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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漢字로 보는 世上] 壟斷(농단)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19.10.17 19:37 수정 2019.10.17 19:37

배 해 주
수필미학문학회 회원

옛 세상은 평온했다. 그 시대에도 시장이 섰지만, 누구도 돈을 벌려고 하지 않았다. 그저 물물교환으로 생계를 유지해 나가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래서 관리들의 감독은 아주 수월했다.
그런데 한 교활한 남자가 돈을 벌어보려고 생각했다. 그는 진귀한 물건들을 많이 가지고 시장에 와서는 먼저 작은 언덕에 올라가(壟斷) 주변을 살펴보았다. 그리고는 많이 팔릴만한 장소를 잡아, 시장의 이익을 혼자서 독점했다. 사람들은 그 남자를 천박하다고 미워해서 그에게 세금을 붙이도록 했다. 상인들에게 세금을 붙이는 건 이 천박한 남자로부터 시작됐던 것이다.
농단의 사전적 의미는 이익이나 권리를 교묘한 수단으로 독점하고 행사하는 것을 말한다.
자신의 자리나 권력을 이용해 비정상적인 형태로 이익을 취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름이 없다.
지난 60여 일 장관자리 하나로 세상은 둘로 쪼개지고 서로에게 화살을 퍼부었다. 눈도 귀도 입도 모두를 집어삼킨 블랙홀이 됐다. 바로 자신의 자리를 이용해서 세상을 살아가는 특정인에 대한 시시비비였다.
이를 두고 한 편에서는 민초들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고, 위법이기 전에 도덕의 문제라며 소리를 지르고 길거리로 나왔다.
다른 쪽에서는 도덕적이진 못해도 위법은 아니라는 나름의 변으로 세상은 둘로 쪼개져 서로에게 분노했다. 바로 이런 일은 평범한 서민으로 인해서는 생길 수도 없지만, 설령 있다 해도 이렇게 시끄럽진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부를 가지거나 특정 권력을 가진 자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경계의 대상이 되니 그만큼 자신을 돌아보며 살아야 하는 이유이리라.
 어려운 세상, 권력 있거나 특정 지위에 있는 사람이 자신이 아닌 아랫사람 약하고, 가난한 사람을 위해 힘쓰는 것을 보고 싶은 것은 나만의 바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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