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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국감, ‘민망하기 짝이 없다’

뉴시스 기자 입력 2016.09.29 14:32 수정 2016.09.29 14:32

"민망하기 짝이 없다"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간사인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6일 대법원 국정감사장에서 고영한 법원행정처장이 앉은 자리로 다가와 겸연쩍은 웃음을 띠며 전한 말이다.국정감사 '보이콧'을 선언한 새누리당 측 국회의원들이 끝내 불참, 파행으로 흐르자 일종의 사과의 말을 건넨 것이다.이날 오전 10시 법사위 소속 의원들이 법원행정처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누며 국감장인 대법원 4층 대회의실로 속속 들어섰지만, 새누리당 소속 의원 7명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회의와 고(故) 백남기 농민 빈소 방문 일정으로 국정감사에 참석하지 못한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인 박지원 의원을 제외하고 야당 측 의원들만 참석한 것이다.오전 10시 국감 준비를 모두 마쳤지만, 개회 선언은 이뤄지지 않았다. 대신 이때부터 법사위원들이 오후 3시 국감장을 떠날 때까지 어색한 시간이 시작됐다. 법사위원들은 옆자리 위원과 말을 주고받거나 하릴없이 책상 위 노트북을 바라봤고, 법원행정처 등 피감기관 관계자들은 침묵 속에 준비된 자리에 앉아 애꿎은 자료만 뒤적였다. 법사위는 국정감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며 관심의 대상이 됐다. '정운호 게이트' 사건에 연루된 홍만표·최유정 변호사, 김수천 부장판사를 비롯해 '공짜주식' 뇌물 혐의를 받는 진경준 전 검사장 등 올해 연이어 터진 법조비리 사건을 망라하며 사법개혁 논의가 최대 현안으로 다뤄질 것이라는 관측에서였다.여기에 최근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과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외압 의혹,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등 대통령 측근 권력형 비리 의혹 등도 대상이었다.그 어느 때보다 국민의 관심이 큰 현안이 산적한 상황. 하지만, 정작 법사위 국감장에서는 쉽사리 들을 수 있었던 '고성'이 아닌 침묵만 흘렀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대법원 국감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27일 예정된 법무부 국감도 오늘 같은 상황이 반복될 것이라는 게 법사위 안팎의 예상이다.국감 보이콧에 이어 이정현 대표가 단식농성까지 나선 마당에 여당이 하루 만에 태도를 바꿔 국감장에 나타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추측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법사위 소속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이 대표의 단식농성 발언이 의미심장하다"고 말했다.그는 "야당 측에 사과를 요구하는 선이 아닌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강행 처리한 정세균 국회의장이 물러날 때까지 무기한 단식한다고 한 것은 끝장을 보겠다는 것 아니겠냐"고 반문했다.야당 단독으로 국감을 진행할 수도 있겠지만, 여야 '협치'를 강조해 온 마당에 그마저도 쉽지 않다.벌써 대법원 및 법무부 국감과 관련해 추가 일정이 점쳐지고 있다. 일정을 비워둔 다음 달 12일이나 14일 종합국감 대신 대법원이나 법무부 국감을 진행할 것이라는 '뒷말'도 나왔다.잔뜩 벼른 법사위 국감이지만, 정작 시작도 하기 전에 '김' 빠진 모양새다. 법조비리 사태를 맞아 이번에야말로 해묵은 과제인 사법개혁을 이뤄야 한다고 주장한 의원들의 목소리는 정쟁 속에 파묻혀 공허한 메아리로 실로 '민망하기 짝이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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