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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시인의 20代 시와 70代 시 비교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19.05.08 20:53 수정 2019.05.08 20:53

김 시 종 시인·자문위원
국제PEN클럽 한국본부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하나도 없다.
세월이 흘러가면 다 변하게 마련이다. 세상에 영원불변한 것은 하나도 없다. 그게 정상 중 정상이라 할 수 있다.
1970년 4월 봄날, 필자는 청년시인이요, 청년교사로서 가은중학교에서 교과 지도와 젊은 시인으로서 시심(詩心)이 샘솟아 가치 있는 시(詩)를 잇달아 지어 마음속으로 보람과 행복을 만끽했다.
직장인 가은중학교에 가기 위해, 고샅길로 걸으면서 담 너머로 뻗은 봄꽃을 보며 생명의 숨결을 느꼈다.
그 시절에 지은 <‘봄날 아침’/김시종>을 만나보려고 해요.

 

 

봄 날 아침

인연땜에 더 밝던가
서라벌 봄 하늘이……
경순왕 허리 속에서
거닐던 東京의 봄 날
만지면 실비단 하늘은
손에 남는 두릅냄새.

이냥 이대로 있어라
하냥 미쁜 봄날은
봄날은 순간 살아도
영원을 사는 슬기
오늘은 내 허리에서 누가
천년 뒤의 하늘을 볼꼬?

얼음밭에 뿌리박은
내 삶은 철 이른 버들개지.
태어남도 봄날이소서……
살아감 또한 봄날이소서……
영계의 무지개 사다리
이런 봄날에 오르거라.
<새교육 1970년 7월호 게재>

◈  2019년 봄에 발표한 시편

1. 목련꽃은

나무에 달린 목련꽃은
하늘의 별이다.

목련꽃이 지는 것은
별이 똥 누러 가는
별똥별 같다.

2. 부부싸움 제1계명

지는 것이, 완승(完勝)하는 거다.

3. 만 원권을 입에 문 누렁이 왈(曰)

다리가 아파도
더 많이 쏘다녀야겠다.

참신한 비루빡 그림을
놓치지 않기 위하여…

점촌 재래시장(중앙시장) 뒷골목
비루빡에 만 원권을 문 누렁이가
그림 속에서 꼬리를 흔든다.

누렁이(노랑 개)는 만 원권을 입에 문 채 문화해설사가 되어
석탄이 잘 팔려 호황을 누렸던
지난 날 (1970년대) 점촌을 침도 흘리지 않고 잘 해설하고 있다.
들릴 듯 말 듯 가는 목소리로…

(덧말) 봄날 아침(1970년)은 정형시요, 근작(近作)목련꽃은/부부싸움 제 1계명/만 원권을 입에 문 누렁이 왈(2019년)은 자유시다.
올해 시인의 나이도 78세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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