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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기타리스트' 박종호의 왼손 새끼손가락이 긴 이유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16.07.05 21:34 수정 2016.07.05 21:34

타고난 걸까. 길러진걸까. 오른손 엄지가 왼손 엄지보다 길고, 왼손 새끼 손가락이 또 오른손 새끼손가락보다 눈에 띄게 길죽하다. 클래식 기타리스트 박종호(34)의 손가락은 따지고보면 '아름다운 기형'이다. 기타에 맞게 진화했다. "기타 몸통을 받치느라 그런지 왼쪽 다리도 더 길어요"아버지의 손을 잡고 기타 학원의 문을 연 다섯살 때부터 30년간 기타를 잡아온 탓이다. "기타 연주를 하는데 맞게 몸이 자랐다"는 그는 한국 클래식 기타의 미래다. 어린시절 한국기타협회콩쿠르, 전국 기타콩쿠르등 상을 휩쓸며 두각을 나타냈다. 서울예술고등학교를 거쳐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예술사·전문사를 밟은 그는 뒤늦은 서른 살의 나이에 프랑스 파리 에콜 노르말 음악원으로 유학을 다녀왔다. 브라질의 로보스, 스페인의 로드리고, 아르헨티나의 피아졸라 등 세계적인 거장들이 거쳐간 곳이다. 불어 한마디 제대로 못했지만 기타 하나로 통했던 유학시절 그는 "연주자들이 나라가 다르고 다른 말을 쓰지만 악기도 외국어의 한 종류"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소프라노 조수미·신영옥,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등과 작업했고 2012년에는 한국 기타리스트로는 처음으로 데카 레이브를 통해 첫 솔로 앨범인 기타 명곡집 '아스투리아스 : 전설'을 발매하기도 했다. "기타는 해도해도 끝이 없다"는 그는 "지금도 연주를 하다 보면 '기타에서 이런 소리가 났었구나'라는 생각을 한다. 못 들었던 음색을 매번 발견한다"고 했다. 대중적인 기타라고 무시할게 아니다. 가요를 튕기는 '기타쯤'에서의 벗어나 바이올린 첼로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기타의 무한변신'을 보여줄 예정이다. 바이올리니스트 이현웅, 비올리스트 조형국, 첼리스트 정광준 등 30대 중후반의 아티스트들이 뭉친 앙상블 '솔리 판 투티'와 함께 공연(8월)을 앞두고 있다. 이에 앞서 단독 연주회를 연다. 2009년 이후 7년 만이다. 6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모던 바로크'라는 타이틀을 무대에 오른다. 춤과 모험곡 형식에 자주 쓰이는, 공통점이 있는 바로크와 현대음악 레퍼토리를 들려줄 예정이다. 바이올리니스트도 어려워하는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파르티타 2번 중 샤콘느 같은 난곡부터 카를로 도메니코니의 지미 핸드릭스에 헌정 등 평소 듣기 힘든 곡들을 골랐다. "기타가 클래식음악계 중심에 못 들어가 있어요. 그 만큼 가능성을 품고 있지만 일종의 콤플렉스가 있죠. 그래서 편곡 등 도전하려는 의지가 많아요. '기타로 편곡해서 들으니 더 좋다', '기타로 이런 연주가 가능하구나'라는 걸 보여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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