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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석양의 기도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19.01.03 18:44 수정 2019.01.03 18:44

김 시종 시인
국제PEN클럽 한국본부 자문위원

독일 속담에 ‘위급은 기도를 가르친다’는 말을 고1·독일어 시간에 배운 기억이 떠오른다. 고1부터 고3까지 독일어 선생님은 김대희 선생님(나중 중·고등학교장으로 정년퇴임)이었다.
사람은 위기를 당하면 신앙인은 뜨겁게 기도하게 되고 특별히 믿는 종교가 없는 사람은 하다못해 무당집 문고리 신세라도 지게 된다.
진심으로 기도 드리는 모습을 보면 경건의 참 모습을 볼 수 있다. 머리에 백발을 인 붉은 석양아래 기도하는 노인의 모습은 한 폭의 세계 명화다. 열 살도 안 되는 손녀 같은 어린 소녀에게 성추행하는 노인을 보면 인간은 타락한 성적동물(Sexual Animal)이란 불쾌감이 든다.
지혜롭게 늙으면 성인(聖人)의 줄(반열)에 서게 되지만 평생을 성의 노예로 산 사람은 노추(老醜)란 말을 못 면한다. 곱게 늙도록 한평생을 기도해야 한다.
25세에 시인이 된 필자는 66세의 나이에 ‘석양의 기도’란 시를 지었다. 내가 지은 잘 된 시 가운데서도 ‘석양의 기도’를 각별히 아낀다.
‘석양의 기도’는 나의 내면(內面)의 표출이지만 이 땅의 모든 노인들이 이 시를 한번 읽고 ‘석양의 기도’처럼 분별 있는 늙은네가 되었으면 더욱 좋을 것 같다.

(시) 석양의 기도 / 김시종

젊은이와 함께 있어도,
나는 지금 청춘이 아닌 것을
분명히 알게 하소서.

아름다운 꽃을 봐도,
현혹되게 마시며,
일정한 거리를 두고,
향기를 느끼게 하소서.

하던 일을 즐겨 계속하며,
새로운 일을 떠벌이지 않게 하소서.

몇 장 남지 않은 캘린더(카렌다)에,
낙서를 하지 말고,
여백을 즐기는 슬기를 주소서.
(2008년 시문학)

※ 덧말 : 나의 애송시 ‘석양의 기도’는 그냥 안방에 걸어둘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공간에 게시하면, 이 땅 사람들의 정서순화에 일조(一助)를 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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