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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무용수 너무 예뻐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16.11.29 14:54 수정 2016.11.29 14:54

일흔 넘은 중진시인이 아직까지 젊은이 마냥 예쁜것만 찾느냐고 핀잔할 다혈질도 있으리라. 필자가 무용수가 이쁘다는 것은, 젊은 미모를 보고 단세포 적인 평가가 아니라, 노래하는 가수의 뒤에서 얼굴도 잘 보이지 않지만, 정성을 다해 열심히 춤추는, 최선을 다하는 진지한 모습이 아름답다는 말이다.'뱀이다'라는 노래로 잘 알려진 가수 김혜연씨가 방송대담을 하는 중에, 가수가 들러리 백댄서 보다야 낫다고 웃으며, 무심코 말을 했다. 물론 현실이 그렇고 딱 맞는 말이다. 그렇지만 백댄서(무용수)가 그 방송을 들었으면 많이 섭섭했을 것이다. 주연인 가수의 노래를 빛내기 위해, 조연으로 끼와 역량을 아낌없이 발휘하는 백댄서들이 많다. 필자의 착각인지 몰라도, 가수 노래 솜씨보다 백댄서의 춤솜씨가 나아 보일때도 가끔 있다. 젊은 백댄서 중엔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는 미모의 주인공도 퍽 많은 것 같다. 공연장이 초만원이 되어, 실례를 무릅쓰고 무대 가까이에서 공연을 가까스로 보았다. 댄싱팀들은 몸매가 쭉쭉빠지고 성질이 밝고, 늘상 웃으며 대화하는 모습이, 자기가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여 매우 행복을 느끼는사람 모습이다.하루종일 신나게 뛰다보니, 체력 소모도 각별하여 밥맛이 바로 꿀맛이라 했다.자기 하는 일을 보람있게 열성적으로 하고, 끼니때마다 밥 한그릇을 뚝딱 비우면,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 무용수중엔 자기를 준에술인이라 낮추어 말하는 이들이 있다는데, 백댄서(무용수)는 준예술인이 아니라, 화끈한 예술인임이 분명하다. 자부심과 직업의식을 가지고 더욱 좋은 춤동작으로 시청자·관중들의 열광에 보답해야 할것이다. 필자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그 해 12월초에 육군에 지원입대했다. 부선망(父先亡) 독자(獨子)이기 때문에 병역면제혜택이 있었지만, 좌고우면할 것 없이, 엄동설한에 논산 훈련소 신병훈련을 받고,이듬해(1961년) 2월초에 경북 영천 고경면에 있던 육군부사관학교에 입교하여, 병과교육을 마치고, 1961년 3월 20일자로, 서울에 있는 육군본부 부관감실 행정병으로 전속 발령 받았다. 육군본부 사병의 99%는 천국 생활을 누렸지만, 어쩌다 필자는 1%에 불과한 지옥 내무반에 속하여, 빠짐없이 주1회 배트 10대씩 맷타작이 기다렸다. 필자의 동기 전우들은 어디에 내놔도 모범병사들인데, 우리보다 이홉달 먼저 입대한 남도(南道)출신 고참병들이, 주말이면 잊지 않고, 참나무 침대목으로 골반을 강타헸다. 육군본부에 근무한 2년동안 도합 천도(千度)의 구타를 당했다. 고통을 덜 느끼기 위해, 신경이 마비되기를 기도했다. 인정사정은 아예 약에 쓸려해도 없도, 구타와 폭행이 난무하는 지긋지긋한 젊음의 계절에도, 죽지않고 살아 가게하는 구석이 있었다. 매주 일요일 오후 2시에서울 중구 태평로소재 KBS공개홀에서,국군 위문 방송 '위문열차' 공개 녹음이 있었다. 육군본부사병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버스를 타고가서, 천국같은 공개방송을 경청했다. 육본 부관감실 사병들은 흰 명찰에 붉은 빗금이 그어져 있었는데, 내 명찰을 보면 무조건 입장이 허용되었다. 당시 국군 방송 '위문열차' 진행은 만능MC 후라이 보이 곽규석씨였다. 톡톡 튀는 재치에, 유창한 말재간은 당시 당할 방송인이 없었다.'위문열차'프로에 출연한 가수는 대부분 당시 대한민국 일류 가수들이었다. 여자가수로는 송민도, 박재란, 황금심, 황정자, 최숙자,김상희, 동방성애, 이미자, 최양숙, 광순옥 등등..., 남자가수로는 남인수, 현인, 김정구, 박정원, 원방현, 안다성, 김희갑, 신설랑, 김용만 씨들이 있었다. 그 때 대한만국 톱가수들은 매주 공개홀에서 볼 수 있어, 병영의 지옥 생활을 가까스로 잊을 수가 있었다. 필자가 병영생활을 할때 '아리랑'대중잡지에 당시 인기있던 무용가 홍청자씨의 인생유전이 실려, 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이름을 드날리던 홍청자는 마약에 중독이 되어, 끝내는 홍등가의 엘레나가 되었다. 1950년대와 1960년대초에 이름을 날렸으니, 지금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 며칠전 사진으로도 얼굴을 본 적 없는 홍청자씨를 TV방송에서 지난날 연예인 단체사진에서 보았다. 빼어난 미모의 홍청자씨를 사진에서 나마 처음 보았지만, 뭇 사내들의 가슴을 설레게 할 뛰어난 용모다. 이미 흘러간, 지금은 이 땅에선 만나 볼 수 없는 그리운 사람들도 TV에서 특집재방으로 만날 수 있어, TV가 바보상자만은 아닌듯하다. 너무 예쁜 오늘의 무희들이여! 인생을 잘 못 살다간 선배 무희들을 거울삼아, 조금도 흔들림이 없고, 확고한 자기 인생의 주인공으로, 예술(무용)과 인생을 깨끗하고 아름답게 꾸리시기를 주문드린다. 주연과 조연은 단순한 위치(앞·뒤)가 결정하는게 아니라, 자기역할에 대한 사명감이 결정하는 것이다. 백댄서(무용수)도 가수 못잖게 주요한 위치임을 한시라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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