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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 없이 남-북, 미-북대화 이뤄질까…

박선애 기자 입력 2018.03.05 13:34 수정 2018.03.05 13:34

▲ 천 상 기 경기대 언론학 초빙교수 / 한국신문방송편집인클럽 고문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북대화의 물꼬가 트였다. 북의 제의를 받아드려 3차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됐다. 미국과 북한 간 대화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북한의 입장을 보면 대화를 이어가기 쉽지 않을 것 같다. 미국은 "조건이 맞는다면(right condition)" 북한과 대화 하겠다는 입장이다. 백악관은 북한과 대화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란 목표를 갖고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북한은 핵 보유국 지위를 갖고 대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북한의 태도는 그간 정부가 밝힌 북한 대표단의 대화내용, 즉 북한이 미국과 대화할 의사가 있다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정부의 발표내용으로만 보면 대화를 거부하는 것은 미국이지 북한이 아니라는 인식을 만든다. 상황과 문제의 본질이 왜곡된다.
비핵화를 전제로 한 대화와 핵 지위를 인정하고 시작하는 대화 간에는 본질적으로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정부가 왜 사실대로 대화 내용을 발표하지 않은 것인지에 대한 합리적인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대화의 필요성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다. 일면 그런 심정을 이해하면서도 처리과정은 너무나 서툴렀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고 대화로 나온 것은 상황이 자신에게 불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북한에 끌려가는 모습을 보인 것은 정말 아쉽고 이해하기 힘들다.
정부는 미국과 북한 사이를 '중재'하거나 '중매'한다고 한다.
미국에 대해서는 비핵화의 조건을 낮출 것을 요청하고 북한에 대해서는 비핵화에 관한 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중재나 중매라는 개념이나 용어가 타당한 것인지에 의문이 든다.
일단 이는 문 정부가 주장해온 '한반도 운전석론'과 맞지 않는다.
핵 문제를 우리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과 북한 간 문제로 규정하고, 제3자의 입장에서 둘 사이를 조정하고 중재한다는 것이다. 당사자 지위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다. 핵 문제는 우리의 안보에서 핵심적인 위협이자 도전인데 이를 미국과 북한 간 대화와 협상의 장으로 넘긴다는 발상은 '운전자론'을 주장했던 정부가 취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을 가지게 된다.
우리는 미국, 나아가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통해 북한 비핵화를 추구해야 한다.
정부는 그 동안 "북한과 비핵화 관련 대화를 했다" "북한이 미-북 대화의지를 밝혔다"는 식으로 앞뒤 맥락 없는 단편적 내용만 흘렸다.
'비핵화 대화가 있었다'는 것과 '비핵화 얘기는 했지만 북이 핵 보유국 지위를 인정하지 않으면 미국과 대화하지 않겠다고 했다'는 완전히 정반대로 하늘과 땅 차이다. 이 정부는 뒷부분은 빼고 알렸다.
북이 마치 비핵화 대화 의사를 갖고 있는 것처럼, 대화가 진전되는 것처럼 보이도록 거짓 쇼를 한 것 아닌가.
한미 대통령의 통화에 관한 백악관 발표문에는 '대북 특사'란 단어가 없었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과 남북대화와 관련된 진전 사항을 설명했다" "두 정상은 긴밀한 조율을 유지하기로 약속했다"는 표현만 들어갔다.
걱정스러운 것은 한.미 간의 틈이다. 이번에도 양국 정상 통화 내용 발표가 초점이 달랐다. 청와대는 북한과 대화를 이어나가는 걸 강조 했으나 백악관은 대화의 목표는 오직 북핵의 완전하고 확실한 폐기 뿐이라고 했다.
평창 동계올림픽폐막식에 참석한 김영철 북한 통일 전선부장은 핵 포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북한은 여전히 핵 보유국으로 인정받아 미국과 군축회담을 하겠다는 생각을 버리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김정은과 북한은 20여년간 모든 걸 쏟아부어 핵을 개발했다. 김여정이 문대통령에게 "평양에 빨리 오시라"며 남북 정상회담 초대장을 전달한 것은 북이 핵 포기 없이 미국과 협상할 수 있도록 한국이 거들어 달라는 요청이다.
한국 정부가 북과 한편이 돼서 '핵 있는 평화'를 받아들이도록 미국을 설득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도 '비핵화 VCID 원칙'을 거듭 강조 했다. 적어도 북한이 비핵화 문제를 테이블에 올릴 수 있어야 탐색 대화가 가능하며, 협상의 목표는 완전한 비핵화로 분명히 못 박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대북특사는 남북 정상회담 논의 아닌 비핵화를 촉구하는 강단 있는 목소리를 김정은에게 들려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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