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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일반

[世明시단] 물 배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18.10.22 20:38 수정 2018.10.22 20:38

할머니 제삿날
어머니는
물 많은 큼직한 배를
사는 걸 잊지 않았다.

1·4후퇴 때 할머니는
몸이 짚동처럼 퉁퉁 부었다.
얼굴도 벌에 쐰 듯
멀겋게 부었다.

동네사람들은 모두 피난을 갔지만
할머니의 병구완을 위해
靑孀인 어머니는 홀로 집에 남아야 했다.

할머니는 목마르다며
물 많은 배만 찾았다.
북새통에 배인들 어딨으랴만,
겨울에 잉어 구하는 정성으로
어머니는 할머니께 배를 여러덩이 구해드렸다.

할머니는 열네살 적에
가난한 慶金家門에 시집오셔서
각별히 눈물많던 한평생
그래서 물많은 배를 좋아하셨다.

어머니는 할머니 젯상에
놓았던 배를 갈라
당신의 손주들에게 나눠주신다.

내가 죽더라도
너희 증조할머니 젯상에
배놓기를 잊지 말라며
물 많고 시원시원한 배를
귀여운 손주들에게 갈라 먹인다.

김 시 종 시인	국제PEN클럽 한국본부 자문위원제1회 세명일보 신춘문예 심사위원
김 시 종 시인 국제PEN클럽 한국본부 자문위원제1회 세명일보 신춘문예 심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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