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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연말장식과 매몰비용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18.12.12 14:48 수정 2018.12.12 14:48

장 선 아 교수
경북과학대학교

제법 쌀쌀하다. 거실 바닥에 닿는 냉기가 그렇고 창틀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바람이 그러하다. TV에선 연평균 최저 5도 이상 기온이 떨어진다니 결코 반갑지가 않은 소식이다. 핫팩이 필요하고 난방기를 켜야만 하는 날이 늘어나는걸 보면 이 계절이 몸도 마음도 온기로 채우고 싶어지는 겨울 때문이리라.
우리지역 내 최대 테마파크에서는 동절기 축제행사가 한창이다. 지역을 알리고 지역주민과 더불어 찾아드는 관광객의 즐거움을 북돋우는데도 한 몫을 하는 테마파크의 행사가, 올 해로 6번째를 맞이한다는 기사와 함께 실린 겨울 빛 새 단장행사는, 11월 중순부터 연말까지 이어진다고 한다. 그때까지 이번에 설치된 1,000만송이 불빛플라워는 얼어붙은 겨울밤을 따뜻이 녹여줄 요량이다.
매사마골(買死馬骨)이란 고사성어가 있다. “죽은 말의 뼈를 산다”는 뜻으로, 귀중한 것을 손에 넣기 위해 먼저 공을 들여야 한다는 것을 가리키는 그 뜻처럼, 기업들은 매출의 증가를 유도하기 위한 고객서비스 개선을 위한 이미지 마케팅 노력의 일환으로 고객에게 먼저 공을 들여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연말을 겨냥한 이벤트성 행사가 필요한데, 이때, 백화점 등 서비스기업들은 앞 다투어 경기침체와 더불어 추위에 움츠린 시민들의 발걸음을 붙잡을 대규모의 화려한 트리장식으로 그들의 활력을 유도한다.
동네 가로수와는 달리 시즌에 맞춘 주변 관공서, 금융계 등의 건축물, 구조물 장식과 함께 주위 나무도 크고 작든 간에 덩달아 화려한 빛을 두르고 있다. 그런 화려함으로 춤추고 있는 밤거리는 알게 모르게 이미 에너지 과소비가 진행 중이란 것을 우리는 한편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연말이 되면 휘황찬란한 불빛들로 도시를 수놓았던 백화점들, 올해는 이런 백화점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란 기사내용을 접한 적이 있다. 내용에 의하면, 서울시내 대기업의 한 백화점은 일반전기 요금의 인상으로 40억 원 가량의 전기요금 인상이 추가로 발생되어 연말의 분위기를 위한 외관장식의 운영시간을 기존보다 3시간 단축운영을 검토한다하고, 또 다른 백화점에선 비매장 공간 조명을 열 소모가 많은 전구에서 전기에너지를 빛으로 바꾸는 소자(素子) 발광다이오드(LED)로 교체하는 대안 마련으로 전력 사용량을 약 30% 정도 낮췄다고 한다.
그런데 또 어느 백화점은 사용량을 그 해 지난해보다 5% 넘게 감소하여 비용절감을 기대했으나 요금 인상에 따라 오히려 6억 원의 추가전기료가 발생되었다고 한다.
여기서 필자는 문득 ‘매몰비용’이 떠올랐다.
다시 되돌릴 수 없는 비용, 즉 어떠한 의사결정이 실행 된 이후에 발생되어진 비용 중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이라는 데서 기업이든 개인이든 그 비용을 지불해야 할 때가 있다. ‘매사마골’을 위해 지불했던 비용이 목표달성 전에 멈출 수밖에 없다면 그것은 회수될 수 없는 비용이 되어버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사람들은 대부분 눈앞의 손실에는 민감하다. 그러기에 이미 투자한 비용이 있기에 알면서도 감당해야만 하는 ‘매몰비용의 오류’에 쉽게 빠져 들기 일쑤이다. 이는 비단 영리활동을 추구하는 기업의 사례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을 삶에서도 허다하게 발생한다.
인생의 목표를 향해 노력하며 지불해야 하는 시간적, 경제적 등의 비용이 다 회수된다는 보장이 확실치 않아도 자신만의 꿈을 이루기 위해 무리한 투자가 이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어떤 일을 시도하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멈춤 시기를 알아차리는 것도 중요한다는 교훈을 준다.
2017 국제에너지기구(IEC)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2015년 기준 OECD국가 중 세계 8위의 전력소비국이라 한다. 가정용 등의 전기요금체계보다 값싼 산업용 전기 과소비가 그 순위를 부추기에 일조했다지만, 2011년 그해 여름의 전국적 정전사태는 큰 위기였다. 수백만호의 행정관서, 금융기관, 지방공단, 종합상가 등의 정전사고와 유통업체의 시스템 마비, 엘레베이트 사고 등을 두고서 재난으로 봐야한다던 소리를 우리들은 절대로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해마다 연말 이벤트성 행사를 위한 기업들과 지역마다의 노력에 언제부턴가 아름다운 불빛을 기대하는 겨울밤에 우리들은 익숙해져 가는 것 같다. 그 기대를 저버릴 수가 없다는 듯이 불빛 장식과 행사의 규모는 점점 화려해지고 있다. 아름다운 밤을 제공하는 저마다의 그런 화려한 장식을 누릴 특권은 당연히 누구에게나 있기에 그런 장식을 폄훼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세계 8위의 전력소비국에서의 연말 즐기기의 다양성 발굴로 ‘매몰비용의 오류’를 범하는 일도 이를 방관하는 일도 우리들은 지양해야 할 것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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