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스포츠가 한 도시의 경제력과 경쟁력이 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스포츠의 패러다임이 경쟁에서 즐김으로, 개인에서 가족중심으로, 양적인 것에서 질적인 것으로, 그리고 자신의 삶과 인생을 더욱 품격 있게 만드는 도구가 됨과 동시에 지역 경제를 활성화키고, 발전시키는 기폭제로 변모해 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한 한국의 스포츠산업이 새로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도시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으면서 급속히 팽창하고 있다. 이런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가진 스포츠산업에 눈을 뜨기 시작한 전국 지자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스포츠 마케팅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도 지난 10년간 400개가 넘는 대규모 국제 및 전국 스포츠 이벤트를 꾸준히 개최하면서 큰 국제 대회가 있을 때마다 벤치마킹 대상으로 손꼽히는 ‘대한민국 스포츠 중심도시’김천시를 들여다보면서 한국 스포츠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알아본다.
▲ ‘도로공사 배구단’과 함께 건강한 스포츠도시로 변화
한국도로공사 배구단이 눈물 대신 웃음으로 창단 후 첫 통합 우승을 했다. 정규리그에서 여유롭게 1위를 확정한 데 이어 포스트시즌에서도 압도적인 전략을 과시하며, 3년전 IBK기업은행 벽에 가로 막혔던 챔프전 주인공이 됐다.
그러나, 1년 전만 해도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9연패를 당하며 지난 시즌 꼴찌였던 한국도로공사는 말 그대로 최악이었다.
작년 3월 14일 도로공사의 2016-2017 V-리그 마지막 홈경기가 열렸다. 상대팀인 흥국생명의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6위가 확정 됐던 터라 경기장을 찾는 팬들이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반전이 일어났다. 공식 집계된 관중수 4,118명!
무려 4,000명이 넘는 팬들이 김천실내체육관을 가득 채웠다. 이에 보답이라도 하듯 정규 시즌 1위 팀이었던 흥국생명을 3대0으로 꺾고 유종의 미를 거뒀다.
그리고, 올 시즌 홈경기 평균 관중수 3,317명, 남녀 배구 통틀어 홈구장(김천실내체육관) 최다 관중 수 1위(6,823명)부터 4위(5,467명)까지 모두 도로공사가 차지했다. 도로공사는 팬심만큼이나 성적도 덩달아 고공행진을 했다.
대부분의 프로팀들은 관중유치, 교통편의 등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지방에 연고지를 두기 보다는 수도권에 있고 싶어 한다. 그래서 인구 15만의 중소도시 김천시를 연고로 한 도로공사 배구단의 이런 관중 몰이는 매우 이례적이다.
여기에는 지자체의 지원이 한 몫 했다.
김천시가 연고지 프로구단 육성에 강한 의욕을 갖고 팔을 걷어붙이면서 구단과 함께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었다. 시는 2015년 연고 이전 후 지난 2시즌 동안 읍면동 이벤트데이를 만들어 매 경기마다 시민들에게 프로배구를 알리는데 앞장섰다.
실제로 KTX를 이용해서 인근 도시뿐만 아니라 멀리 울산이나 부산, 창원 등지에서 많은 배구 팬들이 오고 있다. 이들은 주말 홈경기가 있는 날이면, 미리 도착해서는 맛집을 검색해 점심을 먹고 스크린 골프, 볼링 등 여가를 즐긴 뒤, 음료수와 간식을 사서 체육관으로 간다.경기가 끝난 뒤 이어진 식사자리에서 배구 얘기를 나누는 문화가 생겼다. 배구로 인해 김천시가 함께 보고, 즐기는 건강한 스포츠도시로 탈바꿈됐다.
▲ 전략적 선택으로 고효율의 부가가치 창출
지난해 김천시에서는 데이비스컵 테니스대회를 비롯해 ATP 남자챌린저테니스대회, ITF 남자퓨처스 테니스대회 등의 국제대회와 전국 고등축구리그 왕중왕전, 전국남녀종별롤러대회, 전국종별배드민턴대회, 전국종별탁구대회, 전국종별육상대회 등 천명이 훌쩍 넘는 대규모 선수단이 참가하는 전국 대회를 포함해 65개 대회가 열렸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건 수영대회다.
작년 김천시에서 MBC배 전국수영대회, 대통령배 전국수영대회, 김천전국수영대회, 국제대회 국가대표선발전, 교보생명컵 꿈나무수영대회, 전국대학수영대회, 꿈나무 전국수영대회 등 7개의 전국단위 수영대회가 열렸다.
참가 선수만 만여명이 넘고 가족을 포함해서 추가적으로 따라오는 관계자 수는 훨씬 더 많다. 두 달에 한 번 꼴로 수영대회가 열리다 보니 시내·시외할 것 없이 숙박업소와 음식점, 상점 등 어디든 외지 손님들로 가득차고 예약 손님을 받느라 늘 분주하다.
수영대회가 없는 시기에도 전국 각지에서 수영 선수들이 전지훈련을 위해 김천을 찾는다. 40여명으로 구성된 국가대표 후보선수단과 70명에 달하는 수영 꿈나무선수단을 비롯해 멀리 제주도에서부터 인천, 부산, 울산, 광주 등 한 해 동안 1,000여명이 넘는 수영 선수단이 길게는 한 달 가까이 머문다. 그러다 보니, 트레이닝복 차림에 선수들을 시내 골목에서 쉽게 볼 수 있다.
김천시에 이렇게 수영 대회와 전지훈련이 많은 이유는 스포츠 마케팅 전략에서 찾을 수 있다. 최근 삶의 질이 높아짐에 따라 경쟁보다는 건강과 즐거움을 중시하고, 단체보다는 개인종목을 선호하는 스포츠 패러다임 변화로 수영 인구가 늘고 있다. 게다가 타 종목에 비해 선수 가족들이나 관계자들이 다소 소비 지향적 행태를 보이는 수영을 지역 전략 종목으로 보고 집중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친 결과다.
또한, 많은 가족들이 동반하는 초?중?고등학생이 참가하는 대회 유치에 주력하면서 시에서 개최하는 국제 및 전국 대회 중 유소년대회나 종별선수권대회가 차지하는 비율이 약 80%대에 이른다.
이처럼, 김천시의 스포츠마케팅은 적은 예산을 들여 최대한 많은 유동 인구를 유입시킨다는 전략이다. 지난 10년간 스포츠산업이 숙박업, 음식업, 요식업, 배달업, 교통산업, 관광업 등 김천 지역 산업 전반에 미친 경제 파급효과는 1,8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미래 스포츠산업을 위한 여건 마련
김천시는 지난 2016년 9월에‘스포츠산업 활성화에 관한 지원 조례’를 공표했다. 여기에는 각종 대회 유치, 프로스포츠 육성, 서포터즈 활동 및 스포츠산업 활성화에 관한 근거 규정을 담고 있다.
어떤 일을 함에 있어, 전향적인 시각과 자세는 매우 중요하다.
김천시의 스포츠산업에 대한 인식은 10년 전을 거슬러 올라간다. 2008년 당시에는 너무나 생소했던‘스포츠산업과’라는 전담 부서를 만들고 스포츠산업을 미래 유망 산업으로 내다봤다. 시가 스포츠산업을 당장의 눈앞의 이익에만 매달려 지자체의 세수와 수입원으로만 인식했다면 지금의‘스포츠 도시 김천!’은 없었을 것이다.
이제 김천시는 향후 10년을 위한 스포츠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스포츠산업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과감한 투자가 필수적이다. 시가 직접 운영하고 있는 김천종합스포츠타운 12개 경기장에는 언제나 보수 공사가 한창이다. 국내외 스포츠 규정 변화에 따른 다양한 요구들에 발맞춰 시설개선에 아낌없는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선진국으로 갈수록 생활체육이 강조된다. 이런 요구에 부흥하듯 시는 실내 스쿼시장과 인공 암벽장 신축에 나서면서 시민들의 생활체육 공간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스포츠산업은 다양한 산업과 연계?융합을 통해서 좀 더 확장·발전될 수 있다.
얼마 전, 김천시 부항댐 상공에 93m 국내 최고 높이의 짚와이어가 완공됐다. 그리고 상공을 걷는 짜릿한 38m의 스카이워크(skywalk) 체험도 할 수 있게 됐다. 빼어난 경관을 갖춘 김천 부항댐 주변에는 짚와이어와 스카이워크 외에도 계절과 관계없이 캠핑족이 몰리는 산내들 오토캠핑장과 일주 산책로, 그리고 준공을 앞두고 있는 국내 최장 길이의 출렁다리들이 새로운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이밖에도 김천시에는 사계절 내내 관광객들이 찾고 있는 천년고찰 직지사를 비롯해 인형왕후의 숨결이 살아 숨 쉬는 청암사와 끝없이 이어지는 비경으로 심신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주는 수도계곡, 천혜의 자연 경관을 갖춘 증산 무흘구곡, 그리고 힐링의 명소로 자리잡은 수도산 자연휴양림 등 풍부한 관광자원이 있다. 특히, 직지사 인근에서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인 전통문화체험촌, 문화박물관, 건강문화원 등 체류 및 체험 관광시설을 두루 갖춘 황악산 하야로비공원 건립과 추풍령 관광자원화 사업 등 관광산업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이렇듯 김천시는 스포츠?관광산업을 위한 밑그림을 하나씩 완성해 가고 있다.
박보생 시장은 “스포츠가 개인의 여가활동이나 즐거움을 추구하는 단계를 넘어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새로운 성장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며“제4차 산업 시대를 맞아 미래 내다보는 혜안으로 차근차근 준비해서 스포츠를 관광과 연계하는 것은 물론 역사와 문화가 어우러진 새로운 버전의 대한민국 스포츠산업을 선도해 나가겠다.”밝혔다. 김천=나채복 기자 xg0123@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