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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중국, 한국과 관계 복원 나선 듯…이유는?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19.10.29 19:00 수정 2019.10.29 19:00

박 형 기
뉴스1 중국전문위원

중국이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소원해진 한국과 관계 복원에 나서고 있는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 사드 사태 이후 5년 동안 중단됐던 국방 전략대화가 재개됐고 ▲ 리커창 중국 총리가 삼성전자 산시 반도체 공장을 직접 방문했으며 ▲ 중국 당국이 이례적으로 현대차에 중국 현지법인 지분 100% 보유를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적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는 이유는 일단 사드 사태 이후 한국 기업의 탈중국 행렬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사드 이후 롯데가 중국에서 철수한데 이어 최근 삼성이 중국 내 모든 휴대폰 공장을 폐쇄했다.
미국이 화웨이 등을 ‘블랙리스트’에 올리면서 반도체 등 부품 수출을 금지하자 중국은 삼성 등 한국 반도체 업체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따라서 한국 기업의 탈중국 도미노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이외에 중국이 한국과 관계 복원에 나선 것은 미중 무역전쟁 와중에 한 명이라도 더 우군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들어 중국이 한국과 관계 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조짐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한중 5년 만에 국방전략대화 재개

사드 배치로 중단됐던 한중 국방전략대화가 5년여 만에 중국에서 열렸다. 지역안보 포럼인 샹산포럼에 참석 중인 박재민 국방부 차관은 지난 21일 샤오위안밍 중국 연합참모부 부참모장(중장)과 제5차 한중 국방전략대화를 가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한반도를 포함한 지역 안보 정세와 양국간 상호 관심사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했다. 향후 한중 국방장관 상호방문 추진 등 각급 인사교류를 더욱 증진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이번 전략대화가 5년 만에 재개된 것으로, 양국간 신뢰를 공고히 하고,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리커창 총리, 삼성전자 전격 방문 & 삼성 칭찬 릴레이

리커창 중국 총리가 지난 14일 산시성 시안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직접 방문한데 이어 관영 환구시보가 ‘삼성이 품위 있게 중국에서 폐업했다’고 칭찬하는 등 중국 공산당이 연일 삼성 띄우기에 나서고 있다.
중국 공산당 공식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16일 리커창 총리의 삼성전자 시찰을 1면에 보도하는 등 비중 있게 다뤘다. 인민일보가 총리의 외국기업 방문 소식을 1면에 배치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뿐 아니라 환구시보는 삼성이 중국 내 마지막 공장을 ‘품위 있게’ 폐쇄하면서 중국 누리꾼의 존경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환구시보는 15일 칼럼에서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올라온 게시물을 인용, 삼성이 문을 닫는 공장 직원들에게 퇴직금, 사회보험료 추가 한 달분, 시계 선물을 한 것은 물론 다른 업체와 접촉해 이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왔다고 전했다.
환구시보는 “이러한 퇴직 패키지는 중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종종 직원들을 홀대하는 일부 중국 제조업체들에 교훈을 준다”고 평가했다.
환구시보는 더 나아가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제조업체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중국 기업들, 특히 해외 투자에 집중하는 기업들이 삼성으로부터 배우지 못한다면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대차에 현지 법인 지분 100% 제안

중국 당국은 또 이례적으로 현대차에 중국 현지법인 지분 100%를 소유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모닝포스트(SCMP)가 22일 보도했다.
그동안 외국 기업이 중국에 진출하면 중국 회사와 합작해야 하며, 외국기업은 지분 50% 이상을 소유할 수 없었다.
현대차는 중국에서 여러 개의 합작법인을 갖고 있다. 주요한 것이 베이징현대와 쓰촨현대다. 베이징현대는 주로 승용차(소나타)와 SUV(산타페)를 제작하며, 쓰촨현대는 버스 등 대형차를 만든다.
중국이 현대차에 100% 지분 보유를 제안한 업체는 쓰촨현대다. 현대차는 쓰촨난쥔(四川南駿)기차집단과 2012년 지분 50대50으로 ‘쓰촨현대’를 설립했다. 이 회사의 차량 생산능력은 2020년 70만대에 이를 전망이다.
현대는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은 한국 기업의 탈중국 러시를 막고 미중 무역전쟁에서도 우군을 확보하기 위해 한중관계 완전 복원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만시지탄이지만 중국의 이같은 조치는 위기에 빠진 한국 경제에 한줄기 빛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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