나온다고 이기는 것은 아니다. 필요할 때 마다 큰 사리가 절묘하게 나와야 윷말판세가 풀린다. 윷놀이 큰 사리 못지않게 윷말을 잘 놓아야 한다.1980년대 중반, 필자가 문경고등학교(문경읍 소재) 교사로 근무할 때 점촌침례교회 제2남전도회(형제회)소속 남자 장년신자들이, 제2남전도회 회장인 김정식 장로댁에서 저녁식사를 같이하고, 간단히 찬송과 기도를 마치고. 본격적 게임인 윷놀이에 올인하게 됐다. 필자는 제2남전도 회에선 나이가 가장 적은 축에 들었다. 내가 편 갈라 윻놀이 하는데 중간 쯤 윷놀이를 하게 됐다. 두 편으로 갈라 한 팀에 한 명씩 나와, 서로 대결하여, 이긴 사람이 많은 조가 최종 승자가 되도록 정해 놓았다. 내가 윷놀이를 하게 된 것은 양 팀이 한창 열기가 달아오를 무렵이었다.내가 맞상대한 윷놀이 주자(走者)는 우리 회에서 가장 머리가 우수하다는 고종태 회원(집사)이었다.고종태씨는 경북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경북대 법학과를 졸업한 엘리트였다. 나는 문교부 중등준교사 고시검정 합격자로, 자타가 똑똑하다고 인정을 하는 만만찮은 인사(?)였다. 나는 첫 판에 또가 나와 윷말을 놓았다. 둘째 판에 또 또다. 한칸 옮겨 개길에 놔도, 상대방이 개만치면 끝장이다. 개자리로 옮기지 않고, 또 자리에 두동을 구었다. 다행히 상대방이 걸을 쳐서, 또자리 두동이 무사했다. 셋째판에도 또를 해서, 또자리에 석동이 움츠리고 앉았다. 이번에도 고종태집사는 개를 하여 또 자리 내윷말 석동은 살아 남았다. 이쯤되면 내가 네 번째 윷가치를 던졌을 때는 큰사리(윷·모)가 나와 멀리 뛰어야 하는데, 또 또가 나와 이판사판인 셈치고, 또 자리에 내 윷말 네동이 또아리를 틀었다. 이번에도 고맙게 고집사님은 또를 치지 못했다. 다섯 번째 윷가치를 잡았을 때는 신경이 쓰였지만, 모든 걸 운명에 맡기고 윷가치를 힘껏 내던졌다. 낙은 안되도록 유의를 하면서….좌중의 눈길이 내 윷가치에 집중 됐다. 다섯 번째 내친 윷가치는 뒤또를 쳐서, 우리편에선 우레같은 박장이, 반대편에선 선불맞은 짐승(?)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드디어 상대방의 추격을 완전히 따돌리고 졸업식장(윷말판종착역)에 안착했다. 고집사가 윷가치를 쳤지만, 적절하지 못한 사리로, 팔도강산을 유림하는 격이었다. 내가 여섯 번째 윷가치를 집어 들었다. 다시 뒷또(Back또)가 나오면, 출발선으로 이동하여 떼죽음을 당할 처지가 될 것이다. 내가 여섯번째 던진 윷가치는 개였다. 나의 파트너인 고집사님은, 한동도 못났는데, 나는 덕동이 한꺼번에 나는, 윷놀이를 할 때 연달아 ‘4모1윷1걸’을 하면 6번 윷가치를 던져 가장 빠르게 이기게 된다. 이런 경우는 거의 없고 가정(상상)일 뿐이다. 그런데 내 경우엔 큰 사리(모·윷)는 한번도 못하고 ‘4또 1뒷또 1개, 로 넉동이 동시 졸업장을 받았으니, 예수의 기적이 20세기에 내 윷가치를 통해 재현(!)된 것이다. 제2남전도회 회원제현(諸賢)들이 평생을 살아오면서, 이런 윷놀이 쾌승(快勝)은 처음 봤다고 감탄사를 연발했다. 나는 사회과(역사)교사로는 지극히 어려운 중등(중·고등)교감 강습에 차출이 되고, 국공립 중·고등학교 교장직도 5년이나 맡았다. 과감하게 윷말을 놓듯, 나는 절대로 무리한 인생목표를 설정하지 않았다. 내 능력에 맞는 목표(중등교사 준교사 고시검정합격·중앙일간신문 신춘문예당선)를 설정하여 100% 조기달성을 했다. 윷놀이는 고조선 다음으로 역사가 오랜 부여에서 목자(牧者)들 사이에 유행했다. 또(돼지)·개(개)·걸(코끼리)·윷(말)·모(소)는 짐승들 이름이다. 부여는 왕밑에 사출도(구가·저가·마가·우가)가 있는 연맹왕국으로, 흉년이 들면, 왕이 축출되고, 죽임을 당하는 왕권이 미약하여, 고구려 문자명왕에게 망하고 말았지만, 부여에서 유래한 윷놀이는 요사이도 죽지 않고 살아남아 국민들에게 즐거운 게임이 되고, 팀웍을 북돋아 준다. 이 룰을 적는 나도, 근년 몇 년간은 윷가치를 던져 보지 못했다. 그렇지만, 윷놀이 조기완승(早期完勝)기억은 서른 몇 년이 지냈지만, 어제처럼 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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