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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평범(平凡)한 것

안진우 기자 입력 2018.03.19 18:43 수정 2018.03.19 18:43

1962년 8월 14일, 동아일보에 뽑힌 ‘고향길’로부터 치면, 내가 시를 지은 시력(詩歷)이 56년이 된다. 중앙지지(中央紙誌)에 첫 발표가 내 나이 만20세였다.
내가 시를 지을때는 허름한 옷차림으로, 이면지같은 것에 편안한 마음으로 시를 긁적인다. 시도 비교적 쉽게 쓴다. 난산(難産)이 아니고, 대부분 순산(順産)이다. 내 시를 즐겨 읽으시는 마음의 동반자들이 고생하시는 일이 없도록 세상에서 가장 평이하면서도 재미있는 시가 되도록 배려를 하는 편이다.
내가 세상에 태어나기도전에 아버지(김덕출님)가 1941년 7월일, 한 여름에 낙엽이 되셨다. 나는 아버지를 뱃속에서 여의고, 꼭 6개월뒤인 1942년 1월 14일에 태어났다. 우리 애기들(전라도식 표현)에게 좋은 아버지가 되기 위해 각별히 노력한다.
 시 ‘평범한 것’은 둘째 아들의 어릴 때 있었던 일을 그 날 곧바로 적은 것이다.

'평범한 것’
아이는 전등불을 한사코 꺼라고 한다.
불이 켜져 있으면 숙면할 수 없다고 한다.
아버지는 그래도 그대로 불을 켜놓는다.
잠자는 아이의 평화로운 모습을
어둠속에 묻어 놓기 싫어서다.
나의 어린 시절엔
나의 잠자는 모습을 지켜볼
아버지가 안 계셨다.
아이는 알고 있을까
잠자는 제 모습을 흐믓이 지켜보는
아버지가 옆에 계시는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를.
아이의 잠자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면
내 마음도 아이처럼 평안해진다.
아이의 잠자는 모습을 지켜보는
아버지는 세상에서 더 없이 행복하다.
(1992.10.27.作)

지난 한 겨울을 되돌아보며 ‘성에 낀 아침’을 만날까나.

성에 낀 아침
간 밤은
너무 추워
하느님도
밤잠을 한 잠도 못 주무신가 보다.

아침에 일어나니
집집마다 유리창에
하느님이 손가락으로
아름다운 성에꽃을 그려 놓았다.

비오는 날
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지난날을 추적하듯…
비에게 추적당하여
발자국마다 고인 빗물.
발자국이 동동 뜬다
(2016.6.30.)

-봄비가 이 땅을 촉촉이 적셔줄 봄날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다.
(2018.3.14. 21시 45분)

▲ 김 시 종 시인 / 국제PEN클럽 한국본부 경상북도 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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