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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똥 수목장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18.04.16 18:11 수정 2018.04.16 18:11

내가 47년 양견경력(養犬經歷)에 15년을 넘긴 개는 ‘차돌이’ 한 마리 밖에 없다. ‘차돌이’는 정확하게 우리집에서 태어나(2002년 10월 28일 10시경), 15세 4개월만인 2018년 3월 19일 에 우리집을 벗어나 실종됐다. 3월 19일 10시경 가출(家出)하여, 5분 뒤 골목을 샅샅히 뒤졌지만, 종적이 묘연했다.
평소 자주 출몰하는 개도둑의 소행으로 불길한 예감이 든다. 차돌이가 만 15세를 넘기자, 나에게도 불안한 생각이 든다. 차돌이가 생을 마무리하면, 어느 화장장에 맡겨 뒤처리를 하고, 잿가루는 어느 나무밑에 수목장을 해야 하는 문제를 생각해보았다. 방정 맞은(?) 그런 생각을 한 지 얼마 안되어, 차돌이가 갑자기 실종되고 말았다. 9세가 넘으면 노견(老犬)이 된다. 각별히 개를 기르는데 신경을 써주어야 한다.
수캐 차돌이도 몇 년 전부터 잔등(등허리)에 조그만 종기가 생겨, 하루를 안 뻬먹고 종처에 연고를 바르고 치료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등허리에 연고를 발라주면 표정이 좋아, 신통방통하다.
차돌이가 실종되고 나서 나는 고기를 먹어도 즐거운 줄을 모른다. 나 혼자 챙기는 고기는 돌을 씹는 맛이다. 애견(愛犬)을 돌연히 여윈 아픔을 일간신문에 싣는 칼럼에 나타낸다. 가슴은 바작바작 타고 있다. 연기는 나지 않지만.
내가 차돌이를 잃고 적은 애견석별기(愛犬惜別기記)을 읽고, 여류명사 김수명씨가 위로를 해주셨다. 김수명 여사께서도 지난 날 10년이나 기른 애견(愛犬)을 잃어 크게 상심한 적이 있다고 하셨다. 나의 아픔에 동참해주셔서 너무 고맙다. 차돌이를 잃고 차돌이 복원사업을 생각하다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22년전에 집에 키우던 ‘하나’와 그 새끼 ‘범이’를 어머니께 개소주를 만들어 드렸다. 평소 영리하던 하나는 개소주집 오토바이를 타지 않으려 몸부림을 쳤다. 효도하기 위해 애견의 몸부림을 외면해야 했다.
그 일이 너무 가슴에 짠하여 그 이튿날 당시 교감이던 나는 산양중학교 봄 소풍날 우본못가에 서 있는 후람한 후박나무 밑에서 씨가 떨어져 자란 후박나무 새끼나무를 네 그루 캐다가 우리집 텃밭에 심었다. 후박나무가 자라, 청순한 후박꽃을 피우자, 애견 ‘하나’가 환생한 듯 너무 반가웠다.
실종된 차돌이가 겨우내 뒤본 것을 하나 기념 식수한 후박나무 한 그루에 모아 놓았다. 차돌이는 평소 워낙 소식(小食)을 하여, 배설물도 염소똥 만했다. 차돌이 유골이 없으므로, 차돌이 개똥이나마 수합하여, 차돌이 개똥을 후박나무 뿌리에 수목장했다.
나의 지극한 개사랑은, ‘개똥 수목장’까지 계발하게 됐다. 개똥 수목장한 후박나무 이름은, “차돌 후박나무”로 이름을 지었다. 차돌 후박나무가 잘 자라 튼실한 후박나무 꽃이 피는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죽은 차돌이가 후박나무 꽃으로 환생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사랑은 기적을 낳는다.
(2018년 4월 11일 14시 46분)

▲ 김 시 종 시인 / 국제PEN클럽 한국본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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