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오피니언 칼럼

경영권 승계에 ‘작업’은 필요 없다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19.12.10 18:17 수정 2019.12.10 18:17

김 화 진 교수
서울대 법학대학원

대기업의 지배구조는 국가공동체의 재산적 역량이 구성원들간에 분배되는 데 영향을 미친다. 즉, 정치권력의 향배가 변수가 된다. 그러다 보니 대기업의 소유구조도 정치의 영향을 받는다. 유럽에서 소유가 집중된 기업들이 주류인 것은 사회민주주의 발달에 따라 노동계 파워가 커졌고 자본의 소유자들이 그에 방어적으로 행동한 결과다. 기업지배구조 분야 원로인 하버드대 마크 로 교수의 설명이다.
정치적 민주주의가 성숙하지 못한 나라에서는 소유가 분산된 대기업들이 외부의 힘에 취약하고 결국은 내외의 자원배분 기능 조절에 실패해서 쇠락하기 쉽다.
국내에서는 구 기아자동차와 대우조선해양이 그랬다.
기업지배구조는 일차적으로 상법의 영역인데 상법개정이 헌법개정 못지않게 세간의 관심 대상인 이유는 그 정치적 성격 때문이다.
상법개정이 정치세력간 힘겨루기가 되고 사기업의 조직을 다루는 법률이 정권의 지도 이념에 따라 그 내용이 변하는 현상이 일어난다. 시민사회도 개입한다. 최근의 연금사회주의 논란도 그 연장이다.
그렇기는 해도 국내에서 기업지배구조 논의는 과잉이다. 대기업이 사업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진행하는 구조개편과 사업확장까지 경영권 승계라는 정치적 관점에서 보는 경향이 있다.
일의적으로 말하기 어렵고 복합적이기는 하겠지만 한국 대기업들의 구조개편은 생존을 위한 사업정비 차원이 더 크다.
정부규제에 정합하기 위한 개편은 물론 별도다. 성장, 재원, 지배력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게 해주는 것이 계열사를 통한 신규 투자다.
쉽게 말하면 ‘급하니까, 편리한 대로, 안전하게’ 계열사 자금으로 투자한다. 지분은 거래관계에 승수 효과가 있고 법인대주주의 존재는 사업에 도움이 된다는 논문들이 있다.
그러나 바로 그 때문에 기업집단이 금융기관을 계열사로 가지면 위험할 수 있어서 금산분리 원칙이 있다.
3세, 4세 경영권 승계도 해당 기업이 사업적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통상적인 인사 문제다. 지분 하나 없는 전문경영자들간 승계가 일어나는 은행권을 보면 절차가 정치적이 될 수는 있어도 본질은 사업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승계작업이라는 말이 널리 쓰이고 있는데 승계에는 편법을 연상시키는 ‘작업’이 필요 없다. 합당하게 정해서 진행하면 된다.
LG와 GS가 그렇게 했다.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도 이사회가 최고경영자 승계에 관한 정책을 마련해 운영하고 구체적인 승계방안을 공개할 것을 권고한다. 회사가 정관이 정하는 사업목적을 달성하는데 누가 어떻게 최고경영자가 되는지를 정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 경영권 승계에는 필연적으로 경영권 공고화 목적이 내재되고 경영권 공고화는 한 하급심 판결이 인정했듯이 상법 제418조 제2항 의미에서의 회사의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는 방법이다.
정치에 영향받는 외부 통제 중심의 기업지배구조 제도 손질에 치중하기보다는 이제 정직한 경영이 우대받는 기업 내외 환경 조성을 도와야 한다. 이사회 실무 정비와 내부준법감시 강화 등 정직한 경영을 돕는 내부적 장치에 더 관심을 두어야 할 것이다. 미국기업의 지배구조가 상대적으로 더 우수한 이유가 미국 경영자들이 생래적으로 정직하기 때문이라는 주장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동의하지 않지만 흘려듣기도 어렵다.
 



저작권자 세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