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오피니언 기고

송이 발생 환경개선 안하면 송이버섯 먹기 어려워진다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18.11.07 17:54 수정 2018.11.07 17:54

김 갑 일
산림청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

우리나라 민요 성주풀이에는 안동 땅 제비원에서 솔 씨 받아서 온 나라에 퍼뜨려 집을 짓는 내용이 항시 등장하는데 우리 조상들은 소나무 목재로 집을 지었다는 것이다.
아기가 태어나면 소나무 가지를 꺾어 무병장수를 기원했고, 소나무로 만든 집에서 살다가 죽으면 소나무로 만든 관에 넣어 묻었다.
소나무는 쓰임새도 많다. 흉년에는 소나무 새순 속껍질을 벗겨 죽을 쑤어 먹고 춘궁기를 넘겼다. 선비들은 소나무 그을음으로 먹을 만들어 글을 쓰기도 했으며 밤이면 불을 밝히는 등불로 사용하고 함지박 등 가재도구도 소나무로 만들어 썼으며 거북선을 만드는 재료로도 소나무를 썼다. 이렇듯 우리 민족은 소나무와 삶을 같이했다.
40여 년 전 어렸을 적에 추석 무렵이면 아버지께서 뒷산에 송이 한소쿠리를 따서 싸리나무에 꿰어 오시곤 한 기억이 난다. 그 날은 닭을 잡아서 송이버섯을 넣고 백숙을 끓여 온 가족이 둘러앉아 함께 먹던 맛과 향을 잊을 수 없다.
그 시절에는 송이가 흔했다. 구워서 먹기도 하고, 애호박을 채 썰어 송이와 함께 볶아서 밥을 비벼먹기도 했다.
그러나 근래에는 추석이 되어도 송이버섯 먹어보기가 참 힘들다. 생산량이 예전에 비하여 60% 정도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산림청 임업통계연보를 보면 송이 생산량이 1977~1986년간 6천575톤, 1987~1996년간 5천248톤, 1997~2006년간 3천985톤, 2007~2016년간 2천744톤이 생산되어 매 10년마다 평균 958톤의 송이 생산량이 줄어들었다.
남북한 3차 남북정상회담이 끝나는 날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선물한 송이버섯 2톤을 미 상봉 이산가족 4천 명에게 500g씩 추석 전에 전달했다고 한다. 송이버섯 500g이면 한 가족이 먹을 수 있는 양이다.
19만 1천600가족이 먹을 수 있는 송이버섯이 40년간에 걸쳐 매년 평균적으로 95.8톤씩 줄어들었다. 이렇게 줄다 보면 우리나라도 머지않아 송이버섯을 구경할 수 없는 나라가 될지도 모른다.
그 원인으로 송이 균은 살아있는 소나무 잔뿌리와 공생하기 때문이다. 소나무가 왕성하게 자라야 뿌리도 세력이 좋아지고 송이 균이 활력이 높아져서 우량한 송이버섯이 난다. 송이 균은 낙엽 등 부엽토가 적어야 하며 임지에 햇볕이 30% 정도 들어야 한다. 그러나 송이 발생지의 소나무는 대부분 나이가 많아 생장이 느려졌고 산림이 울창해지면서 낙엽이 썩어 부엽토가 늘어났다. 나무의 밀도도 높아져서 임지에 햇볕이 들어가지 못하니 송이 균이 생육하지 못한다. 살아있더라도 세력이 약해져서 견실한 송이버섯이 나오기 어려운 환경이 되었다.
국유림 내에 송이 발생지는 특히 소나무가 노령화된 곳이 많다. 이런 지역은 어린 소나무를 심어 송이생산 후계림으로 가꾸어 송이 균의 활력을 높여주어야 한다. 활엽수와 부엽토가 많은 지역은 활엽수와 부엽토를 제거해 주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송이버섯을 채취만 했지 생육환경을 개선해 주지는 않았다. 송이가 발생하는 산에서 숲 가꾸기를 하려 하면 산촌주민이 당년도에 송이 생산이 줄어들 것을 염려하여 민원을 내는 까닭에 숲 가꾸기를 하지 못한다.
송이 발생에 대한 올바른 지식이 없기 때문이다. 적극적으로 산촌주민들에게 교육과 소통을 통하여 송이 발생 환경개선사업을 지속적으로 해 주어야 한다.
매년 가을이 되면 경상북도 봉화군, 영덕군, 울진군, 강원도 양양군에서 송이축제를 한다. 송이버섯은 산촌주민들의 중요한 소득원이며, 국민들의 웰빙 먹거리로 자리 잡았다.
더 늦기 전에 맛과 향기가 빼어난 송이버섯을 국민들이 즐겨 먹고 산촌주민들의 소득원 보전을 위하여 송이 발생 환경개선사업에 예산투자와 지속적인 관리 노력이 필요하다. 



저작권자 세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