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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KB·하나 지배구조 고쳐라” 깨알 지시, 전방위 압박

뉴스1 기자 입력 2017.12.17 13:46 수정 2017.12.17 13:46

경영유의 제재 통보, 자율 개선이라지만 사실상 강제경영유의 제재 통보, 자율 개선이라지만 사실상 강제

금융감독원이 KB금융과 하나금융에 지배구조를 고치라고 공식 통보했다. 문제점을 이렇게, 저렇게 고치라고 조목조목 제시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연이어 현직 회장들의 '셀프 연임'을 경고한 이후 금융지주에 대한 압박 수위가 연일 높아진다. 금융수장들은 "특정 회사나 특정인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고 선을 긋지만, 연이은 경고 발언과 개선안 제시가 도를 넘은 관치라는 비판은 더 들끓고 있다.금감원은 지난 12일 금융지주 지배구조를 검사한 후 KB금융과 하나금융에 '경영유의'를 통보했다. 경영유의는 금융회사에 주의와 자율적 개선을 요구하는 행정지도 성격의 제재다. KB금융과 하나금융 모두 회장 후보 추천, 후계자 양성, 사외이사 독립성 등을 개선하라는 권고를 받았다.금감원이 공표한 경영유의 제재 내용은 매우 구체적이다. 최근 연임한 KB금융 윤종규 회장과 3연임에 도전하는 하나금융 김정태 회장의 실명을 언급하지 않았을 뿐, 사실상 이 둘을 겨눴다. 금감원은 하나금융에 대해 "최고경영자 내부 후보군은 그룹 핵심 포지션 담당 임원과 핵심 인재 후보군 중에 탐색하게 돼 있으나, 자의적으로 운영될 소지가 있다."며 개념을 명확히 하라고 밝혔다. 과거 회장추천위에서 후보군으로 선정됐던 일부 후보가 그다음 회추위에서 특별한 기준 없이 제외됐다는 예까지 들었다.또한, "내·외부 후보군을 대상으로 최종 후보군·후보자를 선정할 때 구체적·객관적 기준과 절차를 따라야 하지만, 현 경영진이 후보군에 들어가면 자칫 불합리한 심사가 이뤄지는 것으로 오인될 우려가 있다."며, "지주사 회장은 CEO 후보군으로 포함돼 회추위에 참여하는 반면, 일부 사외이사는 배제돼 승계절차의 공정성이 훼손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KB금융지주도 거의 같은 경고를 받았다. 금감원은 "KB그룹의 내규에 따라 특별한 이해관계가 있는 상시지배구조위원회 위원은 의결에 참여할 수 없는데도, 잠재적 회장 후보군이 경영 승계절차·후보자군 선정을 관장하는 지배구조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회장 후보자군에 들어가 있거나 포함이 유력한 이해 상충 소지가 있는 이사는 선정 과정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권고했다.이런 경영유의 제재 내용은 연임하려는 현직 회장이 회장추천위에 들어가 영향력을 행사하며 '셀프 연임'을 한다는 최종구 위원장과, 최흥식 원장의 발언을 공식적인 제재로 명문화한 것이다. 사외이사가 견제·독립성을 잃고 현직 CEO에 휘둘리고 경쟁자가 될 만한 후계자가 나오지 못하도록 환경을 조성한다는 취지의 지적도 고스란히 '사외이사 선임 객관성·투명성 강화 필요', '후계자 양성 내실화' 등 명목으로 경영유의에 담겼다.지금까지 장기 연임을 노리는 일부 CEO가 자신의 입맛에 맞게 이사회를 꾸리고 경쟁자를 밀어내는 일이 있긴 했었다. 금융당국도 이런 문제점을 겨누고 있다. 그러나 금융그룹들은 지배구조법과 주주총회 등 절차와 제도를 따르고 있는데도 시시콜콜 지적하는 경영유의 제재는 도를 넘은 간섭이라는 비판도 여전히 나온다.한 관계자는 15일 "금융수장들이 강도 높은 발언으로 분위기를 조성해 금융회사들의 입을 막아놓고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하는 셈."이라며, "내부에서 자율적으로 조치할 내용까지 당국에서 찍어서 내려 보내는 게 관치가 아니고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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