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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국민교육헌장에의 향수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19.10.17 19:36 수정 2019.10.17 19:36

김 시 종 시인
국제PEN 한국본부 자문위원

국민교육헌장은 1968년 12월 5일자로 효력을 발생하여, 1994년 김영삼대통령때 폐기되었다.
김영삼대통령은 정치가로 깜짝쇼에 재질을 보였다. 국민학교를 초등학교로 교명(校名)을 변경했다.
국민학교의 국민은 일제의 황국신민에서 유래했다는 기상천외한 해석을 했다.
국민학교를 초등학교로 갈아 덕을 본 사람은 간판업자와 학교직인을 파는 도장공(圖章工)이 푼돈을 번 것 말고는 별 소득이 없는 것 같다.
우리나라는 국교(國敎)도 없고 그렇다고 뚜렷한 고유사상도 없어 국민단결의 핵이 없어, 위대한 국가건설에 구심점이 없어 노심초사 끝에 중지(衆智)를 모아 393자(字)의 국민교육헌장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매년 12월 5일 국민교육헌장이 반포된 이 날은 교육계의 축제날이었다. 한 해 동안 실적이 있는 모범교원을 선정하여 포상, 교육공무원(교원)에게 힘을 실어주고, 격려하여 교원들이 기다리는 날이기도 했다.
국민교육헌장이 제정될 무렵 우리국민소득은 일백불(100$)되거나 말거나 할 때였다.
처음 헌장이 반포될 때는 교사·학생 할 것 없이 국민교육헌장 외우기에 혈안(血眼)이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국민교육헌장이 폐기된 1994년부터 교단에 사실상 명절(12월 5일)이 폐지되어 교원들의 서운함도 컸음을 알아야 한다.
국민교육헌장이 폐기되고 나서 이 나라 교육계의 진운도 은퇴공연을 하게 된 것 같다.
이제는 우리 주변에서 잘 볼 수 없는 ‘국민교육헌장’과 신조(新造)된 ‘고교교육헌장’을 같이 보여 드린다.
이 둘 중에 어느 헌장이 폐지돼야 교육이 발전할까?
현명한 애독자 제현께서 마음속으로 결정해 주시기 바란다.

『국민교육헌장』
우리는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조상의 빛난 얼을 오늘에 되살려, 안으로 자주 독립의 자세를 확립하고, 밖으로 인류 공영 에 이바지할 때다.  이에, 우리의 나아갈 바를 밝혀 교육의 지표로 삼는다.
성실한 마음과 튼튼한 몸으로, 학문과 기술을 배우고 익히며, 타고난 저마다의 소질을 계발하고, 우리의 처지를 약진의 발판으로 삼아, 창조의 힘과 개척의 정신을 기른다. 공익과 질서를 앞세우며 능률과 실질을 숭상하고, 경애와 신의에 뿌리박은 상부상조의 전통을 이어 받아, 명랑하고 따뜻한 협동 정신을 북돋운다. 우리의 창의와 협력을 바탕으로 나라가 발전하며, 나라의 융성이 나의 발전의 근본임을 깨달아,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 과 의무를 다하여 스스로 국가 건설에 참여하고 봉사하는 국민정신을 드높인다.
반공민주 정신에 투철한 애국 애족이 우리의 삶의 길이며, 자유 세계의 이상을 실현하는 기반이다. 길이 후손에 물려줄 영광된 통일 조국의 앞날을 내다보며, 신념과 긍지를 지닌 근면한 국민으로서, 민족의 슬기를 모아 줄기찬 노력으로, 새 역사를 창조하자.                                 

 

1968년 12월 5일

『고교교육헌장』
우리는 명문대 입학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선배의 빛난 입시 스펙을 오늘에 되살려 안으로는 이기주의의 자세를 확립하고 밖으로는 친구 타도에 이바지 할 때다. 이에 우리의 나아갈 바를 밝혀 입시의 지표로 삼는다.
영악한 마음과 빈약한 몸으로 입시의 기술을 익히며, 타고난 저마다의 소질을 무시하고 우리의 성적만을 행복의 기준으로 삼아 찍기의 힘과 눈치의 정신을 기른다. 시기심과 배타성을 앞세우고 능률적 찍기 기술을 숭상하며 경애와 신의에 뿌리박은 상부상조의 전통을 완전히 타파하여 메마르고 살벌한 경쟁 정신을 복 돋운다. 나는 눈치와 이기주의를 바탕으로 성적이 향상하며 남의 성공이 나의 파멸의 근본임을 깨달아 견제와 시샘이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다하며 스스로 남의 실패를 도와주고 봉사하는 척하는 학생 정신을 드높인다.
이기 정신에 투철한 입시 전략이 우리의 삶의 길이며 명문대 입학의 이상을 실현하는 기반이다. 길이 후배에게 물려 줄 영광된 명문대 입학의 앞날을 내다보며 신념과 긍지를 지닌 눈치 빠른 학생으로서 남의 실패를 보아 줄기찬 배타주의로 명문대에 입학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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