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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박정희와 왕산, 그리고 장세용. 독립운동가 후손의 삶은 지난할 수 밖에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19.09.29 18:48 수정 2019.09.29 18:48

김 도 형 사무국장
독립운동가김원식선생기념사업회 추진위원회

최근 지역 언론지면을 장식하는 구미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인물을 손꼽으라면 단연코 왕산 허위 선생과 박정희 전 대통령 그리고 장세용 구미시장이다.
1908년 당시 13도의병연합부대 군사장으로 일제에 맞서 300여명의 선발대를 서울 동대문 밖 30리 지점까지 이끈 항일의병장인 왕산은 구미 출신의 독보적인 독립운동가로 지역에서 추앙받고 있고 지난해 10월 21일 순국 110주년 추모식이 구미시 임은동 왕산기념관내 묘역에서 처음으로 열렸다.
구미국가산업단지 조성을 비롯해 조국 근대화의 첫삽을 뜬 박정희 전 대통령은 경북과 구미지역에서 여전히 보수의 아이콘으로 추앙받으며 매년 10월 26일과 11월 14일이면 구미시 상모동 박정희 생가 일대에는 어김없이 새마을노래가 울려퍼지고 5·16군사혁명가를 기리는 의식을 거행한다.
구미시장 출마 당시 대구경북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이자 정치개혁대구시민행동 공동대표로 알려진 장세용 시장은 지난해 박정희 추모제 불참을 선언하며 “나는 민주화 운동을 한 사람, 박정희 추모제에 안간다”라고 언론을 통해 명확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당시 장세용 시장은 시류에 영합하지 않고 일부 보수단체들의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박정희 추모제 참석 대신 왕산의 장손인 허경성 옹을 만나는 것을 택했고, 세계 여러 곳에 뿔뿔이 흩어져 있는 왕산의 유족들이 고향에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지시하기도 해 주변의 찬사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민족문제연구소 구미지회의 구미시 산동면에 위치한 물빛공원 내의 왕산광장 명칭 고수를 위한 강한 의지는 급기야 허경성 옹을 구미시청 앞에서 1인 시위의 결과를 낳게했고, 장세용 시장은 가타부타 구설수에 올라 곤욕을 치루고 있는 상태다.
더불어 구미공단 조성 5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장에서 기념영상 중 박정희 전 대통령의 모습이 빠져, 이를 두고 장세용 구미시장은 보수진영 사람들로 부터 ‘박정희 역사지우기’라며 맹목적인 지탄을 받고 있어 사면초가에 빠진 모양새였다.
사태(?) 해결을 위해 구미시는 기념영상에 빠진 박정희 전 대통령을 다시 넣고 홍보 영상을 제작했다고 알렸고, 장세용 구미시장은 대구에 거주하는 왕산의 장손 허경성 옹 내외를 찾아 사과의 인사말을 건넸다. 장 시장은 민족문제연구소 구미지회 회원들 중 다수가 자신의 선거캠프에서 도움을 주고 신뢰했던 사람들인 관계로 자신의 심경을 헤아려 주지 못하고 왕산광장 이슈를 몰아부치는 것이 못내 아쉬웠던 모양세였다. 특히 허경성 옹 내외가 있는 자리에서 조차 민족문제연구소 구미지회원들과 마주선 자리에서 목소리는 높아져만 갔고 급기야, “우리 조부는 변변한 산소조차 없다”며 독립운동가였으나 오늘날까지도 지역에서 대접 받지 못한 본인의 조부에 대한 애환을 무심결에 쏟아내고야 말았다.
공인인 장세용 시장이 어떤 이유를 막론하고 사람들 앞에서 큰소리를 친 것은 실수였다. 특히 약점이 드러나는 순간 가차없이 매몰차게 몰아부치는 지역의 정서를 일순간 의식하지 않은 지극히 평범한 일반인의 모습이었고 연민의 정도 느껴졌다. 
이번 왕산 후손과 관련된 이슈는 민주화운동가이자 역사학자로서 평생을 소신있게 살아온 장세용 시장이 본인 스스로도 평생을 잊지 못할 마음의 상처를 떠안은 사건으로 해석된다.
왕산광장 명칭 변경으로 촉발된 최근의 이슈에서 독립운동가로서 왕성한 활동을 했으나 시대가 낳은 비극인 이념간의 괴리로 인해 제대로 조명받지 못한 적우 장홍상 선생에 대한 장세용 시장의 마음을 읽을 수 가 있었다.
시장으로서 조부의 독립운동 사실을 마음 편히 말할 수 없다는 현실이 못내 안타까웠을 곳이고, 혹시라도 조부의 독립운동 기념사업을 꽤한다는 구설수에 오를까 노심초사 했을 것이다.
지난해 장세용 시장이 당선 된 직후부터 보수단체에서 조차, 언론지면에 기사화된 바 있는 지방분권운동 단체가 언급한 장세용 시장 조부에 대한 독립운동에 대한 재조명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 사실을 두고 현수막까지 내걸며 “박정희 역사는 지우며 조부만 챙긴다”라는 비난을 공개적으로 서슴치 않았다. 현재 보수단체의 뜻대로 박정희역사자료관은 명칭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지역에서 지극히 정치적인 공세에 내몰릴 수 밖에 없는 민감한 이슈인 박정희 대통령 역사기념사업은 지역의 애물단지로 전락했으나, 누구하나 제대로 관심은 갖지 않는다. 오로지 정치적인 이슈로만 써먹을 용도의 지역의 상징이 됐을 다름이다. 현재 구미시 상모동에 공사중인 박정희 역사자료관 건립은 올 5월이 완공 예정일이었으나, 여전히 공사중이다.
9월 25일 기준으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203일 전으로 다가왔다.
또 9월 24일 박정희정신연구소가 개소식과 함께 구미시 형곡동의 한 골목가에 자리를 잡았다. 구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지극 정성으로 모시는 자가 지역의 민심을 끌어 모을 수 있다는 전제하에 보수진영의 정치의 뜻을 품은자라면 누구나 박정희 생가를 찾아야만 한다는 공식이 성립하는 곳이다.
자유한국당의 장석춘 의원은 “구미시민을 능욕하는 장세용 시장은 사죄하라”며 장세용 시장이 90대 어르신인 왕산의 후손에게 막말과 모욕을 줬고, 구미 산단을 있게 한 박정희 대통령을 50주년 홍보영상에서 제외시킨 것과 더불어 박정희 대통령 시해자 김재규를 ‘장군’이라고 호칭한 것 등을 싸잡아 비판하기도 했다.
장 의원은 장 시장이 구미시민의 안녕은 도외시하고 정치적인 목적으로 구미시민을 분열시키는 불순한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 정치편향적으로 역사를 왜곡한 죄는 반드시 엄정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한 언론에서는 구미공단 50돌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며 기념영상에서 박정희의 존재가 없다는 것에 대해 분개해 하며 새로운 시장이 가는 곳마다 시끄럽기 짝이 없을 정도로 구설수에 오른다며 힐난했다.
공단 50주년 기념행사가 있기 전까지 장세용 호는 무난하게 순항을 해왔다. 그동안 미래가 다소 어둡게만 느껴졌던 구미국가산단에 대해 다양한 경제적 성과가 있었으나 장세용 호에 대한 칭찬에는 인색한 지역 정서였다.
순항중 미처 살피지 못한 암초를 만난 양 기념영상에 빠진 박정희 전 대통령의 모습과 왕산 후손과 다투는 듯한 이미지 부각으로 인해 구미시장 전 출마자를 비롯해 지역 원로 기자 또한 이참에 장세용 시장에 대해 비판하는 큰 목소리를 내는 것은, 어쩌면 다가올 총선 시즌을 앞두고 약점 잡을 큰 기회를 기다렸다는 뜻으로 비쳐진다.
최근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은 스마트산단 선정 등 구미산업에 활력을 불어 넣어 준 장세용 호에게 큰 악재로 작용할 듯이 비쳐지는 작금의 세태가 아쉬울 다름이다.
독립운동가의 후손이나 지역을 책임져야만 하는 지자체장이라는 멍에를 안고 있는 까닭에 변변히 독립운동가인 조부를 기리지 못하는 심정을 헤아려주는 이가 없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고 주장한 언론이라면 지자체장의 독립운동가에 대한 조명도 해줘야만 공평한 글일 것이다.
장세용 시장이 출마하기 전 구미에는 흑묘백묘론이 유행이었다. 위기의 구미국가공단을 다시금 일으켜 세울 능력자가 나올수만 있다면 여야 가리지 않고 구미시민이 선택할 것이라는 분위기였다. 이양호 전 구미시장 출마자와 초박빙의 승부를 겨룬 장세용 구미시장은 구미시민들의 염원대로 구미형일자리 선정에 이어 스마트산단 선정이라는 큰 선물을 안겨다 준 장본인이다.
본인의 실수를 인정하고 누구보다 가슴 아파할 당사자에 대해 이를 빌미로 다가올 총선에서 기선 제압은 제쳐 두고, 당장 구미가 도약할 수 있는 발판 마련을 위해 열심히 발로 뛰는 지자체장에 대해 힘을 내라고 격려의 마음을 보내는 것이 독립운동가 조부를 가슴에 묻고 고군분투하는 시장에 대한 인지상정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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