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전체연재 포토뉴스

서로 눈과 발 돼 준 두 장애학생, 교사 임용시험 나란히 합격

황보문옥 기자 기자 입력 2019.02.13 13:13 수정 2019.02.13 13:13

대구대 특수교육과 김하은(시각장애)·설진희(지체장애) 학생

김하은(시각장애)·설진희 학생(지체장애)이 기숙사 옆 공원에 있는 벽화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대구대학교 제공
김하은(시각장애)·설진희 학생(지체장애)이 기숙사 옆 공원에 있는 벽화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대구대학교 제공

대구대학교 같은 학과 동기이자 기숙사 룸메이트로 서로의 눈과 발이 돼 준 두 장애학생이 공립 교사 임용시험에 나란히 합격해 화제다.

대구대학교 특수교육과 15학번 김하은(22), 설진희(26) 학생은 최근 발표된 ‘2019학년도 공립 중등교사 임용시험’에서 각각 서울과 울산 지역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오는 22일 졸업식을 앞두고 있는 이들은 졸업 전 합격의 영광과 더불어 총장 모범상을 수상하게 되면서 겹경사를 맞았다.

김하은 학생은 앞을 전혀 볼 수 없는 선천성 시각장애 1급, 설진희 학생은 하반신 마비로 휠체어 없이는 이동이 힘든 지체장애 1급인 학생이다. 네 살 차이 친자매처럼 지냈던 두 학생의 인연은 신입생 입학식 때 옆자리에 앉게 되면서 시작됐다.

이들은 2년 넘게 기숙사 방을 함께 쓰면서 서로의 눈과 발이 돼 줬다. 앞이 보이지 않는 하은 학생이 임용시험을 준비하면서 동영상 강의를 들을 때 그림이나 도표는 진희 학생이 직접 설명해 주곤 했다.

또 휠체어를 탄 진희 학생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는 물건을 하은 학생이 대신 꺼내주거나 기숙사에서 함께 손발을 맞춰 음식을 해 먹는 등 서로 크고 작은 도움을 주고받으며 우정을 키워 나갔다.

이러한 두 장애학생의 아름다운 동행은 방송 뉴스와 다큐 프로그램으로 소개돼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마침내 이 두 장애학생의 우정은 행복한 결실을 맺었다.

두 학생은 시험 합격의 비결을 ‘서로 함께 했던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김하은 학생은 “1차 필기 합격 후 2차 면접 준비를 위해 진희 언니와 자취방을 구해 함께 공부하면서 마지막까지 서로를 응원하고 용기를 북돋았던 것이 최종 관문을 통과하는 데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어떤 교사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설진희 학생은 “취업에 막막해 하는 장애학생들의 진로와 직업을 함께 고민하는 교사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황보문옥 기자 hmo4910@naver.com



저작권자 세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