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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명시(名詩)=단시(短詩)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19.10.13 18:15 수정 2019.10.13 18:15

김 시 종 시인
국제PEN 한국본부 자문위원

필자는 기성시인이 된지 53년을 헤아리는 원로시인이며, 중진시인이기도 하다. 나는 내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고 정성을 다했다고 고백할 수 있다.
반세기가 훨씬 넘는 창작생활(시·수필)을 통해 두 가지의 중대한 원리를 발견했다. 명시(名詩)는 우리나라와 세계를 다 찾아봐도 단시(短詩)중에 명시(名詩)가 많다.
나는 문학의 새 공식을 하나 정립(定立)했다.
‘명시(名詩)=단시(短詩)다.’
둘째 원리는 좋은 시(詩)를 짓자면 새로운 깨달음과 발견이 꼭 있어야 한다. 필자가 잘된 자작시(自作詩)중 단시(短詩)를 애독자제현께 제시하니 현명한 판정을 기다린다.
제가 제시한 단시(短詩)는 시 해설은 안하는 것이 더욱 선명한 느낌을 드릴 것 같아 과감히 생략한다.
1. (시) 성에 낀 아침/ 김시종

간 밤은
너무 추워
하느님도
밤잠을 한 잠도 못 주무신가 보다.

아침에 일어나니,
집집마다 유리창에
하느님이 손가락으로
아름다운 성에꽃을 그려 놓았다.
(1989.  1. 29.)

2. (시) 이른 봄/ 김시종

강아지도 자연공부를 한다.

새싹이 얼마나 자랐나?
궁금한지,

앙징스런 앞발로 흙을 파본다.

3. (시) 가을/ 김시종

코스모스가 찰칵찰칵
바람을 찍는다.

바람은 사진에 잡히지 않고
코스모스만 가득하다.
4. (시) 밀경(密耕)/ 김시종

세월이 내 얼굴을 밭으로 착각하고,
버섯농사를 짓는다.

지난해엔 없던 검버섯이,
내 얼굴 여기저기에
올해 여러 포기 돋아났다.

5. (시) 억새/ 김시종

억새들이 머리를 맞대고
모의(謀議)를 한다.

중지(衆智)를 모아 흐뭇하다고
머리를 끄덕인다.

사람사는 세상에도
제발 좀 싸우지만 말고
머리를 맞대고 중지(衆智)를 모으라고
슬기로운 흰 머리들이 타이른다.

6. (시) 식목일에/ 김시종

나무는 인류의 큰 스승이다.
책이 되어 지혜를 가르쳐 주고
매가 되어 몽매함을 깨우쳐준다.

식목일은 진짜 ‘스승의 날’이다.
7. (시) 농촌폐교장

개천절에도 국기를 게양하지 않는
폐교된 초등학교 국기게양대

어제는 우체부 대신 까치가 다녀갔다.

지난 여름철엔 아동들 대신/ 뜸북새가 운동장에서 놀다 갔다.

8. (시) 화두(話頭)/ 김시종

비어야 찬다는 말은
회갑 무렵 깨쳤는데

죽어야 산다는 말은
진갑을 넘겨도 아리송해

9. (시) 봄 눈 / 김시종

사르락 사르락 내리는 봄 눈‥‥

목마른 나무들이 손 벌리고
눈을 받아 먹는다.

나무가 눈을 먹고, 새잎이 눈뜬다.

<덧 말> 잘 읽으셨습니까? 감사합니다.(김시종 사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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