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오피니언 칼럼

[연재칼럼] 말의 향연 (2) - 많이 감탄해라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19.02.11 18:50 수정 2019.02.11 18:50

안 종 필 외래교수
前 경희대학교 언론정보학과

테오에게…
네 편지를 보니 미술에 큰 흥미가 있는 것 같구나. 좋은 일이다. 네가 밀레, 자크, 슈레이어, 랑비네, 프란스 할스 같은 화가들을 좋아한다니 나도 기분이 좋다. 모베가 말했듯 “바로 그거다.”
밀레의 그림 ‘저녁기도’, 정말이지 “바로 그거”라니까. 장엄하고 한마디로 시 그 자체인 작품이지.
너와 그림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를 얼마나 바라는지… 지금은 편지로 이야기 할 수밖에 없지, 될 수 있으면 많이 감탄해라! 많은 사람들이 충분히 감탄하지 못하고 있으니까.
산책을 자주하고 자연을 사랑했으면 좋겠다. 그것이 예술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길이다. 화가는 자연을 이해하고 사랑하여, 평범한 사람들이 자연을 더 잘 볼수 있도록 가르쳐주는 사람이다.
화가들 중에는 좋지 않은 일은 결코 하지 않고, 나쁜 일은 결코 할 수 없는 사람이 있다. 평범한 사람들 중에도 좋은 일만 하는 사람이 있듯.                             

1874년 1월

- 위 편지는 스물 한 살 빈센트 반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보낸 내용 중 일부입니다.
출처 <반고흐, 영혼의 편지>

 

막힌 담을 허는 두 번째 도구
감성의 힘

오늘은 말의 향연 두 번째 시간입니다. 공정 사회로 가는 길목에서 기본이 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언어 사용법입니다.
필자는 말의 영향력. 말의 지배력을 구성하는 3원소를 소개하였습니다. 논리?감성?표현 이 셋을 합하여 말의 힘. 말의 전달력, 메시지라고 불렀습니다.
오늘은 논리에 이어 감성을 만나는 시간입니다.
감성의 언어는 탄력의 언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논리가 옳고 그름을 식별하는 도구라면 감성은 논리너머에 있는 슬픔과 기쁨까지도 보듬는 긍휼의 도구이지요. 감성이란 케미는 새로움을 만들어 내는 융합의 도구입니다. 
논리는 단단한데 감성이 약하면 전체를 보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감성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게 하는 탄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감성적 정서가 풍성한 사람은 마음의 여유가 있지요. 마음이 팍팍하지 않고 따뜻하고 부드럽지요. 비교적 대화도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실감나게 합니다. 또한 비판보다는 칭찬과 격려를 보냅니다. 불평보다는 감사를 고백하지요.
이런 감성적 사람들은 대인 커뮤니케이션 면에서도 상대와의 충돌보다는 이해와 포용이라는 넉넉함을 선택합니다. 우리는 지금 갈등과 불통의 막힌 담을 허무는 논리의 힘과 감성의 힘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감성은 회복 탄력성의 에너지

논리와 감성의 차이는, 논리는 정리된 질서이고 감성은 회복의 질서입니다.
논리는 처음부터 실타래가 꼬이지 않도록 정리하는 능력이고, 감성은 꼬인 실타래를 본래의 자리로 풀어가는 회복의 능력입니다.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전략을 세우고 통로를 만드는 능력은 이성理性이 합니다. 반면에 숨 쉬는 터를 열어주는 여유의 힘은 감성의 몫입니다. 이 둘을 합쳐 나는 이理.감感 의 조화라고 부릅니다. 품격 있고 격조 있는 인격자들의 색깔이지요.
요즘 우리 사회에서 공감(empathy)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합니다. 공감이란 뜻은 상대의 느낌을 함께 공유한 다는 뜻이지요.
대중 철학자 로먼 크르즈 나락은 공감이란 “상상력을 발휘해 다른 사람의 처지에 서보고, 다른 사람의 느낌과 시각을 이해하며, 그렇게 이해한 내용을 활용해 당신의 행동지침으로 삼는 기술이다.” 하면서 “삶의 기술 Art of life 로서 공감의 힘에 주목하라” 고 하고 있습니다.
공감은 감성의 줄기입니다. 공감은 감성의 뿌리에서 생성되는 하나의 과정입니다.
감성은 논리가 풀지 못한 이성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서, 논리와 논리가 주장하며 대립할 때 뒤로 물러나게 하는 절제의 능력입니다.
요즘 우리사회 곳곳에서 막말이란 미세먼지가 스피치 생태계를 혼탁케 하고 있습니다.
공정사회로 가는 길은 딱딱함이 아닙니다. 숨 막힘도 아닙니다. 공정사회로 가는 길은 숨이 있는 길입니다. 그 길은 숲이 있는 길이고, 쉼이 있는 길이고, 숨이 모여 있는 길입니다. 말의 향연은 숨결의 축제장입니다.

감성지능

감성지능을 창안했던 미국의 심리학자 다니엘 골먼은 ‘감성지능’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합리적 정신이 자극을 접수해서 응답하는 데는 감성적 정신보다 시간이 한 두 시간 걸리기 때문에 감성적 상황 속에서의 ‘최초의 충동’은 머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가슴에서 나오는 것이다.”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의 주장대로 최초의 충동, 최초로 느끼는 감정에 따라 좋은 행동과 좋지 않은 행동이 구별된다고 볼 수 있는 것이죠.
“눈물어린 눈을 통한 이해는 감성적 정신의 행동이고, 책을 통한 이해는 합리적 정신의 행동이다. 사실 인간에겐 두 가지 정신이 있으니, 생각하는 정신과 느끼는 정신이다.”
막힌 담을 허무는데 사용하는 이?감 스피치는 생각하는 말, 느끼는 말이 어우러져 전달되는 메시지를 말합니다.
감성은 단절보다는 연결선을 만들지요. 감성은 나 보다는 너와 함께 를 좋아하지요. 독식보다는 나눔을 실천합니다. 그대의 아픔에 눈물을 흘립니다. 감성은 온유한 인격을 안내합니다.
나는 ‘목적을 찾아가는 삶’에서 “보수가 온유하면 지휘자가 되고 진보가 온유하면 개척자가 된다.” 이와는 반대로 “보수가 교만하면 고집꾼이 되고 진보가 교만하면 싸움꾼이 된 다.”고 썼습니다.
작은 일에도 감동, 감탄, 감사해 보십시오. 1,000원에 붕어빵 4개 먹고 오뎅 국물까지 주시는 아저씨 아주머니께 감사해 보시면 어떨까요?
신문 1개월 구독료 1만8천원에 새벽마다 지구촌 소식, 국내소식, 칼럼, 지식문화  까지 전해주는 그분들께 고마운 마음 보내면 어떨까요?
감탄은 감성이 보내는 씨앗의 소리입니다.
반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서 말하듯 “될 수 있으면 많이 감탄해라!”
독자 여러분!  감탄부터 고백해 보십시오.
영혼이 있는 화가 반 고흐, 동생이 보내준 후원금으로 그림을 그렸던 반 고흐, 지독히도 가난했던 반 고흐, 사랑조차 하기 어려웠던 색깔의 화가 반 고흐, 그가 여러분에게도 감탄하라고 재촉하고 있습니다.
산책을 하고 사색을 하며 구부러진 길모퉁이에 피어나는 풀꽃을 보고 감탄해 보시면 어떨까요?



저작권자 세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