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충원 계획 모호…비정규 양산 가능성↑”교육부가 오는 2022년을 목표로 고교학점제 전면도입을 선언했지만 정작 교육현장에서는 실현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학생들이 원하는 다양한 과목을 가르칠 교사가 태부족인 상황에서 이 문제를 해소할 교육부의 교사확보 방안도 다소 불투명하고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고교학점제 도입 로드맵을 발표하며 "고교학점제를 위한 교사 수 확대는 아주 중요한 만큼 핵심적으로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라며 "현재 학교별 정원 외 기간제교사 인원을 정원 내로 포함해 교사정원을 확대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정원 외 기간제교사는 정교사 미발령에 따라 임용하는 계약직 교사를 말한다. 정원 외 기간제교사 채용을 축소하고 대신 정교사 정원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중현 교육부 학교정책실장은 "좀 더 안정적인 교사수급과 학습의 질을 담보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고교학점제는 대학처럼 고교에서도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듣는 제도다. 학생들의 과목선택 수요를 대부분 소화하려면 교사 확대는 필수다. 교육부는 고교학점제 연구·시범학교(2018년부터 도입) 운영과 관련 정책연구 등을 통해 필요한 교사의 수, 비용 등을 산정한다는 계획이다. 따라서 고교학점제 도입으로 충원해야 할 교원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돈이 얼마가 드는지도 아직 불분명하다. 이중현 실장은 "학령인구 감소추이, 학교별 학생들의 과목선택 분포 등 좀 더 면밀한 검토를 진행해 교사 확충 여부를 구체적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하지만 교육부가 내놓은 방안에 대해 교육현장에서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핵심은 교사 증원계획이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이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참교육연구소장은 "정부가 지난달 공공부문 일자리 확충의 일환으로 교사 2만명을 늘리겠다고 발표했었는데 확대수요 대부분이 유치원·특수·비교과교사였다"며 "고교학점제를 실현해야 할 교사들은 대부분 교과전담교사들인데 현재 교육부가 충원계획에도 포함되지 않은 교사들을 어떻게 늘릴 수 있는 것인지 정확지 않다"고 말했다.고교학점제를 위한 정규교사 채용확대 가능성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나타냈다. 송재혁 전교조 대변인은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선택 수요가 해마다 달라지기 때문에 정규교사를 덜컥 늘릴 수는 없을 것"이라며 "정규교사보다는 비정규직 교사를 양산할 가능성이 더 커보인다"고 말했다.교사 증원과 관련 예산을 결정하는 관계부처와의 협의가 쉽지 않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김재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공무원인 정규직 교사를 늘리려면 관계부처인 행정안전부·기획재정부와 교사 증원·예산 등을 협의해야 하는데 현재 두 부처는 학령인구 감소 추세를 감안해 정원 확대에 신중한 기조를 보이고 있다"며 "교육부가 이를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지에 대한 복안도 구체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뚜렷하지 않은 교사 양성계획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표했다. 김 대변인은 "오는 2022년 도입이 목표라면 내년부터라도 당장 고교생들이 개설을 희망하는 과목을 대략이라도 파악해 교대·사범대생을 양성해야 하는데 이런 구체적인 대응책이나 밑그림도 다소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여기에 기간제교사들까지 반발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국기간제교사모임 관계자는 "고교학점제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정원 외 기간제교사 수요를 정원 내로 전환한다는 것은 기존 정원 외 기간제교사들의 고용상황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뜻과 같다"며 "좀 더 구체적인 계획을 지켜봐야겠지만 가뜩이나 고용이 불안한 기간제교사들이 이러한 정책으로 피해를 보지 않도록 관련 대책도 반드시 반영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중현 실장은 이에 대해 "고교학점제는 문재인정부의 핵심공약"이라며 "교육부는 물론 관계부처와 협의해 현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