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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漢字로 보는 世上] 준조절충(樽俎折衝)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19.11.10 18:48 수정 2019.11.10 18:48

배 해 주
수필미학문학회 회원

술동 樽.  도마 俎.  꺾을 折.  충돌 할 衝
술자리(樽俎)에서 유언한 담소(談笑)로 적의 창끝을 꺾어 막는다(折衝)는 뜻으로, 외교를 비롯하여 그 밖의 교섭에서 유리하게 담판하거나 흥정함을 이르는 말이다.
춘추 시대 제(齊)나라 장공(莊公)이 신하인 최저(崔?)에게 시해 되자. 동생이 뒤를 잇고 경공(景公)이라 일컬었다. 경공은 최저를 좌상(左相)에 임명하고 그를 반대하는 자는 죽이기로 맹세까지 했다. 그리고 모든 신하가 이를 따르기로 했다.
그러나 단 한 사람, 안영(晏?)만은 맹세하지 않고 하늘을 우러러보며 “임금에게 충성하고 나라를 위하는 사람이라면 좋으련만”하고 탄식했다고 한다. 이윽고 최저가 살해되자 경공은 안영를 상국(相國)에 임명했다. 안영은 온후박식(溫厚博識)한 인물로서 여우 겨드랑이의 흰 털가죽으로 만든 한 벌의 호구를 30년이나 입었을 정도로 검소한 청백리이기도 했다. 한번은 경공이 큰 식읍(食邑)을 하사하려 하자 그는 이렇게 말하며 사양했다.
“욕심이 충족되면 망할 날이 가까워지나이다”
당시 중국에는 대국만 해도 12개국이나 있었고, 소국까지 합하면 100개국이 넘었다. 안영은 이들 나라를 상대로 빈틈없는 외교 수완을 발휘하여 제나라의 지위를 반석 위에 올려놓았다.
안영의 외교 수완에 대해 그의 언행을 수록한 안자춘추에 ”술통과 도마 사이(술자리)를 나가지 아니하고 1,000리 밖에서 절충한다. 라고 함은, 그것은 안자를 두고 하는 말이다”라고 쓰여 있다.
나라가 어려울 때 위인이 난다는 옛말이 있다. 지금 우리는 내우외환을 겪고 있다고 해도 과히 틀린 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안으로는 진영 간의 간극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아니 시간이 흐를수록 그 골이 깊어간다. 빈부 간의 갈등, 노소간의 갈등, 때로는 남녀의 갈등이 노정 되기도 한다. 위정자는 진영의 벽을 넘어 모두를 아우르는 결단이 필요하다. 지금을 놓치면 돌리 킬 수 없는 흔적으로 남을 것이다.
외교에서는 지금이 어느 때 보다 소중한 시간이다. 하지만 우리는 패거리 문화에 젖어 우왕좌왕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는 지구상에 마지막으로 남은 분단국가이다. 그리고 대륙과 해양세력이 충돌하고 있는 지형적인 특징으로 오래전부터 외세의 침략을 받아왔던 뼈아픈 경험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남북의 분단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향상 머리 위에 칼이 있는 것 같은 위태로운 상황이다. 때로는 이래도 되나 쉽게 안보 무력감에 빠져 있다. 남북 간의 문제 이외도 많은 외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가 우리나라 방공식별 구역을 제집 드나 듯이 해도 큰소리 한 번 치지 못하고 있고, 대일 관계는 국교 정상화 이후 최악을 상태를 맞고 있다. 이웃이 아닌 견원지간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영원한 우방이었던 미국도 자국의 이익 앞에서는 동지도 혈맹도 허물 수 있다는 엄포를 놓고 있다.
이렇게 어려운 시대에 주변국과의 관계를 매끄럽게 만들어 갈 외교력이 진정 없는 것인가? 바로 이때가 준조절충(樽俎折衝)의 지혜를 발휘할 인물이 간절하기만 한 것은 나만의 바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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