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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3월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19.03.13 19:35 수정 2019.03.13 19:35

장 선 아 교수
경북과학대학교

마침내 3월, 봄이 찾아왔다. 만물은 활기를 되찾고, 사람들은 저마다의 계획으로 봄을 맞을 준비가 한창이다. 필자도 새 학기 준비로 마음마저 갑자기 바빠졌다. 한가한 ‘내일’이 있었던 긴 방학 동안에는 여유로움이 주는 고마움을 잊고 있었는데, 이제 강의준비와 새로 맞은 신입생을 지도하는데 있어서 남다른 설렘과 함께 피할 수 없는 부산한 생활이 또다시 시작된 것이다.
보통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한다. 아름다운 꽃으로 세상이 온통 수놓아지기 시작하는 그런 4월을 왜 사람들은 ‘잔인’하다고 할까? 이 질문을 하는 이도 적지 않고 거기에 제각각의 근거로 설명하는 이 또한 드물지 않다. 대체의 답은 만물이 세상에 나아가기위한 고통의 시간을 4월에 많이 한다는 데서 연유한다고 하는데, 대개 다음의 세 가지 이유를 든다.
우선 영국 시인 ‘엘리엇’이 사용한 시에서 유래했다는 주장이다. 그는 세계대전이 끝나고 황폐한 유럽의 상황을 상징적으로 표현하였는데, ‘황무지’라는 작품에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 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지요”라고 하여 ‘잔인’하다는 말을 썼다는데 착안하여 훗날 이를 인용하는 과정에서 그렇게 쓰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적으로 우리나라의 또 어떤 사람은 소위 ‘민주화운동’이 유독 4월에 많이 일어났다는 말을 하고도 있다. 그들의 주장에 의하면, “군부독재의 현실과 학교에서 배우는 순수한 학문적 이론이 현실과 모순적인 상황을 빗대어 신학기인 4월에 학생운동이 많았고, 많은 학생들이 민주화 운동을 하다가 잡혀가 고통 받고, 심지어는 죽기까지 한 일련의 일들이 유달리  많이 일어난다”고 하면서 그런 달은 잔인한 달이라고 한 것이라고 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필자는 다음과 같은 세 번째 이유로 ‘잔인한 달’이라는 표현이 어울린다고 생각된다. 그것은 겨우내 흙속에서 캄캄하게 숨 죽여 있다가 4월의 따뜻한 자연환경에 움트게 하기 위해 스스로 흙을 깨고 얼굴을 내밀어야 하는 씨앗의 고통을 한마디로 ‘잔인하다’는 표현을 썼고, 그런 고통과 시련을 차라리 ‘잔인’하다고 표현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그러나 그런 ‘잔인’은 아름답다. 왜냐하면 그것은 새로운 ‘창조’를 위한 양면으로 우리가 겪어야 하고 또 오히려 겪을수록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냥 가만히 있으면 그것으로는 어떤 것도 만들어낼 수 없다. 일전에 “ToT(Turn of Thinking)를 아십니까?”라는 필자 책이 지향하는 바와도 상통하는 내용이다.
그런 아름다운 ‘잔인’을 잉태하는 것은 바로 3월이다. 3월의 분주한 우리들의 일상이 그런 바쁨 속에 있기에 피워진 꽃이 가치가 있는 이유이고 그 향기가 고귀한 까닭이다. 그래서 3월은 단순히 일 년 중 하나의 달이 아니라, 시작의 달이고 꽃을 피우기 위한 없어서는 안 될 사전의 준비 달이인 것이다.
생각해보면 바쁨은 필자에게도 ‘배우는 한가함’을 선사한 적이 많다. 오히려 한가한 겨울방학 때보다 바쁜 3월에 나는 많은 것을 하게 된다. 빡빡한 일정 속에서 강의준비를 하면서 오히려 나는 정신적 여유를 얻었고, 밤 늦도록 칼럼 원고를 쓰면서 나는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좋을 보람을 얻기도 했다.
피곤한 몸보다 무엇을 터득했다는 기쁨이 훨씬 컸던 것이다. 가르치려고 준비하는 것에서 오히려 배우는 계기가 마련된 셈이다.
교학상장(敎學相長)이라 했던가? 가르치는 일이 곧 배우는 일이고, 가르치고 배우면서 곧 함께 성장했다고 기억한다. 지금의 필자가 처한 상황과 꼭 알맞다는 생각이다.
출전에 의하면, “심오한 진리가 있다고 해도 배우지 않으면 그것이 왜 좋은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배워 본 후에야 자기의 부족함을 알 수 있으며, 가르쳐 본 후에야 비로소 어려움을 알게 된다. 부족함을 안 후 스스로 반성하게 되고, 어려움을 안 후 스스로 강해질 수 있다. 그러므로 가르치고 배우면서 함께 성장하는 것이다”라고 하고 있다.
3월은 그래서 내게는 더욱 의미 있는 달이다. 시간이 아무리 없다 하더라도 세운 계획대로 실천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하는 달이고, 바쁜 가운데 보람을 얻어가는 달이기 때문이다. 분주한 일상 속에서도 머물러서는 안 되는 달이고, 여유롭지 못하다고 해서 일의 순서를 회피할 수도 없는 달인 까닭이다.
3월은 시작의 달임과 동시에 보람을 얻기 위한 전제조건의 달이다.   
더없이 보람된 3월이 되도록 모두가 힘차게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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