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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냠 냠 냠…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19.07.10 19:20 수정 2019.07.10 19:20

김 시 종 시인
국제PEN클럽 한국본부 자문위원

전등을 발명한 발명가 에디슨·상대성원리를 발견한 핵물리학자 아인슈타인 박사도 대단하지만, 나는 그보다 중요한 원리를 발견했다. 자기 삶의 기쁨을 발견 할 줄 아는 것이 가장 큰 발명·위대한 발견이라 이 연사(?) 강렬하게 외칩니다.
필자는 1971년 10월부터 2018년 3월까지 꼭 47년 5개월을 반려견이 아닌, 방범견을 키웠는데 집에서 태어난 강아지까지 백 여 마리의 평범한 보통견(犬)을 지성으로 보살폈다. 도둑이 빈집을 털어 나를 놀라게 하여 놀란 듯이 방범견을 키웠다.
내가 수발을 든 개는 ‘차돌이’인데 2018년 3월 19일 오전 10시경 가출하여 실종이 되었는데, 만 15년 4월 19일을 우리집에서 살았다. 개 나이 15살은 사람으로 치면 100살 산 것과도 비견할만하다. 내가 키운 100여 마리 개중 차돌이만이 15세를 살았다. 15년 4월 19일을 지성으로 돌본 애견(愛犬)이 실종되었을 때는 너무 마음이 급하여 우산도 펴지 않고 온 거리를 샅샅이 누볐지만 그 날 따라 비가 쏟아져 그런지 내 눈에 똥강아지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집 부근에 설치된 경찰서CCTV까지 열람을 신청했지만 차돌이 행방은 오리무중이었다. 차돌이가 사라진 것은 몹시 안타까웠지만 차돌이에 대한 미안감은 조금도 느끼지 못했다. 차돌이가 우리집에 있을 때 지극정성으로 보살펴 주었기 때문이다. 그때 차돌이를 정성껏 돌보아 준 것은 미래에 갑자기 있을 이별을 예견하고 그런 것은 아니다. 매사에 정성을 다하는 내 평소의 습관 탓이라고 볼 수 있다. 차돌이가 사라졌지만 차돌이를 생각케 하는 ‘차돌이 문양석’이 바로 안방 내 머리맡에 있었지만, 평소엔 눈 여겨 보지도 않았는데 차돌이가 실종 되고부터 차돌이 문양석이 클로즈업 되었다.
‘차돌이 문양석’은 바탕이 검은돌에 흰 강아지가 참새를 잡는 문양석인데 어느 누구가 봐도 느낌이 같았다. 차돌이는 수캐로서 강아지 때부터 날으는 참새를 잡고, 생쥐를 잘 잡는 사냥개로서 소질이 뛰어나 강아지시절에 하룻밤에 생쥐 12마리를 포획한 특등 사냥개였다. 차돌이는 흰색 바탕에 검은 무늬가 있는 잘 생긴 강아지(개)로 성질도 수캐답게 용맹무쌍했다. 차돌이 실종 후 차돌이 문양석이 내게 큰 위로가 되어주었다. 아내의 극구반대로 차돌이 실종 후 우리집은 양견(養犬) 47년 5개월에 마침표를 찍어야 했다.
차돌이를 닮은 흰 바탕에 검은 무늬가 찍힌 길고양이 모자(母子) 5마리가 자연스럽게 우리집을 찾았다. 사료와 물을 챙겨주었더니 거의 한 달 동안을 우리집을 떠나지 않아 차돌이 닮은 고양이 일가족을 보고 조금은 위안을 받았다.
온다 간다는 기별도 없이 고양이 모자 다섯 가족이 떠나 내 가슴을 더욱 썰렁하게 했다. 그럭저럭 반년의 세월이 흐르고 나서 새끼 고양이 세 마리가 우리집을 다시 찾아, 지금까지 하루 한 번씩은 꼭 나타나고, 어떨 때는 꽤 여러 날 체류하기도 한다. 그중에 제 어미를 꼭 닮은 공중부양이가 사람을 만나면 머리를 부벼 대면서 사랑과 관심을 나타낸다.
정이란 사람이나 동물이나 주고받고 오고 간다. 나도 고양이 새끼 세 마리에게 사료와 먹을 물·멸치대가리·밥을 챙겨주고 있다. 세 마리 고양이 중에도 공중부양이에게 먹다 남은 생선 같은 것을 특별히 자주 챙겨준다. 공중부양이는 맛있는 먹이를 주면, 냠 냠 냠‥‥ 소리를 내며 맛있게 먹는다. 그 모양이 보기 좋아 공중 부양이에게 맛있는 것을 자주 챙겨준다. 그때마다 공중부양이는 냠 냠 냠 ‥‥ 소리를 쉬지 않는다. 어린 아이들에게 맛있는 걸 주면 냠 냠 냠 소리를 내며 행복하게 먹이를 먹는데, 고양이도 냠 냠 냠 소리를 내니 사람도 동물도 기쁨은 숨기지 않고 밖으로 나타낸다.
자주자주 공중부양이(고양이)가 냠 냠 냠 소리를 연발하도록 각별히 잘 보살필 것을 만천하에 선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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