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해외 주재 외교관과 외화벌이 일꾼들의 잇따른 잠적과 망명에 감시와 통제를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엘리트 계층의 이탈을 막기는 쉽지 않을 거라는 관측이다. 21일 정보 당국 등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달 중순께 태영호 주영 북한 공사 가족이 자취를 감춘 이후 해외에 머물고 있는 외교관 가족과 외화벌이 일꾼 가족 등을 대상으로 소환령을 내렸다. 이는 해외 주재 간부들이 연이어 가족 동반으로 자취를 감추자 나머지 주재원들의 동요를 차단해 탈북 사태 확산을 막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한 해외 북한식당과 무역상사, 공관 등을 대상으로 한 기관별 해외 검열단을 급파해 사상 검증 등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은의 비자금 등을 전담하는 노동당 39호실과 내각 외무성에 대한 북한 당국의 대대적인 검열도 진행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아울러 대대적인 해외 주재원 교체가 단행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처방으로는 탈북 사태를 막아내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해외에 있던 북한 주재원의 탈북은 김정은 체제 들어 부쩍 늘었다. 2013년 한 해 8명에 불과했던 탈북 주재원은 이듬해 18명, 지난해의 경우 10월까지 20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김정은 체제에서는 출신 성분이 좋고 고위층이라고해서 자녀의 미래가 확실하게 보장되지 않아, 엘리트 층 내부에서 불안감이 계속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김정은 위원장의 '충성 강요'를 위한 예측 불허 인사 방식도 북한 체제에 대한 염증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해외 생활 기간이 오래될 수록 자유민주주체제에 대한 동경이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이런 점 등으로 인해 외교관 등 해외 주재원들과 고위층에서의 탈북이 계속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특히 자신은 물론 자녀들의 미래를 위해 가장 필요한 '달러'를 챙기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 중 외화 벌이나 자금을 만지는 관리들이 탈북의 유혹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받는다는 분석이다.최근에는 태 공사 가족뿐 아니라, 러시아 주재 북한대사관에서 근무하던 3등 서기관 김철성도 제3국을 거쳐 망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에서 20년가량 노동당 자금을 관리하던 북한 주재원도 수십억원의 자금을 챙겨 자녀와 함께 제3국으로 잠적, 현지 당국의 보호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사정에 밝은 한 대북 소식통은 "탈북 사건이 발생하면 외교관이나 해외 주재원에 대한 사상 교육과 검열이 엄청 강해진다. 가족 동반 등을 제한하는 경우도 있다"며 "그래도 북한에서 힘 좀 있다는 사람들은 자녀를 데리고 나오는 등 하고 싶은 일을 다 한다"고 말했다. 북한 내부적으로 출신 성분에 대한 대우가 예전만 못하면서 자녀의 미래를 걱정하는 '금수저'들이 탈북을 결심하는 경향도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에서 성장한 자녀들이 북한 체제에 거부감을 느끼는 것도 영향을 미친다는 관측이다. 태 공사의 경우 둘째 아들이 해외에서 줄곧 자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 태 공사 사건 이후 당국의 검열이 강화됐음에도 가족 동반 망명을 생각하는 해외 주재원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대북 소식통은 "태 공사 전에도 수십 명의 해외 주재원이 탈북했는데, 북한이 엄청난 단속을 벌였다면 결코 탈출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북한 당국의 단속이 큰 변화를 주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