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오피니언 칼럼

‘졸업’과 ‘괄목상대’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19.02.27 18:43 수정 2019.02.27 18:43

장 선 아
경북과학대학교 교수

이달 대부분의 학교들은 졸업식 행사를 치렀다.
겨울방학을 맞았던 각 급 학교에선 졸업이라는 모처럼의 활기로 다소 분주한 느낌마저 들었다. 저마다 나름대로의 추억을 안고 새로운 출발선 상에 놓인 그들에게 격려의 응원을 보내고 싶다.
그런데 근래 사회 환경에서 대학에서의 졸업은 축하만 할 일이 아니라고 여기저기서 얘기하고 있어 주목이 된다. 일견 의미 있다는 생각이다.
최근 어느 취업 포털에서의 설문조사가 그 속뜻을 잘 말해주기 때문이다. “대학졸업자 2명 중 1명만 졸업식에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그 요지인데, 취업 등의 진로가 불확실하여 졸업은 축하를 받는 새로운 시작이 아니라는 것을 은근히 표현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 매체의 설문결과, ‘졸업식에 참석할 예정입니까’라는 질문에 ‘참석할 것이다’는 55.7%, ‘참석하지 않을 것이다’는 28.1%의 응답을 나타냈다고 하였으며, ‘아직 모르겠다’는 16.2%였다고 하였다. 졸업예정자 4명 중 2명만 졸업식 참석을 확정, 1명은 불참, 나머지는 참석 여부가 미정인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 설명에 따르면, 졸업식에 참여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생애 한 번밖에 없는 날이기 때문에(24%)’가 주된 목적으로 손꼽혔다고 하며, ‘동기 및 선후배들과의 마지막 추억을 남기기 위해(20.1%)’, ‘졸업장을 받기 위해(17.8%)’, ‘학사모를 써보고 싶어서(17.1%)’의 순이었으며, ‘고생하신 부모님과의 사진을 남기기 위해서’로 응답한 수도 20.8%에 달했다고 한다.
졸업식 불참의 배경에 관한 대답은 이랬다고 한다. ‘졸업식 참석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해서(49.7%)’란 응답이 절반을 차지하여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는데, 학위수여식, 학사모 그리고 기념사진으로 대변되는 기존의 졸업식 문화에 대해 큰 의미를 찾지 못한 것으로 풀이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또 ‘취업준비’로 불참한다는 의견도 22.2%, ‘취업을 못 해서’가 17.0%의 응답률을 보였다고 하였다. 그 외 ‘같이 졸업하는 사람이 없어서’, ‘졸업식 참석의 의무가 없어서’, ‘졸업장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아서’ 등의 응답도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바로 졸업식 불참의 배경이다. 졸업식 때 다른 일이 있어서가 아니고, 참석이 무의미 하다든지 취업을 못해서 졸업식에 참석하지 못한다는 의견인데, 그것은 어쩌면 지금  이 세대들이 직면한 가장 큰 해결거리일지 모른다는 생각이다.
필자가 가르치는 대학에서도 대체로 그런 흐름인 것 같았다.
제자들의 절반만이 졸업식장을 지켰는데, 참석한 학생들은 대체로 진로가 확실히 정해져서인지 밝은 표정이었으나, 아예 참석하지 않은 제자들은 그 이유가 진로가 불투명하거나 아직 계속하는 취업공부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축복받아야 할 그들의 졸업시즌 활기를 은근히 누그러뜨리는 현실적 문제가 그들의 졸업식을 옥죄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 그런 중에는 입학 때보다는 눈에 띄게 발전하여 그야말로 괄목상대(刮目相對)한 제자도 있어 자랑스러웠다.
이 세대 모두가 각각 그들의 노력에 따라 눈에 띄는 발전을 담보할 수 있는 게 분명하다.
원하는 대학에 떨어져서 당시에는 또래보다 큰 절망의 나락에 서 있던 그들이 우리대학에 입학하여 차근차근 제 갈 길을 닦아내더니 이제는 보란 듯이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낸 예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눈을 비비고 다시 보며 대한다”는 뜻인 ‘괄목상대’와 꼭 맞는 멋진 모범사례인 셈이다.
그들이 우리가 알지 못하는 곳에서 열심히 노력한 결과는, 우리가 염려하는 맹목적이고 무의미한 생활을 결코 반복하고 있지 않음을 말하고 있는 증거이기도 하다.
입학 당시 그 학생이었나를 의심할 정도로 눈을 비비고 다시 보게 되는 경우가 드물지 않게 있는 것이다.
어떤 이는 이렇게도 표현한다. “한 점에서 같은 방향으로 두 개의 선을 그을 때 그 각도 차이가 1도만 나도 나중에 가서는 그 폭이 엄청나게 벌어지는 것과 같이, 노력하는 사람과 그러지 않는 사람과의 차이는 당장은 못 느끼나 시간이 갈수록 커진다”
그렇다. 노력을 게을리 하여 발전이 미흡한 사람은, 조금씩이라도 발전하여 큰 성과를 만들어낸 사람을 후일 눈을 비비고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졸업시즌에서 자신의 진로에 대한 불안을 느끼는 우리의 젊은이들이 꿈을 활짝 펼칠 수 있도록 동기부여 하는 데에 관심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괄목상대 그들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한층 최선을 다해야하겠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저작권자 세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