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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청탁금지법 시행 2년, 지금 우리의 모습은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18.11.26 18:55 수정 2018.11.26 18:55

한 영 경
국립신암선열공원관리소

17년 전, 당시 새내기 공무원이었던 필자는 민원인 전화 한통에 부끄러움을 느꼈던 적이 있다. 첫마디가 “전에 박카스 한 통 들고 갔던 사람 아시지요?”
누구였더라? 아무리 생각해 봐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 당시 관공서를 방문하는 민원인들이 음료수 박스를 손에 들고 오는 건 흔한 일이었고 굳이 그것을 돌려보내지도 않았다. 적당히 얼버무리고 말았지만 그 한 마디에 공명정대해야 할 공직자의 자세가 무너지고 만 것이다.
청탁금지법 시행 2년이 지났다. 그동안 청탁금지법은 우리사회의 ‘애정남(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학부모 상담 가는 부모의 고민을 덜어주었고, 학부모를 대하는 선생님을 당당하게 해주었다. 빈손으로 관공서 방문하는 것이 당연해졌고, 커피 한잔도 거절할 수 있게 해주었다. 식사 3만원, 선물·경조사 5만원, 이 얼마나 구체적이고 명쾌한가! 더치페이를 매정하다고 여기는 우리네 정서를 360도 바꿔놓았으니, 이 정도면 청탁금지법이 우리사회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고 봐도 무방하겠지만 최근 연일 보도되고 있는 각종 비리사건을 보면 청렴선진국으로 가는 길은 멀게만 느껴진다.
우월적 지위와 권력을 이용해 채용의 절차와 공정성을 무시하고 특정인을 꽂아 넣는 채용비리는 고용참사로 불리는 현실 속에서 사회에 첫발도 내딛지 못한 젊은이에게 심리적 박탈감과 무력감을 느끼게 하고 있다.
유아교육의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할 사립유치원들은 그간 저질러 온 천태만상 비리가 세상에 드러나면서 학부모들에게 강한 배신감과 불신을 안겨주었다. 전국 유치원 중 사립유치원이 75%나 차지하니 그 충격은 더욱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지난 20일 제3차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생활적폐 근절을 강조하며 반부패 정책은 인내심을 갖고 강력하게 꾸준히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싱가포르가 30년에 걸친 부패와의 전쟁을 통해 세계최고 청렴국가의 위치에 오른 것처럼 우리도 청렴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강력하게 꾸준히 사회 곳곳에서 관행이란 이름으로 숨어있는 부패를 찾아내어 그 싹을 도려내야 할 것이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이곳 국립신암선열공원은 조국의 독립과 국권회복을 위해 신명을 바치신 52분의 애국선열들의 혼이 깃든 곳이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참된 충성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 ‘단충사(丹忠祠)’ 앞에서 이곳을 찾아 참배하는 대구광역시공무원 신규임용과정 교육생들과 함께 공직자로서 갖춰야 할 청렴한 자세를 잃지 않을 것임을 다짐해본다.
선열들이 피 흘려 지켜준 이 땅에 반칙과 불공정이 발붙이지 못하는 청렴국가를  다음 세대에 물려주는 것. 그것이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의 책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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