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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뉴스 문화/건강

[제2회 세명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19.05.06 20:49 수정 2019.05.06 20:49

당선 [수필부문]김 태 옥 - 닮은 꼴

 

 

 

 

 

 

 

 

 

 

당선소감 - 김 태 옥

모전천길 개울가에 고목이 된 벚나무는 제 가슴에 시심처럼 좁쌀 촉을 매달고 함께 미래를 생각해 보자고 속삭입니다.
꿈에도 생각 못 한 신춘문예 당선 소식을 듣고 기뻤습니다. 그러나 한편 마음이 무겁습니다. 앞으로 신춘문예 당선 시인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걱정입니다.
누구에게 제 시를 보여준다는 것이 부끄럽습니다.
어느 날 출근길에서 풍뎅이 한 마리가 뒤집혀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을 보고 도와주었던 것이 이렇게 큰상으로 돌아올 줄 꿈에도 몰랐습니다.
저는 특정한 종교는 없습니다만 이번 기회로 인하여 우주 만물을 섭리하는 신이 있다고 믿고 싶어졌습니다.
천지간에 만물을 생성 소멸하는 것뿐만 아니라 인간과 미물이 만나는 우연 중 필연과 그 안에 기쁨과 슬픔, 이 모든 것을 관장하는 일은 신의 뜻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많고 많은 문인과 훌륭한 작품을 쓸 능력자들을 제쳐두고 제게 이 큰상이 온 것은 분명 보이지 않는 신의 은총이겠죠.
이 세상 어느 한구석에서라도 감동으로 읽혀져 쓰일 곳이 있다는 신의 뜻이자 세명일보 심사위원님의 뜻이라 생각하니 숙연한 감사의 마음이 들었습니다.
세명일보 심사위원님께 감사합니다. 앞으로 좋은 글로 보답하겠습니다.
처음 수필 부문의 글을 접하도록 인도하신 김시종 교장 선생님, 시의 옷을 만들어 입도록 창작의 재단을 가르쳐 주신 황송문 교수님 감사합니다. 시인다운 시인이 되도록 각별히 노력하렵니다.

 

당선작 - 닮은 꼴

인도 한복판에 벌러덩 누워
살려고 발버둥 치는
풍뎅이 한 마리

뒤집기를 하려고
등따리로 뱅뱅 돌며
죽을힘 다해 용을 쓴다

막대기로 다치지 않게
고이 뒤집어 주니
아직 정신이 어리둥절한 모양

혹시 행인에게 밟힐까
길가 한쪽으로 떠밀어주고
살길 찾아 날아가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

나도 너처럼 한판 뒤집기 잘하면
인생이 확 달라져 훨훨 날아 볼 텐데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는 인생 장애인

모래판 씨름 선수는 한 명의 상대가 있지만
나는 누구를 만나야 뒤집기가 될까
스스로 못 뒤집는 너와 나는 닮은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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