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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한국의 서원, 도산서원·병산서원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기념하며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19.07.09 20:01 수정 2019.07.09 20:01

권 영 세
안동시장

아름다운 분홍빛의 배롱나무꽃이 병산서원 곳곳에 찾아오는 이 계절, 또 하나의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2010년부터 세계유산 등재 논의가 계속되어 온 ‘한국의 서원’이 지난 7월 6일 아제르바이잔에서 개최된 제43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등재가 결정됐다는 소식이었다.
2016년 한 번의 고배를 마셨지만, 다방면으로 노력한 결과 문화재청, 관련 지자체, 서원 관련 단체, 응원해주신 국민들의 구슬땀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이제 안동의 자랑스러운 도산서원과 병산서원이 한국을 넘어 세계에 ‘탁월한 보편적 가치’, ‘진정성과 완전성’을 인정받았다.
안동은 어느 지역보다 유교 문화를 화려하게 꽃 피웠던 곳으로 퇴계 이황, 학봉 김성일, 서애 류성룡 선생 등의 유수한 학자들을 배출했다. 안동의 선비들은 관직에 나아가기보다는 학문을 닦고 인의예지신을 생활화하며, 후학 양성에 큰 힘을 기울이고 향촌 사회를 질서 있게 이끌어 갔다. 이러한 유학적 생활이 가시적으로 구현된 곳이 ‘서원’으로, 우리의 도산서원과 병산서원 속에는 유학자들의 사상과 학문, 가치관 등의 정신문화와 당시 사회의 문화적 시스템이 복합적으로 녹아있다. 이러한 바탕이 이어져 지금의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인 안동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다시피 도산서원은 우리나라 최고의 성리학자인 퇴계 이황 선생을 제향하는 서원이다. 퇴계 이황 선생은 후학을 양성하고 교육하기 위해 도산서당을 건립했고, 이곳은 선생 사후에 그를 기리기 위한 서원이 됐다. 영남 사림과 성리학의 핵심지로 건축 배치와 주변의 경관은 한국을 대표하는 서원이다. 추로(鄒魯)의 단어가 처음 칭해지고, 정조대에 도산별시가 치러질 만큼 서원이 가진 조선 시대 그 명예와 위상은 가히 겨룰만한 곳이 없었다.
병산서원 또한 조선 최고의 정치가이자 경제·군사 전략가인 서애 류성룡 선생을 모시는 곳으로 전면의 낙동강과 병풍처럼 펼쳐진 병산의 풍경은 천인합일(天人合一)을 추구하는 서원 건축의 대표적인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서원이 들어선 장소와 주변 풍광은 소박하지만 굳센 지조와 의지의 선비 정신을 잘 보여주고 있다. 두 서원은 조선후기 대원군 대의 서원 철폐령에 들어가지 않을 만큼 배향 인물 제일의 서원으로 인정받아 지금까지 잘 유지돼 우리에게 선비정신과 유학세계가 구현된 아름다운 경관을 남겨주었다.
안동은 이미 2010년에 한국의 역사 마을 안동 하회마을, 2015년 세계기록유산인 유교책판, 2018년 한국 산지 승원 봉정사를 세계유산으로 등재했다. 세계가 인정한 문화재의 숫자가 많은 만큼 관리와 보존의 중요성은 몇 배로 커지게 됐다. 등재의 기쁨도 잠시, 안동은 유네스코 세계유산뿐만 아니라 많은 전통문화유산을 어떻게 관리·보존·활용할 것인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유네스코에서 서원의 통합 보존관리 방안 마련을 권고했듯이 안동도 과거의 부족했던 부분을 반성하고 어느 지역보다도 발 빠르고 선진적으로 문화재 보존·관리에 힘쓸 계획이다. 또한 잘 관리된 문화재를 안동 관광의 초석으로 삼아 이번 등재를 계기로 1천만 관광시대를 맞이할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노력할 예정이다. 안동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안동의 자랑스러운 탈춤을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해 유네스코 세계유산, 기록유산, 무형유산의 3대 카테고리를 보유하고 있는 유일한 도시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방침이다.
이번 등재가 한국 속의 안동이, 세계 속의 안동이 되는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우리 안동시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가 함께 응원하고 축복해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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