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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정부 안보·통상 美와 정면충돌하나

박선애 기자 입력 2018.02.26 13:38 수정 2018.02.26 13:38

▲ 천 상 기 경기대 언론학 초빙교수 / 한국신문방송편집인클럽 고문


한 미 간 대북정책 이견에 통상 앙금 겹치면 치러야 할 대가는 예상 외로 클 수도 있다. 한 미 통상 마찰의 불씨가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문제로 옮겨 붙을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청와대는 "안보와 통상은 별개"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한국의 대북정책에 대한 미국의 우려에 통상마찰에 따른 앙금이 더해지면서 양국간 안보이슈도 어떤 형태로든 타격 받을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한 미 간에는 북핵 협상, 남북 정상회담, 한 미 군사훈련 등 민감한 안보 사안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
안일한 태도로 한 미 관계를 다룰 경우 우리가 치를 대가는 예상외로 커질 수 있다. 한 미 동맹을 공고히 하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이 될 수 있는 요소는 북핵 문제다. 양국 간 입장 차로 북핵 대응 공조 체제에 균열이 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리 정부는 미 북 대화를 중재하고 이를 추동력 삼아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며 북 핵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협조를 얻는 것이 우선 과제다. 하지만 한 미 간 안보 소통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는 "아직 한 미 정상 통화는 예정돼 있지 않다"고 했다.
미국은 오히려 북한에 대한 '최대 압박'을 강조하고 있다.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은 "북한 독재 정권이 핵 미사일 프로그램을 완전히 끝낼 때 까지 최대 압박을 계속 가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반면 우리 정부는 북한을 의식해 '핵 미사일'이나 '비핵화' 언급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북한은 노골적 '통남 봉미' 전략을 꺼내 들었다.
"미국과는 대화할 생각이 없다"며 한 미 양국을 갈라놓는 모양새다.
전직 외교부 관리는 "미국으로선 우리 정부가 핵 미사일 문제를 빼놓고 북한과 대화하려는  것으로도 의심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대미 외교에 신경을 쓰지 않으면 남북정상회담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핵 문제 외에도 한 미 양국 간엔 함께 해결해야 할 민감한 안보 현안이 많다.
당장 다음 달에 시작하는 한 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북한이 주시하는 4월 한 미 연합 군사훈련이 대표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대선 때부터 주한 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대표적 '불공정' 사례로 지적하며 "왜 미국이 막대한 돈을 들여 부자 나라인 한국을 지켜줘야 하느냐"고 했다.
철강 관세와 같은 '돈 문제' 라는 맥락에서 미국의 압박이 과거보다 훨씬 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우리 정부는 주한 미군 주둔 비용으로 연 9,500억원을 부담하고 있는데, 미국은 이번 협상에서 상당한 증액을 요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평창올림픽 때문에 연기된 한 미 군사훈련 재개 여부도 양국 관계의 주요 변수다. 북한이 '완전한 중단'을 요구하면서 재연기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지만, 미국은 "연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북 미 대화만 계속 얘기할 것이 아니라 이른바 '평창 구상'을 포함한 우리의 외교노선이 뭔지 미국에 똑똑히 설명하고 이해를 얻어야 진정 우리가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대통령은 미국의 보복 무역 공세에 대해 "당당하고 결연히 대응해 나가라"고 지시했다. 당당하고 결연하게는 안보나 정치에 쓰이는 수사이지 경제문제에 쓰이는 용어가 아니다. 이해득실을 주고받는 경제 논리에는 당당한 것도 결연한 것도 없다. 협상의 결과로 손해를 줄이고 이익을 더 크게 만들 수 있느냐가 문제다.
미국이 최근 보호무역 공세에서 한국을 표적으로 하는 것도 심상치 않다. 이미 미국은 한국산 세탁기, 태양광 패널 등에 세이프가드를 발동했고 한국이 최대 피해자가 될 철강 관세 폭탄 계획까지 발표했다.
한국보다 훨씬 더 거대한 대미 흑자를 내는 일본은 이 공세에서 빠져 있다. 우리의 대미 관계 전반에 경고등이 켜진 것으로 봐야 한다.
한국은 외교로 영토와 주권을 지키고 통상으로 먹고 살아야 하는 나라다. 문 정부는 사드 보복 때 중국에 항의 한번 제대로 한 일이 없다. 당시 중국의 보복은 명백한 WTO 규정 위반이었지만 끝내 제소하지 않았다. 그러다 중국보다 국력이 압도적으로 큰 미국을 상대로는 당당하고 결연하게 대응하겠다고 한다. 균형이 맞지 않으면 넘어진다.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문재인정부의 '대북운전자론'이나 중국과 관련한 '사드 3불정책'은 미국과의 관계를 껄끄럽게 만든 게 사실"이라며, "현실 국제정치에서는 통상과 안보가 분리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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