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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지극정성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19.12.18 19:05 수정 2019.12.18 19:05

김 시 종 시인
국제PEN 한국본부 자문위원

필자는 작은 일에도 정성을 다한다. 1971년 10월부터 2018년 3월까지 47년간을 집에서 애완견 아닌 방범견(防犯犬)을 키웠다. 단순히 도둑으로부터 집을 보호하기 위해 키웠다. 오랜 세월을 집에서 개를 키우다보니 나도 모르는 새, 1급(?) 애견가(愛犬家)로 변신된 나를 보고 나 자신도 놀랐다.
2018년 3월 19일 우리집에서 15년 4월 19일을 산, 애견 차돌이가 나무울타리 구멍으로 빠져 나가, 실종이 되어 양견(養犬)경력도 마침표를 팍 찍게 되었다. 47년간이나 몸에 밴 동물 애호벽이 하루아침에 사라질 수는 없었다.
애견이 실종되어 썰렁한 마음을 채워주는 쾌거가 있었다. 길고양이 가족 세 마리가 스스로 우리집에 둥지를 틀었다. 숫쾡이는 흰 바탕에 검은 무늬가 있어 음양이 조화를 이루고 얼굴도 순해(착해)보여, 첫 눈에 합격이었다.
처음에는 고양이 가족에게 사료와 물만 주었지만, 차츰 멸치대가리 밥도 주어 메뉴가 다양하게 됐다. 끼니때마다 고양이 세 마리가 다 모여 있는 게 아니라서 밥 주는데 정성이 필요했다. 고양이가 한 마리만 자리에 있을 경우 고양이 밥 세 그릇을 갖다 놓으면 어떻게 될까.
고양이가 한 마리만 있을 때는 밥 한 그릇만 주고 두 그릇을 잘 보관해 두었다가 밥을 안 먹는 고양이가 오면 그때 내준다. 고양이 세 마리가 집에 들어와 사는 것을 돌보는데 여간 정성이 드는 게 아니다.
고양이가 세 마리 우리집에 들어와 살지만 아무래도 정이 더 가는 고양이가 있게 마련이다. 나는 세 마리 고양이중 그 가운데 수장(首長)격인 숫쾡이 공중부양이를 집중 관리한다. 공중부양이는 겉보기도 순하고 단정하다. 사람에게 붙임성도 있고 스스로 나에게 다가와서 스킨십을 자주 한다.
사람이나 고양이나 겨울나기가 만만하지 않다. 어제 저녁엔 고양이 저녁밥을 주는데 새끼 고양이와 암고양이(반쪽이)는 있는데 가장격(家長(格)인 공중 부양이가 보이지 않는다. 나머지 고양이 두 마리가 저녁밥을 맛있게 드는 것을 흐뭇하게 바라본다.
고양이는 동작이 서커스 단원보다 민첩하다. 동작이 빠른 고양이도 밤눈이 어두운 게 큰 약점이 아닐 수 없다. 고양이는 야행성 동물이라 밤에 주로 활동을 하는데 밤눈이 어둡다니 큰 애로사항이 아닐 수 없다.
고양이가 밤에 활동에 지장이 없도록 밤에 마루에 있는 전등을 2~3시간 켜둔다. 외출했던 부양이가 소등직전에 돌아와 반가웠다. 정성껏 차린 저녁밥을 주니 냠냠냠 환호성을 지르며 맛있게 저녁밥을 챙긴다. 내가 정성껏 마련한 저녁밥을 달게 먹으니 먹는 모습도 귀엽다. 맛있게 식사하는 모습을 보기위해 겨울의 찬 밤공기도 싫은 줄 모른다. 양껏 저녁밥을 먹고 가는 부양이 모습을 보니, 내 가슴이 뿌듯하다.
마루전등을 끄고 방에 들어와 TV가요무대를 본다. 내가 노래를 즐겨 듣고 기쁨을 느끼듯이, 문득 고양이도 노래를 좋아하면 어떨까하는 야릇한(?)마음이 든다.
부양이가 저녁을 굶지 않은 것이 흐뭇하여 오늘밤도 내 잠은 꿀잠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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