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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화웨이의 주인은 누구인가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19.09.23 19:26 수정 2019.09.23 19:26

김 화 진 교수
서울대 법학대학원

올해 상반기에 중국 화웨이(??)의 주인이 누구인가에 대한 인터넷 설문조사가 있었다. 트위터, 페이스북, 링크드인을 통했다.
그런데 이 조사는 화웨이가 한 것이다. 회사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회사가 가장 잘 안다. 그런데 회사가 무슨 설문조사를 한다는 것이며 그렇게 한들 그 결과가 답일 수는 없는데 기이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참여자의 41%가 중국 정부를 화웨이의 주인으로 본다는 결과가 나왔다.
화웨이의 조사는 미국의 제재에 직면해서 화웨이가 중국 정부 소유라는 인식을 불식시키려는 과정에서 진행되었던 것이다. 설문조사 결과와 함께 화웨이는 회사의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화웨이의 입장은 회사가 종업원들 소유라는 것이다. 2018년 연차보고서도 총 약 19만 명의 종업원들 중 9만6768명이 회원인 단체(Trade Union Committee)가 화웨이 지주회사 지분의 98.99%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머지 1.01%를 창업자 런정페이 회장이 보유한다. 그리고 지주회사가 화웨이 사업회사인 화웨이기술유한공사 100% 주주다.
그런데 설문이 진행되고 있던 5월에 미국 조지워싱턴대 도널드 클락 교수와 베트남 풀브라이트대 크리스토퍼 볼딩 교수가 ‘누가 화웨이를 소유하는가?’라는 제목의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클락은 미국에서 손꼽히는 중국법 전문가다. 이 논문은 언론에서 순식간에 큰 화제가 되었다.
이 논문은 종업원들이 주인이라는 화웨이의 입장에 의문을 제기한다. 이 논문은 종업원 단체의 정체가 불분명하고 화웨이는 실제로는 중국 정부가 비밀리에 소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두 교수는 지난 20년간 화웨이에 대해 작성된 언론 보도와 각종 기록, 그리고 종업원들이 관여된 소송자료를 분석한 후 그런 결론에 도달했다. 
동 연구에 따르면 화웨이 종업원들은 지주회사나 사업회사의 주식을 직접 소유하지 않는다. 종업원들은 계약에 의해 일종의 가상주식을 소유하는데 그를 통해 회사의 수익 배분에 참여할 뿐이다. 가상주식은 채권이며 재산권이 아니다.
따라서 가상주식에는 의결권이 부착되어 있지 않고 양도할 수도 없으며 주식은 퇴사와 함께 저가의 보상으로 소각된다.
실제로 화웨이는 이사회가 종업원 단체에 의해 선출된다고 주장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떤 절차를 따라 구성되는지는 밝히지 않고 있다. 종업원 단체 자체의 지배구조에 대해서도 알려진 것이 전혀 없다. 누가 대표하며 위원과 대표가 어떻게 선출되는지 아무도 모른다. 내 수업에 참여하는 중국 학생들에게 조사를 시켜도 별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
중국은 독일식의 2원적 이사회제도를 가지고 있는데 감독이사회와 경영이사회다. 대다수 중국기업의 감독이사회는 정부의 영향 아래 있고 중국공산당 출신 인사들도 포함되어 있다.
화웨이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추측을 불러일으킨다. 1987년에 선전에서 회사를 창업한 런정페이 회장이 인민해방군 장교 출신이고 1978년 이래로 중국공산당원이라는 점도 그런 추측을 뒷받침 한다. ‘중화민족을 위해 분투한다’는 뜻인 회사 이름부터 의심을 받는다. 화웨이는 정경유착(꽌시)으로 성장한 회사다.
그러나 이 모든 논란은 초점이 빗나간 것이다. 현대 주식회사는 회사 밖의 누구에게도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주인’이 있을 수 없다. 주주들은 회사 재산과 수익, 지배구조에 대한 비례적 이익을 가질 뿐이다. 결국 회사의 주인은 독립된 법인격을 가진 회사 자체다.
따라서 지분 구성이 어떻게 되어 있든 실제로 사업상의 결정권인 경영권을 누가 가지는가가 중요하며 그에 누가 영향을 미치는가를 같이 보아야 한다.
이렇게 본다면 큰 이론의 여지없이 화웨이의 경영권은 회사 안팎의 법률적, 사회적 계약의 총체가 집결되는 런정페이 회장에게 있고 이사회의 구성에는 회장의 의중이 반영될 것이다. 런정페이 회장은 모든 이사회 결의에 대한 거부권도 있다.
회장의 장녀 멍완저우가 부회장 겸 CFO라는 점도 지분 1%와는 잘 맞지 않는다. 전형적인 가족경영 기업의 모습이다. 멍완저우는 작년에 미국의 요청으로 캐나다에서 체포되어 기소된 사람이다. 미국의 이란 제재 위반 혐의다. 그리고 비상장회사 화웨이의 런정페이 회장과 중국 정부의 관계라는 것은 어떤 방법으로도 공식 확인할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이다. 이 영역은 세상에 알려지는 자료나 정보가 아니라 서방 각국 정보기관들이 담당할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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