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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통일 소외 계층 ‘청년’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18.12.06 19:38 수정 2018.12.06 19:38

조 정 훈
아주대 통일연구소장

‘남북관계가 좋아져서 요즘 너무 바쁘시겠어요.’
주변 지인들이 종종 던지는 덕담(?)이다.
오랫동안 남북관계와 통일 문제를 업(業)으로 해온 이들은 지난 9년간의 춥고 배고프던 시절을 끝내고 다시 한 번 기지개를 켜고 분주히 활동하고 있다. 방송과 언론은 물론이고 곳곳에서 평화, 통일, 남북협력에 관한 세미나들이 열려 이런 행사들만 좋아 다니기도 벅찬 지경이다. 
하지만 명(明)이 커지면 암(暗)도 이에 질세라 커지는 것이 세상 이치인 것처럼 오늘날 아이러니컬하게도 소위 통일소외계층도 커져가고 있다.
소외(疏外)는 철학 또는 경제학 용어로 인간이 만든 것이 인간 스스로부터 멀어져 버리고, 또한 이를 통해 인간이 지닌 자기의 본질을 잃는 상태를 말한다. 이런 맥락에서 통일소외계층은 통일에 대한 관심과 담론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대한민국에서 마치 없는 존재인 듯 한 취급을 받는 부류의 국민들을 지칭한다.
그렇다면 과연 누가 통일소외계층인가? 그리고 그들은 왜 통일소외계층으로 전락했는가? 통일 담론에 소외된 이들을 다시 통일 공동체 안으로 불러오는 일은, 떨어져 있던 남북철도를 다시 연결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대한민국 통일소외계층의 핵심은 청년이다.
설마 청년들이 통일소외계층일까 의심하는 이들이 있다면 통일강의가 있는 대학이나 중고등학교 교실을 한번 견학해 보시길 권한다. 통일 관련된 학과들은 지난 9년 동안 쪼그라들 대로 쪼그라들었고, 통일 강의를 듣는 학생들도 수강신청 계획을 짜다보니 할 수 없이 수강하는 경우가 많다. 중고등학교로 내려가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스마트폰과 BTS 등 팬클럽 활동이 최고의 관심사인 친구들 가운데 혹시나 통일에 관심이 있는 중·고등학생이 있다면 십중팔구 별종 취급을 받고 있을 것이다.
청년들이 남북문제와 통일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실은 정 반대이다. 이들은 지금 진행되고 있는 남북협력, 특히 경제협력은 자기들과 전혀 무관한 일이라 생각한다. 우리 사회 최고 기득권층들만의 잔치라고 생각한다. 촛불민심으로 당선된 정부도, 결국 대기업 회장이라면 검찰에 의해 기소 중인 사람도, 융숭한 대접을 하며 북한으로 모시고 가는 모습을 보면서, 소액자금으로 생존창업에 삶을 건 청년들에게 통일은 소위 ‘안물안궁(안 물어보고 안 궁금한)’이다. 어차피 나한테까지 기회가 올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실은 청년들의 생각은 이미 한걸음 더 나간다. 남북이 자유롭게 왕래하는 시간이 닥치면 수 백만에 달하는 북한의 청년들과 얼마 남지 않은 일자리를 놓고 경쟁해야 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다. 최저임금보다 훨씬 적은 대우로도 충분히 일할 것 같은 북한 청년들을 쉬쉬하며 채용하려는 사장님들이 우리 사회에 얼마든지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그러면서 왜 또 통일을 위해 우리가 양보를 해야 하는지 분노해 한다. 
어떤 사회든 소외계층은 존재하기 마련이고 또 청년들이 참여하는 통일 행사들도 이미 여럿 있다고 반론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이런 행사들은 기껏해야 행사를 열심히 준비한 청년들의 등을 두드려주며 격려하는 정도일 뿐이다. 마치 큰 어른이 아이들에게 열심히 자라서 훌륭한 인물이 되라며 덕담하듯이. 그러나 이들의 가슴과 머리에서 나오는 통일 코리아에 대한 번뜩이는 제안들은 기성세대의 관심이 아닌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펼쳐질 남북교류와 그 마지막 종착역인 통일이 현실이 되면 누구의 삶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까? 당연히 이제 곧 세상으로 달려 나올 준비를 하는 청년들이다. 그래서 이들이 바로 통일세대다. 오늘날 기성세대는 통일 ‘준비’세대인 것이다. 그런데 통일 준비세대가 통일세대를 배제하는 현실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어찌 보면 큰 논란에 휩싸인 국민연금 개혁보다 세대 간 형평성을 더 훼손하는 형국인 것이다. 
미래의 주인인 청년들이 관심없는 통일은 우리 민족에게 다가올 최대의 기회를 날려버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사람은 그 누구도 내가 살아갈 세상을 남이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설령 그것이 부모와 부모 이상이라도 말이다. 그래서 통일세대인 청년들이 통일소외계층으로 전락해버린 현실은 매우 위험하다. 내가 원하지도 않고 내 의견이 반영되지도 않는 통일코리아의 모습에 내가 주인의식을 가질 리 없다. 그러다보면 통일 후 필연적으로 발생할 여러 갈등과 문제들을 참고 해결해 나가려는 주인의식과 인내력을 가질 리 없다.
이제 청년들에게 통일 담론의 마이크를 돌려주어야 한다.
어쩌면 청년들에게 통일 정책의 의사봉도 돌려주어야 할 지 모르겠다. 더 이상 청년을 들러리로 세워서는 안 된다. 청년들 스스로 자신들이 살아갈 새로운 통일 코리아에 대해 고민하고 디자인하는 기회를 주는 것이 어쩌면 지속가능한 통일 코리아를 이루는 가장 시급한 일이 될 것이다.
우리 청년들은 그럴 자격과 능력이 충분하다. 청년들이 통일소외계층에서 벗어나 통일 무대의 중심에 서고 그들의 새롭고 진지한 제안이 현실이 될 때 통일 코리아의 미래는 밝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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